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우용 “살인·성폭행 저질러도 ‘면허박탈’ 과하다?…‘인명 경시 사상’ 공식 표방”
오는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의사단체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에 강력 반발하며 또 다시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 위치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제2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21일 ‘코로나19 백신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 모두발언에서 “현재 활동하는 의사 개개인의 면허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지난해 8월 의대 정원과 관련한 공공의대 어젠다 때보다 100배 이상 크게 다가온다”며 “이 법이 법사위를 통과한다면 전국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최 회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총파업을 공언했으므로 이후에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의사 면허에 대한 건 (의협에) 자율적인 징계권을 주면 엄격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정부 역시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의협이냐”며 “정부는 국민의 헌신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집단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정 총리는 “의협은 마치 교통사고만 내도 의사면허가 무조건 취소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만일 의협이 불법 집단행동을 현실화한다면 정부는 망설이지 않고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 의료법에는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을 때만 의사 면허가 취소됐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의료법 뿐 아니라 다른 범죄를 통해서도 면허가 취소되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 기간이 끝난 의사는 이후 5년 동안 면허가 취소된다. 또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사는 유예기간이 끝난 시점부터 2년 동안,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유예 받은 의사는 유예기간동안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
다만, 업무적 특수성을 반영해,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을 저질렀을 경우에는 금고 이상의 처벌을 받더라도 면허 취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사람에게 전문적 자격을 인정하는 법률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어떤 법률을 위반하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결격사유로 정해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전문자격사를 취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의사는 지금까지 그렇지 않았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그래서 만삭 부인을 살해해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의사, 또 수면 내시경 환자에게 수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 등이 면허를 그대로 지켜낼 수 있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러한 취지의 ‘의료법 개정안’을 ‘의사면허강탈법안’이라 호도하는 의사협회를 강하게 비판하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에게 우리 국민이 바라는 수준의 윤리의식을 갖추도록 하는 것,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법안도 발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참고로 제가 변호사로 활동했던 시기에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변호사 결격이 되고 일정기간 동안 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한 변호사법 조항이 이상하거나 과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오히려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덧붙였다.
한편, 의사단체의 ‘총파업’ 예고에 온라인상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SNS를 통해 “살인이나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의사라도 면허 박탈은 과하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라고 짚었다.
이어 “사람 목숨의 가치가 ‘면허증’ 가치만도 못하다고 보는 게 ‘인명 경시 사상’”이라며 “의사단체가 ‘인명 경시 사상’을 공식 표방하는 건, 동서고금에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미란 기자 balnews21@gmail.com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