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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눈물의 증언대회’

기사승인 2014.04.08  19: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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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복지원 사건, ‘사회정화’ 명목으로 국가가 자행한 인권유린”

“하루는 부자지간이 끌려왔던 모양입니다. 방에 있던 애들이 나오면서 사람이 죽었다고 그래서 잠깐 문 여는 사이로 보니까 아버지라는 사람이 아들 시체를 끌어안고 울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사건이 87년 폐쇄 후 27년이 지났다. 27년이 지났으면 잊혀질 법도 하건만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겐 어제처럼 생생하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피해자들은 당시의 참혹했던 인권유린 현장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 ©GO발뉴스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수 씨는 형제복지원 근처에 할머니와 살던 집이 있었다. 늘 다니던 길로 집에 가던 중 순경에게 붙잡혀 형제복지원 차를 타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날 이후 삶은 사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권유린, 악행들이 일어났습니다. 들어가면 무조건 기합부터 주고 안 되면 몽둥이로 때리고, 예쁘장하면 끌고 가 성폭행합니다. 오만 악행이 다 있었습니다. 제 나이가 지금 40대 중반인데 벌써 틀니를 하고 있어요. 저를 때리던 소대장이 뭐라 그랬느냐면 ‘너 인마 맞아도 조금 있으면 이빨 나니까 가만있으면 나아’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이빨이 안 났습니다. 20대에도 틀니를 했고 너무 많이 맞아 디스크도 있습니다.”

그는 함께 형제복지원에 들어간 친동생이 있었다. 그는 형제복지원에서 나온 후에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다가 3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승수 씨는 “형제복지원에서 있었던 모든 악행들로 인해 가족이 전부 파탄 났다”며 눈물을 훔쳤다.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인해 고통받는 것은 피해자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1970년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던 김희곤 씨는 78년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가 보니 아버지가 김 씨를 찾으러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다 이미 화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김 씨는 “천하의 불효자식이 돼 혼자 평생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며 울먹였다.

   
▲ ©GO발뉴스

피해자들은 대부분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경제적·심리적으로 어려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당장 보상의 문제보다도 “왜 우리가 형제복지원에 들어가야 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형제복지원 사건은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내무부 훈령 410호에 의거해 ‘사회정화’ 명목의 국가가 자행한 인권유린 사건”이라며 “많은 피해자들이 경찰과 공무원들에 의해 인간쓰레기가 되어 형제복지원에 갇혔고 그 안에서 지독한 폭력과 인권유린으로 차마 말할 수 없는 짐승의 삶을 살았고 여전히 짐승의 삶을 살고 있다”고 규탄했다.

익명의 한 피해자 유가족은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형의 시신을 들춰봤을 때 온몸에 멍이 상당했다. 누가 봐도 맞아 죽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버지께서 부검을 말리시고 조사도 하지 못하게 했다”며 “아버지의 사회적 지위가 꽤 높은 편이다. 그런데 왜 못하게 할까 당시엔 반항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나이가 좀 더 들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정부가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정화운동’이란 이름하에 부랑아나 깡패를 잡아 가둔 데가 삼청교육대와 형제복지원이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들은 현재 형제복지원 사건이 당시 원장이었던 박인근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릴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정화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유린을 벌인 국가에게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모임 공동대표 한종선 씨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과거사라고 치부하기엔 피해자들이 너무 젊다. 끝내기 위해선 진상규명이 이뤄져야한다. 1987년 이 사건이 묻혔듯이 또다시 묻히는 것은 더는 용납할 수 없다”며 “진상을 찾아내는 건 이제 국가가 해야 할 몫이다. 기자들은 발로 뛰면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증언대회에는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해 문재인, 박영선, 유은혜, 남윤인순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방문해 이들을 지지했다.

이미경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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