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승수 “석유公·산업부, 언제부터·어떤 내용 대통령실과 주고받았나 정보공개청구”
한국석유공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보다 4개월 이상 앞선 지난 1월 이사회를 열어 동해 심해유전 탐사 시추를 의결하고 이미 탐사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 1월26일 이사회를 열어 동해 심해 8광구 및 6-1광구 북부지역 탐사 시추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을 포함한 재적 이사 10명이 모두 출석했고, 동해 심해 탐사프로젝트 실무 담당자도 참석했다.
석유공사는 이날 의결에 따라 후속 절차를 진행했다. 노르웨이 업체 ‘시드릴’과 시추 용역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 시추선과 김해공항을 오고 갈 헬리콥터 용역 계약 입찰도 마쳤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첫 번째 국정 브리핑을 열어 “오늘(6월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동해 심해 석유 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힌 것이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해외·국내 투자 전략을 잘 짜야 하는 시기로 아주 크리티컬(중요)한 시기”라며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들어오는 사람은 적은 가격에 일찍 들어오려고 한다. 가스가 난다고 우리가 값을 확 올리면 안 올 수도 있어 미묘한 게임이다. 우리 카드를 안 보여주고, 우리 국익은 지키면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치열한 밸런스 게임”이라고 말했다.
경향은 “김 사장의 발언처럼 미묘하고 중요한 시점에 논란을 촉발한 윤 대통령의 브리핑으로 석유공사뿐 아니라 정부도 해외 개발사와의 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라 지적하고는 “특히 이례적으로 추정 수준인 자원 매장량 최대치와, 분석을 담당한 자문업체 ‘액트지오’를 특정해 프로젝트 성사의 불확실성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향에 “석유공사가 계획대로 이미 진행하고 있던 사업에 갑자기 대통령이 끼어들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경제·외교·산업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꼬집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첫 국정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산업부는 이사회에서 의결된 1차 시추 계획과 대통령이 승인한 동해 ‘5개 공구 시추 계획’은 다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석유공사는 지난해부터 동해 심해에서 1공의 시추를 계획해 왔고 이를 올 1월 이사회를 통해 잠정 확정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동해 심해 가스전에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말 1차공 시추를 포함 앞으로 최소 5개 공구의 시추가 필요하다는 산업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한 것으로 1차 시추와는 별개”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그러나 대통령실 보고 없이 그동안 시추 절차가 진행돼 온 만큼 동해 심해 탐사 시추 승인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고 나선 점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석유공사가 발표할 사안을 왜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16일 자 <민중의소리> 기고글에서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의 발표내용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6월3일 대통령의 발표내용을 보면, ‘저는 오늘 산업통상자원부에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계획을 승인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고 언급하고는 “대왕고래 구조에 대한 탐사 시추계획은 2023년 10월에 수립되었고, 2024년 1월에는 탐사시추 위치까지 승인되어서 관련 용역들도 진행되고 있었다. 모두 한국석유공사 내부의 결재를 통해서 진행되던 사안”이라고 짚었다.
이어 “대통령이 누구로부터 어떻게 보고를 받았길래, 6월3일로 발표시점을 정하고 발표내용을 결정했는지 여러모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필자는 지난 6월9일 한국석유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왕고래 구조 시추계획과 관련해서 대통령실과 주고받은 문서목록(수신 또는 발신한 일자, 문서제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하승수 변호사는 이는 “언제부터 어떤 내용으로 대통령실과 의사소통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는 “가뜩이나 ‘비선’, ‘밀실’ 같은 단어들이 많이 등장해 왔던 윤석열 정권이다. 또 다른 의혹들이 양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석유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란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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