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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학교 안나가고 매일 등산’이 기사인가

기사승인 2019.10.21  10: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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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조국 전 장관 ‘스토커’ 자임하는 조선일보?

<조국, 학교 안나가고 매일 등산> 

오늘(21일) 조선일보 5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온라인에 보니 ‘단독’이라는 타이틀이 달려 있습니다. 저는 ‘이게 기사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선일보는 ‘단독’까지 답니다. 저와 조선일보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간극이 꽤 큰 것 같습니다. 

인식 차이는 인정하더라도 해당 기사가 제가 봤을 때 ‘악의적’이라는 지적은 해 둘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몇 가지 대목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지요.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브레이크 걸리지 않는 조선일보의 ‘조국 기사’ 

일단 문제의 조선일보 기사를 먼저 보시죠. 

“그는 가을학기 중간에 복직했기 때문에 강의를 따로 맡지 않았다. 보통 복직한 교수들은 안식년이 아닌 이상 강의가 없더라도 연구실에 나와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복직 이후 주로 자택에 머물며 학교에는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는 저 부분을 이렇게 읽었습니다. 

“강의가 없더라도 연구실에 나와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조국 전 장관은 왜 등산이나 가고 있느냐.” 

제 해석이 지나친가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해석이 아니면 “조국 전 법무장관이 등산복 차림에 등산 스틱을 들고 자택 주변 우면산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진 설명과 함께 ‘이런 기사’를 내보낼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기사가 정말 말이 되는 기사라고 보시는지요. 

조선일보 기사는 뒤로 갈수록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습니다. 매우 짧은 기사지만 대체 이 기사를 보도한 목적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대상’ 기사입니다. 다음 대목을 한번 볼까요?

“조 전 장관은 복직 이후 주로 자택에 머물며 학교에는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신 치과 진료 등 개인 일정을 소화하거나 등산을 많이 하고 있다. 복직 다음 날인 16일부터 사흘 연속 산을 찾았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우면산이었다.” 

대체 뭘 어쩌라는 얘기일까요? 학기 중간에 복직했기 때문에 강의를 따로 맡지 않은 상황에서도 연구실에 나오라는 ‘압박’일까요? 아니면 ‘이 시국에 등산 하고 있는 게 온당하냐’는 질문일까요? 정말 이 기사를 여러 번 읽어봤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연구실에 나가건 말건, 그건 조국 전 장관이 알아서 할 일이지 조선일보가 상관할 일이 아닙니다. 연구실 출석 여부를 조선일보에게 보고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압권은 맨 마지막입니다. 직접 한번 보시죠. 

“서울대 관계자는 ‘교수들은 따로 근태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실 출근 여부까지 일일이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대 교수들이 월급 받는 날은 매월 17일이다. 조 전 장관은 복직 이틀 뒤인 그날 이달 말까지 근무일(17일치)에 해당하는 월급 480만원을 받았다.” 

그러니까 조선일보는 결국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조국 전 교수가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고 등산이나 다니면서 월급을 받고 있다’는 얘기 말이죠. 

그래서 조국 전 교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며칠 동안 면밀히(?) 체크한 다음 <조국, 학교 안나가고 매일 등산>이라는 기사를 내보낸 거죠. 저는 그렇게밖에 달리 해석이 안 됩니다. 

기자의 취재는 ‘개인’ 사생활을 침해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포털에서 해당 기사를 검색하면 ‘조국 게이트’라는 키워드가 있고, ‘모자 눌러 쓰거나 선글라스 끼고 복직 다음날부터 사흘 연속 산행’이라는 부제도 있습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사퇴한 전 법무부 장관이 며칠 등산 간 것이 ‘조국 게이트’(이 단어가 적절한지도 의문이지만)와 무슨 상관일까요? 

조국 전 장관이 등산가는 게 공인의 활동과 관련한 부분이 있다면 ‘국민의 알 권리’와 연관이 있다고 하겠지만 스스로 물러난 장관이 등산 가는 걸 ‘우리’가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조선일보는 ‘일 안 하고도 월급 받는다는 이미지’를 적용하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정말 적당히 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식으로 조선일보 사주와 간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한번 살펴보면 어떤 기사가 나올까요? 아마 조선일보는 ‘이게 기사가 되냐’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까요? 제발 ‘기사다운 기사’를 쓰기 바랍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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