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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또 떨어진다’…기업 안전규정 안 지키면 손해보게 해야”

기사승인 2020.07.14  15: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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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523] 김세로 MBC 통합뉴스룸 기획취재팀 기자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사람이 또 떨어진다’란 제목의 리포트를 연속 보도했다 ‘사람이 또 떨어진다’는 지난 3년 동안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노동자 1,136의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대한을 제시하는 기사로 시청자의 호평이 쏟아졌다. 

‘사람이 또 떨어진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사람이 또 떨어진다’ 시리지 취재한 MBC 통합뉴스룸 기획취재팀의 김세로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세로 MBC 통합뉴스룸 기획취재팀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판사들 훨씬 낮춰 판결…1111건 중 가장 센 처벌이 1년6개월”

- 지난주 노동자들의 ‘사람이 또 떨어진다’를 연속 보도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소회가 어떤가요?

“홀가분하면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방송 이후에도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어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추락 방지 그물, 안전 난간, 작업 발판, 이런 것들은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꼭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회사가 법을 지키지 않은 거죠. 하지만 취재하면서 만난 책임자들은 ‘일하다 보면 바쁜데 그런 걸 어떻게 다 갖추고 하느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었고요.

왜 자꾸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 어느 법학과 교수님께 물었는데 ‘범죄를 범죄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같은 문제로 계속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데 이걸 단순히 실수로 보고 벌금이나 집행유예 정도로 처벌하는 게 문제라는 취지였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분석한 추락사 판결문 1,111건 가운데 금고나 징역형이 내려졌던 피고인 대부분이 집행유예로 실형을 피했습니다. 단 4명만 처벌을 받았습니다. 벌금형은 그보다 훨씬 많았고요. 점점 그 말씀에 공감하게 됐습니다.”

- 반응이 좋았던 거 같은데 내부에선 어떻게 평가하세요?

“어려운 주제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고생했다, 잘했다는 격려도 있었고요. 아쉬웠던 부분을 지적해 주셨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 그럼 보람도 있겠네요?

“보람도 있었죠. 그렇지만 아쉬운 점이 더 많아요. ‘보도로 뭐가 얼마나 바뀌겠느냐’ 하셨던 현장 노동자분들도 있었는데 저희 보도가 그분들의 물음에 충분한 답변이 됐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 추락사를 주목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매일 하루에 한 명 이상 사람이 떨어져 목숨을 잃습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습니다. 안전 난간이 있어야 하는데 없어서, 아니면 추락 방지 그물이 없어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안전벨트나 안전모를 지급받지 못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법을 지키지 않아서 사람이 떨어져 죽거나 다치는데 책임지는 사람도 없지만 이런 현상이 계속 반복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누구의 책임일까요? 저희 보도는 그런 물음에서 시작됐습니다.” 

- 여태껏 추락사가 많았으면 누군가는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봐야 하는데 왜 문제 제기가 없었을까요? 지금까지 보도를 보면 언제 어느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만 있고 왜 추락했는지가 없잖아요.

“사고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현장의 안전장치 설치 여부나 작업 절차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는데 초반엔 원인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사고를 접했던 기자들이 모든 내용을 세세하게 알 수가 없죠. 그러니까 사고 초반 기사를 보면 이 노동자가 어떤 작업 도중 떨어졌다는 내용은 있어도 이 사람이 왜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근본적인 부분까지는 짚어주지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조사가 다 끝나면 이런 기사들은 새로운 소식에 또 묻혀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떨어져 숨졌다는 기사는 많지만 정작 ‘왜 떨어지는가’에 대한 기사가 없는 겁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최근 3년 동안 추락해 사망한 노동자가 1,136명이잖아요. 3년으로 잡은 이유가 있을까요?

“더 많은 자료와 데이터가 있었으면 ‘최근 5년’ ‘최근 10년’ 이렇게 잡았을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일단 자료를 확보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사고 원인을 조사해 기록한 재해조사 의견서엔 사고 현장, 원청, 하청, 사고 피해자 등의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이걸 외부에 제공하거나 공개하지 않습니다. 법원 판결문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기 때문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을 통해 자료를 확보한 것입니다.” 

- 1,136명은 떨어진 사람 모두인지 아님, 떨어져 사망한 사람인가요?

“모두 추락 사고로 숨진 분들입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중대 재해 사망사고는 전부 2,789건인데요. 사고 유형 가운데 추락사가 40%로 가장 많습니다. 추락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사고는 끼임, 깔림 같은 재해들이었고요.” 

- 보도를 보면 추락사는 결국 돈 때문인 것 같은데.

“네 ‘공기단축’, ‘비용 문제’ 이런 단어들이 재해조사 의견서에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물어야 하는 지체 상환금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장치 등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안전장치가 돈과 시간으로 여겨지는 겁니다. 안전장치를 제대로 설치하고 작업 절차를 지키면 속도가 느려질까 봐, 그걸 설치하는데 또 비용이 드니까. 회사가 생략하는 겁니다.” 

- 보도 보니 하청을 많이 주는 것도 문제 아닌가요.

“네. 분명 법에서는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는데 현장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계단식 다단계 하청으로 내려가다 보면 공사비는 계속해서 줄기 마련인데 그러면 이분들은 제한된 비용 안에서 공사를 해야 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을 줄이고 안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공사비를 아끼려고 무면허 업체에다 하도급을 주기도 하고요.” 

- 무면허 업자들이 공사 맡는 게 많나 봐요?

“저희가 취재를 하면서 여러 무면허 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그랬더니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뭐가 문제냐’, ‘소규모 하청 중에 전문건설면허 다 갖추고 제대로 하는 데가 몇 곳이나 있겠느냐’는 식의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불법인 줄 알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청주의 한 무면허 업체 대표는 ‘청주에 서른 곳이 넘는 회사가 있는데 그중에서 전문건설면허가 있는 곳은 네 곳 정도밖에 없다’라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들어가며 이야기했고요.

제가 찾아간 곳은 건물의 철골 뼈대, 건설자재를 만드는 회사였는데 원칙적으론 건설자재만 납품해야 하지만 시공까지 다 맡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나서 50대 노동자가 13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면허가 없는데 시공까지 하는 것은 불법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거 다 지키면 우리 같은 소규모 업체들이 어디 일할 수 있겠느냐’고 하더라고요.” 

-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죠?

“공사비, 가격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한 무면허 업체 대표는 자격이 없는데도 공사를 맡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단가 차이 때문이라고 대놓고 말했습니다. 면허가 없는 곳이 10% 정도 더 저렴하다고도 했습니다. 공사비를 아끼려고 더 싼 금액을 찾고 그러다 보니 면허가 없는 곳에 공사를 맡기는 겁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 무면허 업체가 하는 거에 대한 감시 감독은 아예 없나요?

“불법 재하청이나 무면허 시공, 이런 부분은 국토교통부가 관리 감독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상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죠. 저희 취재팀이 무면허 시공이나 재하청이 의심되는 업체를 추려서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질의했는데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국토부는 “업체들이 서류상으로 완벽하게 구성해놓기 때문에 적발 자체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 하청은 전국을 도는 것 같던데.

“전남 순천에서 아파트 견본주택을 짓는데 경기도에 있는 원청이 서울의 한 업체에 하도급을 줬습니다. 그러면 이 업체는 다시 경기도의 또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주고 경기도의 업체는 다시 충북에 있는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주고 최종적으로 마지막에 공사를 받은 업체는 강원도 철원에 있었는데 그마저도 사무실 없이 이름만 있는 회사였습니다.

1억 원짜리 견본주택 공사에 재, 재, 재, 재하청까지 내려가다 보니 공사비는 3분의 1인 3천여만 원까지 줄었습니다. 당연히 안전에 소홀해졌고 결국 안전장비하나 없이 철골 위에 올라가 일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 1,136명 사망 이유를 분석하셨잖아요. 가장 많은 이유는 뭐죠?

“가장 많은 이유는 회사가 안전벨트를 지급하지 않거나, 안전벨트를 지급했어도 안전 고리를 걸 시설이 없어서 노동자가 추락사한 경우였습니다. 650여 명이나 됐고요. 그리고 그다음이 추락 방지 그물이 없어서, 작업 발판이 없어서, 안전난간이 없어서 사고를 당한 경우였습니다. 안전 교육을 하지 않거나 위험물에 대한 사전 점검을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도 잦았습니다.” 

- 사망자는 대부분 외국인이거나 일용직 노동자들인 거 같아요.

“추락 사망 노동자 1,136명 중에 70%가량인 786명이 일용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가장 많았고요. 외국인 노동자도 83명이 일하다 떨어져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직도 위험을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겁니다.” 

- 추락 사망한 노동자 유가족도 만나신 거 같던데 어떠셨어요?

“힘든 기억을 다시 여쭤봐야 한다는 게 너무 죄송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취재도 상당히 조심스러웠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저희가 만난 추락 사망 노동자 김태규 씨 가족들의 경우엔 방송 이후 따로 고생했다고 연락도 주셨습니다.” 

- 대부분 현장소장만 처벌받는다고 하던데 법이 그런 건가요?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집니다. 사장도 있고 이사들도 있고 임원들도 여러 명 있죠. 그렇다 보니까 안전을 지키지 않은 부분의 책임이 경영진에 있다는 걸 입증하기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대표나 임원보다 공사장의 책임자인 현장소장이 대부분 처벌받습니다. 통계를 보면 근로자 수 20명 이상인 기업은 처벌받은 사람의 88%가 현장소장이었고 50명 이상 기업은 94%, 그리고 300명 이상인 기업은 95%가 현장소장이었습니다.” 

- 양형기준이 법보다 낮은 거 같던데 왜 그런 건가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법정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입니다. 그런데 판사들이 실제 판결할 때 참고하는 양형기준은 기본형이 1년에서 1년 6개월로 한참 낮습니다. 권고이긴 하지만 대부분 이 범위에서 판결이 내려집니다. 실제로 저희가 분석한 추락사고 1,111건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벌이 1년 6개월이었습니다.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노동계와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양형기준을 조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영국, 안전조치 안하는 회사에 18억 벌금, 대표에 14개월 징역형”

- 외국은 어떻게 처벌하나요?

“우리의 경우 회사에 매겨지는 벌금이 평균 47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높은 액수가 2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처벌도 임원이나 대표보다는 현장소장이 대부분의 책임을 지죠. 그런데 영국이나 호주, 캐나다 같은 경우 회사나 경영진에 더 큰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벌금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요. 영국 같은 경우엔 추락 사망사고를 일으킨 회사에 우리 돈 18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회사 대표에게 14개월의 징역형을 내린 사례도 있었습니다.” 

- 그럼 양형기준 올리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까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겠죠. 그런데 회사가 안전 절차를 지키도록 다른 방법으로 규제하고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안전을 지키지 않아서 추락 등의 중대 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기업엔 특별감사를 파견한다든지 불이익을 주는 거죠.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보안처분을 통해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안 지키면 손해를 보도록 해야지 않나요?

“그렇죠. 기업들이 안전 규정을 안 지켰을 땐 ‘정말 큰 손해가 따르는구나’ 하고 느끼게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지적입니다.” 

- 혹시 취재했는데 안 나간 부분 있을까요?

“경기도 시흥의 한 학교 공사 현장을 취재했는데 그 현장의 영상과 노동자 인터뷰를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현장에서 지켜보니 정말 여러 개의 위반사항이 보였습니다. 작업 통로조차 없어 여기저기 널려있는 자재들 사이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고, 중장비를 사용하는데 유도하는 사람도 없었고, 작업 발판도 없이 노동자들이 거푸집을 밟고 올라가 일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을 안내했던 관계자는 ‘관급공사가 공사금액이 적다 보니 돈을 더 남기려고 안전에 훨씬 취약한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사례들까지 더 많이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 이 보도로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뭔가요?

“일하다 떨어져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잘못 때문에, 부주의 때문에 사망한 게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 혹시 후속 보도 계획 있을까요?

“중대 재해 사망사고, 계속 눈여겨보겠습니다. 그리고 대법원 양형기준이 조정된다면 후속 보도 여부를 판단해 보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항상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GO발뉴스>처럼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매체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추락사 같은 문제들도 줄어들 거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영광 기자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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