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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사진GO발] ‘다낭’에 취재본부 차린 이유

기사승인 2019.02.04  10: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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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대화 성공 위해서는 4자 회동 절실.. 반드시 만날 것”

우리의 설날 명절을, 중국에서는 춘절, 이곳 베트남에서는 뗏이라고 부른다. 흩어진 가족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며 또 폭죽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폭죽 소리와 총소리가 분간이 안 되는 바람에 사이공 미 대사관이 베트콩의 기습 공격을 받고 있는 데도 즉각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증언도 있다.

벌써 50년 전 이야기다. 당시 설날 ‘뗏’에 시작된 전투는 세계 전쟁사에 유명한 전사로 남았다. 뗏을 기해 전격적으로 이뤄진 대공세라 하여 뗏 대공세가 맞지만, 전사에는 ‘구정 대공세’로 적혀 있다.

미군은 개전 이래 북베트남 군인들을 아예 본 적 조차 없었다. 늘상 소규모 병력으로 치고 빠지던 검은 바지 차림의 베트콩이 군복을 제대로 갖춰 입고 AK-47 소총으로 무장한 북베트남 정규군과 합작으로 미군에게 대규모 선제공격을 벌인 것이다. 비록 5만 명이 넘는 전사자를 내고 전투에서는 패배했지만, 베트남 전쟁의 실체를 알게 된 미국 시민들을 움직이는데 성공했고, 결국 미군의 철수가 시작된다.

기자는 어느 땅에서든 그 땅에 깃든 인간 영혼의 질문들을 소환하는 자다. 더구나 다낭은 후에, 호이안 등과 더불어 한국군이 주둔하던 지역이 아니었던가. 이 땅의 원혼들의 피가 오늘날 우리들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밤마다 생각하다보면, 평화, 사랑, 인간.. 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가장 혹독한 현대사의 비극이 잉태된 현장 다낭에서 북미간 평화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와서 보면 안다. 한눈에 봐도 국제행사 유치는 물론 경호가 유리하다. 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그럼에도 고발뉴스는 1주일 전 이곳 다낭에 현장 취재본부를 설치했다. 그것은 예측의 문제가 아니라 신념의 문제였다.

북한이든 미국이든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며,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2020년 대선에 재선되기 위해 연말부터 본격 선거전에 뛰어들어야 하는 트럼프는 시간도 없지만 벌어놓은 정치적 자산도 없다. 바로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어린 나이로 집권해 불만이 팽배한 인민들을 독려해 동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김정은에게도 성과가 필요하다. 핵무기를 협상 카드로 내세워 국가경제 토대를 닦겠다던 국가경제 발전5개년 전략이 내년이면 종료된다. 정치가 경제의 빗장을 닫고 있는 대립과 봉쇄의 시대를 벗어나기 위해 지금 트럼프가 내민 손을 악착같이 잡아야 한다.

이 문이 닫히면, 상존하는 전쟁 위협 속에서 관료제가 지배하는 민주-공화당 주도의 비핵 쳇바퀴 협상 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럼 왜 베트남인가?

베트남과 미국은 경제적 파트너십을 넘어선 양국 관계의 내면적 성숙을 원하고 있다. 더구나 중국을 견제해야할 미국 입장에서 1억 넘는 인구와 경제력을 갖춘 베트남만한 든든한 방어선이 또 있겠는가. 트럼프는 미국의 대 아시아 외교의 무덤이었던 베트남을 21세기 새로운 미국의 발진기지로 삼고 싶다.

북한 역시 당 주도의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베트남식 경제모델 주걱을 간절히 갖고 싶다. 주걱 자체도 유혹적이지만 주걱에 흠씬 묻어 있는 밥알에도 관심이 크다.

그렇게 다낭 취재본부 설립은 결정됐지만, 영세한 대안매체인 고발뉴스 입장에서 무리한 판단을 강행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이곳에서 4자 회담의 가능성이 너무도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에 열세를 면치 못하며 끌려갈 수밖에는 없는 무역 갈등을 유리하게 봉합하기 위한 정치 능력을 위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싶다.

대한민국 역시 한반도 평화번영의 어엿한 주체로서 국제사회에 명토 박을 필요가 너무도 절실하다. 북미간의 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플랫홈으로서 4자 회동이 절실하다.

북미는 성공을 원한다. 그럼 4자는 이곳에서 반드시 만날 것이고, 또 만나야만 한다.

99년만의 개기일식 우주쇼 보다 희소한 가능성으로 국제관계의 이해가 재조정되고 있다. 한반도 당사국과 주변국들의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가 우주적 정교함으로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2019년 2월에, 그토록 희망했던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가져올 수 없다면 그것은 씻을 수 없는 재앙으로 남을 것이다.

   

깊은 숲의 밤은 반딧불이 지킨다. 어둠이 깃든 밤하늘은 별들이 밝히는 법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희망만이 새벽을 열어내는 것임을 이 땅의 원혼들도 노래하고 있다.

처음부터 마지막 까지 팽목항을 지켰던 낡은 천막을 펼쳐 다시 이곳에 세운다. 반딧불 보다 작은 고발뉴스가 왔으니 새벽을 원하는 더 많은 언론들이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당부하건데, 골목축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오늘도 우르르 몰려다니며 똥볼 차기에 급급한 언론인들이여, 기품 있는 박항서 축구의 나라 베트남으로 지금 모여들자.

뗏을 즐기려는 상점들이 죄다 문을 닫았다. 어둠이 내린 거리가 모처럼 한산하다. 생각해보니 해외 취재 현장에서 맞는 세 번째 설날인 듯하다.

95년 조선족 상대 입국사기 사건 취재차 머물던 연변, 그리고 2005년 삼성X파일 보도를 위해 머물던 뉴욕에서도, 이럴 때는 사발면이 답이었다. 기자질 30년을 바라보는 경력의 중년 기자는 미리 확보해둔 사발면을 바라본다. 든든하다. 모두들 마음만이라도 넉넉한 설 연휴 맞으시길 빈다.

☞ 이상호 고발뉴스 대표기자 페이스북 보기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이상호 대표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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