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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단독’과 ‘오보’.. 정준희 교수 제시한 해결책은?

기사승인 2020.07.04  11: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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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언론의 ‘망나니 칼춤’ 저지하려면 소비자들이 나서야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국가정보원장에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내정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그동안 국정원장 후보로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등이 거론됐지만 문 대통령은 평소 ‘국정원 개혁’을 강조해온 정 교수를 기용해 권력기관 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짜뉴스가 아니다. 오래된 뉴스일리는 더더욱 만무하다. 무려 중앙일간지 중 한 곳의 어제(3일) 단독보도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몇 시간 후 보란 듯이 신임 국정원 원장에 박지원 전 의원을 내정했다. 안타깝지만,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 출신인 정해구 교수는 한 언론에 의해 국정원 원장에 내정됐다 ‘셀프 낙마’(?)하는 강제 해프닝의 주인공이 됐다.

<국민일보>가 위 <[단독]문 대통령, 신임 국정원장에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내정> 기사를 포털에 송고한 시각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경. 이로부터 수 시간 뒤 ‘박지원 내정’이란 속보가 포털 뉴스란을 뒤덮었다.

   
▲ <이미지 출처=국민일보 온라인판 기사 캡처>

<국민일보>는 이러한 ‘단독’ 기사를 출고하며 ‘알려졌다’ ‘전해졌다’라는 불분명한 표현으로 일관했다. 실명의 취재원이나 설득력 있는 ‘소스’는 단 하나도 없었다. <국민일보>가 정 교수의 국정원장 내정을 보도한 유일한 기사 내 근거는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서훈 국정원장의 후임으로 정 교수를 내정하고 조만간 이를 발표할 예정”이란 단 한 문장이었다.

심지어 <국민일보>는 “정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정) 이야기를 아직 듣지 못했다. (검증 동의 여부도) 확인해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본인조차 부인하며 말을 아낀 내정‘설’을 두고 <국민일보>는 ‘아낌없이’ 단독이란 형태로 기사화한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언론사들의 단독 경쟁

사실 청와대나 고위공직자 관련 인사 보도행태에서 언론사들이 틀린 예측을 내놓거나 오보에 가까운 기사를 내놓은 일은 종종 있어왔다. 발표 직전까지 보완이 엄수된 인사의 경우 그러한 오보는 양해를 받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새 국정원장 임명 뉴스가 과연 ‘단독’을 붙일 만큼 급박하고 중차대한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심지어 단 몇 시간 안에 명백한 오보로 드러날 기사에 ‘단독’을 붙이는 일간지의 대담함과 오만이 실로 놀라울 지경이다.

<국민일보>는 4일 현재 해당 기사를 삭제한 상태다. 그렇다면 실상 읽어보면 별다를 것 없는 내용에도 언론사들은 왜 자꾸 ‘단독’ 타이틀을 붙이는가.

“기사에 붙은 단독은 과연 무엇의 이름일까. 바로 독보적인 척 하지만 실제로는 잘 팔리고 싶어서 그저 한 발 빨리 움직이는 결과에 불과하다. 이것은 현재 포털 위주 구조와 종편이 만들어낸 부당한 경쟁의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이제는 공정한 경쟁, 책임지는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2일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의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저널리즘 전문사로서 한국 언론의 ‘단독’ 중독을 이렇게 진단했다. 정 교수는 이를 바꾸기 위해선 “변화된 조건, 변화된 환경에서 좋은 시장을 가꿀 수 있는 언론 소비자의 문제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 <이미지 출처=TBS '정준희의 해시태크' 유튜브 영상 캡처>

이러한 언론사들의 ‘단독’ 경쟁이 ‘오보’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폐해는 다수의 언론 전문가나 현직 언론인들 역시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단독으로써의 가치가 있으려면 다른 언론사에서 취재하지 않은 정보이고,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한다”며 “최근 언론사들은 기사 내용보다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단독이라는 단어를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정희상 <시사IN> 기자는 “단독 기사가 횡행하는 것은 자본주의로 인한 건전하지 않은 경쟁구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며 “단독에 대한 경쟁이 과열되다 보면 ‘오보’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단독이라는 단어의 힘이 떨어지면 새로운 표현이 나타날 것”이라며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언론 소비자들은, 독자들은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을까.

정준희 “어설피 ‘언론자유’ 들이미는 언론사 냉정히 평가해야”

“제일 어렵지만 과감히 돈을 내주는 언론사들이 많아야 한다. 뉴욕타임스처럼 구독을 해주는 언론사, 또는 뉴스타파처럼 내가 멤버가 돼주는 언론사. 많은 언론사들을 다 이렇게 키울 순 없겠지만 적어도 독보적인 언론사들은 이렇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그 독보적인 것들이 독보적이고 모방 불가능한 기사를 만들어서 품질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정준희 교수)

결국 좋은 소비가 좋은 시장을 이끄는 법이다. 언론 시장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껏 1등 신문의 시장점유율, 지상파 중심의 언론 구도, 종편의 탄생, 포털 종속적인 뉴스 소비 행태들이 만들어온 왜곡된 구조를 깨는 일은, 결국 언론 소비자들이 ‘단독’을 남발하는 언론사들을, 의도적인 오보를 양산하는 언론사들을 외면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소비자가 직접 할 수 없지만 소비자가 요구해야 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이런 ‘망나니 짓’을 하는 언론사들은 소비자로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나는 소비를 안 하는 방식으로 하겠지만, 그럼에도 저런 부정한 방식으로 먹고 사는 언론사들을 시장에서 퇴출하게 해 달라 시민적 지지를 보여주는 거다. 어설프게 언론 자유의 가치를 들이미는 언론사가 실제로 그 언론자유에 값하는 경쟁적 질서에 복무했는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 <이미지 출처=TBS '정준희의 해시태크' 유튜브 영상 캡처>

소비자들은 불량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도 한다. 정부의 제재도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수 언론사들은 표현의 자유와 권력 감시를 무기로 퇴출은커녕 언론 소비자들의 높아지는 안목과 달리 갈수록 품질 낮은 기사로 밥벌이에만 치중하는 형국이다.

‘언론개혁’이란 화두 자체를 언론계 스스로 자처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정 교수가 맞다. 언론들의 ‘망나니 칼춤’을 저지하려면, 소비자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의 과정에서도 드러나듯, 기득권에 물든 구성원들에게 자정을 기대할 순 없는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독자들의 냉정한 소비와 합당한 비판 말이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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