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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 직후 ‘선거’ 띄우는 김종인…言, 안철수·오세훈·나경원 줄줄이 소환

기사승인 2020.07.14  11: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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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박원순 사망으로 장이 섰으니 ‘모두 모여라’ 추동하는 언론

“어제 갑작스러운 사태가 나서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내년 4월이 되면 큰 선거를 두 세군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를 맞이해서 우리가 무엇을 제시했을 적에 일반 국민들이 저 미래통합당이 이제는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변화는 모습을 보여서 국민에 확신을 줄 때 우리가 선거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언장이 공개됐던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세미나 ‘전혀 다른 정치, 성비 좋은 정부’에 참석한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 보궐선거를 내다보고 있었다. 박 전 시장의 장례가 시작도 되기 전이었다. 

   
▲ 서울시 관계자들이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인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세미나 '전혀 다른 정치, 성비 좋은 정부'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내년 4월 7일에 우리가 겪어야 할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던가 경우에 따라서 또 다른 선거를 전제한다면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선거를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얼핏 박 전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이 통합당으로선 호재란 뜻으로 비춰질만한 ‘워딩’이 아닐 수 없었다. 실종이 알려지고 박 전 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시신으로 발견된 지 채 반나절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부산 이어 서울까지..박원순 시장 극단적 선택에 커지는 내년 4월 재보궐> (한국경제)
<박원순 극단적 선택에 민주당 ‘애도’..재보궐선거 논의 솔솔> (채널A)
<박원순 빈자리.. 서울시장 보궐선거 2021년 4월 실시> (머니S)
<오거돈에 박원순까지..서울·부산 보궐선거 ‘판이 움직인다’ (뉴스1)

이렇게 일부 언론들도 이날 오전부터 ‘박원순’과 ‘보궐’ 선거를 앞세운 기사들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주요하게 다룬 것은 물론이다. 정작 여권은 입조심에 나서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 전 시장 발인 직후인 13일 박 전 시장을 성폭력으로 고소한 전 서울시청 직원의 변호 대리인이 기자회견에 나선 직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해당 사건과 관련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민주당이 먼저 재보궐선거를 거론하기엔 시기상조일 수밖에 없는 형국인 셈이다.  

고소인이 도리어 김 위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박 전 시장의 사망 직후 언론이 재보궐 판세를 키우는 모양새다. 그 중 압권은 14일 <갑자기 판 열린 서울시장 선거, 안철수 재등판? 오세훈도 소환>이란 <한국일보> 기사였다. 

언론의 무리수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 절차가 13일 마무리되면서 정치권의 무게중심은 9개월 뒤 열릴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급격히 쏠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는 2022년 대선으로 가는 관문으로, ‘정권사수 혹은 정권재창출’의 발판이 될 것이란 점에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14일 <한국일보> 기사 중)

여기까진 일반적인 판세 전망 기사라 할 만하다. 많이 양보해, <한국일보> 설명처럼 장례절차도 마무리됐으니 말이다. 문제는 “쏠릴 것으로 보인다”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 분석적인 전망이라기보다 ‘소망 성취’에 가까워 보인다는 점에 있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해 줄 전문가나 정치인은 기사 속에 등장하는 익명의 야권 관계자 단 하나였다. 

   
▲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그러면서 <한국일보>는 “예정에 없던 선거를 맞게 돼 더 분주한 쪽은 야권이다. 여권에 비해 인물군 자체가 협소한 데다, 거물급 인사들이 4ㆍ15 총선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신 탓”이라면서 안철수‧오세환‧나경원 등 과거 서울시장 선거와 연관 있는 인사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안 대표는 2011년 조건 없는 후보 단일화, 이른바 ‘아름다운 양보’를 통해 박 시장을 당선시킨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박 시장의 3선을 저지하기 위해 직접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그의 이력 자체가 박 시장과 대척점에 있는 셈이다. 야권 관계자는 ‘안 대표가 나선다면 야권의 대표선수로 출마할 것이 유력하고, 자연스럽게 대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과 통합도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통합당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재등판’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학교 무상급식 투표 후 시장 직을 중도 사퇴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박 시장이 내리 3선을 하는 단초가 됐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오 전 시장이 소환되고 있는 것이다.”

정작 본인들 의사는 기사 속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선거가 본래 본인 뜻과 관계없이 호출되기도 한다지만, 이 정도면 가히 정치평론가의 평론이요, 강제소환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김종인의 입 

이외에 <한국일보>는 “이 외에도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 시장과 맞붙은 적 있는 나경원 전 의원,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김세연 전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며 “서울을 지역구로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용태 이혜훈 오신환 전 의원도 하마평이 무성하다. 다만 이들은 4ㆍ15 총선에서 낙선함으로써 시민의 심판을 한 차례 받았다는 점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려면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엔 원외인사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홍정욱 전 의원까지 소환하면서. 이쯤 되면, “하마평이 무성하다”는 표현이 무색한 ‘안 되면 말고’ 식의 그물망 기사라 할 만하지 않은가.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장이 섰으니, ‘보수야권 전 서울시장 후보와 낙선한 다선 의원 모두 모여라’라고 추동하는.

   
▲ 김종인(왼쪽 세번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마침 김 위원장이 재보걸 선거에 대해 다시 입을 열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질문에 “현재 여러 가지 여건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사건과 관련 돼 있는 국민 인식도 그렇고, 최근 부동산 문제 등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 굉장히 고약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 통합당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면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당내 여러 의논을 거쳐 시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겠느냐를 연구과제로 가져야 한다. 비교적 참신하고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할 인물이 나와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꽤나 괴리감이 들지 않는가. <한국일보>이 나열한 후보군과 김 위원장의 인물론 사이의 간극 말이다. 4.15 총선에 불출마한 안철수 대표부터 낙선한 오세훈‧나경원 전 의원까지, 참신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지 않은가. 

김 위원장이 띄우고 일부 언론이 호응하는 ‘재보궐 특수론’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마치 박 전 시장의 예상 밖 부재가 호재라는 듯한 뉘앙스를 숨기지 않는 이들의 행태는 유감을 넘어 절망감을 던져 준다. 고인의 극단적인 선택 앞에, 이렇게까지 하는 게 정치의 본질일까.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는 기대할 수 없을까.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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