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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전 부총장 딸 부정입학’ 의혹은 영장기각…표창장과 너무 달라

기사승인 2021.01.21  10: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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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 ‘연대’건 건조하게 보도, 보수야당은 무관심…표창장이 가장 중한 범죄?

“아울러 이와 같은 상황이 용인이 된다면 전국의 수험생을 둔 학부모 그리고 당사자인 수험생 및 미래의 수험생들에게 크나큰 마음의 상처와 허탈감을 주게 될 것입니다. 또한 평등한 기회로 의대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여 의사가 돼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의사들에게도 괴리감을 주게 될 것입니다.”

19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 양의 의사면허 정지를 요구합니다>란 청원 내용 중 일부다. 본인을 “응급의학과 전문의 16년차 의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씨의 의사 국가고시 최종 합격과 관련해 “조국 전 장관 및 이 정부의 지지자들이 아닌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도덕적 공감을 얻고 사회적 박탈감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해주시기 간곡하게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 <이미지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아울러 청원인은 “과거 전 정부의 국정농단의 중심이었던 최순실의 딸의 경우는 혐의만으로 퇴학조치를 한 것에 비춰보면 이는 형평성이나 사회정의상 매우 모순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궁금하다. 적어도 40대일 가능성이 높은 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과연 다른 부정입학 사안에도 이렇게 분노하는지,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해 온 의대생들에게 추가 기회를 주는 것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조민=정유라’라는 ‘윤석열 검찰’과 보수언론, 보수야당의 프레임에 포획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적어도 이러한 ‘공정’에 대한 요구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조국 일가족’에게 적용된 검찰과 사법부의 기준이 동일해야 할 것이다. 이경태 전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 딸 A씨가 연세대 대학원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이 그러하다. 지난해 7월 교육부의 사립대학 종합 감사 발표로 드러난 관련 의혹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나 법원의 판단은 확연히 달라 보인다. 

전방위적인 입시 조작과 사학 비리를 향한 다른 잣대

“이경태 전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 딸 A씨를 대학원에 부정 입학시킨 의혹을 받는 교수들이 20일 구속을 면했다. 서울서부지법 권경선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연세대 경영대 교수 장모씨와 박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20일 <연합뉴스>의 <‘부총장 딸 부정입학’ 연루 연세대 교수 2명 구속영장 기각> 기사 중 일부다. 이날 적지 않은 언론이 해당 교수들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 심사에 이은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전했다. 

   
▲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가 2016년 연세대 경영학과 일반대학원 입학시험에 응시했을 때 시험 평가위원이었던 이들 중 박씨의 변호인은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어떤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며 “해당 지원자가 이 전 부총장의 딸인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의 감사 보고서는 다른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전 부총장의 딸 B씨는 2016년 4월 연세대 경영학과 일반대학원 마케팅 전공 석사 입학 과정에서 정성평가인 구술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최종 합격했다. 하지만 B씨의 정량평가는 지원자 16명 중 공동 9등이었다.

전방위적인 입시 조작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당시 입학전형 서류심사에서 참여한 평가위원 교수 6명이 B씨를 합격시키고자 주임 교수와 짜고 구술시험 점수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평가위원들이 정량평가 1등과 2등을 한 지원자에게 구술점수를 낮게 주는 방식으로 B씨를 1등으로 만든 것이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이 전 부총장은 교육부 감사가 발표되던 시점에도 신촌 캠퍼스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고, 당시 경영대학원 입시 주임 교수를 포함한 교수 7명 역시 재임 중이었다. 교육부는 감사 후 이들을 중징계, 경징계 처분하고 대검찰청에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관련 의혹이 불거지기 1년 전, 이 전 부총장은 연세대 총장 선거에 버젓이 입후보하기도 했다. 학내에서 이 전 부총장의 위치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케 한다. 관련 부정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세대는 해당 의혹의 중심에 있던 교수들에게 단순 경고 조치를 내리는데 그쳤다. ‘입시 부정’, ‘사학 비리’란 심각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징계 시효가 만료됐다는 근거로 단순경고에 머물렀던 것이다. 

결국, 이경태 전 부총장 딸의 비위 의혹이 세상에 알려진 지 반년 만에 이뤄진 관련 교수들은 결국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그렇다면, 2019년 9월로 시계를 돌려 볼까. 정경심 동양대 전 교수가 ‘표창장 위조’ 혐의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일 밤 ‘소환조사 없이’ 기소됐고, 이후 구속됐던 그 때 말이다. 

정유라급 사학비리 아니라면 꿈쩍도 않는 한국 주류 기득권? 

1심 판결을 둘러싼 평가와 이견이 분분하다. 백보 양보해 도덕적 지탄을 받을 순 있다. 항소심 결과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정 전 교수가 재직 중인 학교에 딸을 불러 봉사를 시키고 표창장을 준 정황은 일반인들에게 ‘엄마가 교수가 아니라서 미안해’와 같은 박탈감을 줄 수 있다. 당시 정 전 교수가 충분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말이다. 

반면, 이 전 부총장의 경우 정유라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입시 부정이자 명백한 사학비리다. 평가위원이던 교수들이 달라붙어 면접 점수를 조작했고, 이 전 부총장 딸이 합격하는 과정에서 더 높은 정량 평가 점수를 받은 학생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유라 사건이 입학 규정을 자체를 바꾼 창조적인 경우였다면, 이 전 부총장 딸 의혹은 교수들을 동원해 점수를 조작한 전형적인, 대대적인 사학 비리에 가까워 보인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그럼에도, 검찰과 언론, 법원의 대응은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건 때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검찰은 해당 교수들의 연구실을 압수수색하는데 그쳤다. 수십 곳에 달하는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은 언감생심이었고, 다른 별건 수사도 없었다. 업무 방해 혐의를 받는 교수들이나 이 전 총장, 그의 딸에 대한 공소 내용이 궁금해질 정도다. 

언론은 ‘연세대가, 우리 사학이 다 그렇지’라는 듯, 대수롭지 않다는 듯, 건조한 보도 일색이다. 보수야당은 아예 무관심이다. 그리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향후 이쯤 되면, ‘대한민국에서 표창장 위조만큼 중한 범죄는 없다’는 일각의 볼멘소리가 괜한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한국사회 주류 기득권들이 입증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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