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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패션이 뭐가 중요하기에…한심한 조선일보

기사승인 2020.03.28  08: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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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범죄 상업주의라는 표현조차 과한 ‘낚시성 기사’ … 이제 그만!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검찰에 송치되기 전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며 입은 옷이 ‘블레임룩(blame look)’으로 화제를 모은다. 그는 휠라 로고가 큼지막하게 쓰인 자주색 맨투맨 상의를 입었다.”

   
▲ <이미지 출처=조선비즈 해당기사 캡처>

오늘(28일) 조선비즈가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제목이 <조주빈 휠라 맨투맨부터 최순실 프라다 신발까지.. 블레임룩이 뭐길래>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조주빈이 무슨 옷을 입었든, 또 그것이 ‘블레임룩’이든 뭐든, 그게 기사로 쓸 만큼 중요한 일일까요? 기사 가치가 있느냐는 얘기입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를 비롯해 출고 승인을 한 데스크에게 진지하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비본질적인 흥미 위주 보도 … 대체 언제까지 할 건가 

사실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된 이후 쏟아지고 있는 언론 보도를 두고 적잖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피의자를 악마화 하는 보도가 많다는 겁니다. 조주빈은 처벌받아야 하는 ‘나쁜 사람’이라는 게 분명하지만, 최소한 ‘이 사안’을 보도하는 언론이라면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심각성과 범죄 예방과 같은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일부 언론은 조주빈 개인 신상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를 이어가면서 흥미 위주 보도 즉 ‘범죄 상업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전국언론노조가 지난 24일 “성범죄는 비정상적인 특정인에 의해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면서 긴급지침을 발표한 것도 ‘이런 문제점’이 계속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28일) 조선비즈가 보도한 이른바 ‘블레임룩’ 기사는 ‘범죄 상업주의’나 ‘개인 신상 보도’라는 범주에도 묶기 어려운, 그냥 인터넷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낚시성 기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언론노조 지침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인터넷 트래픽을 위한 낚시성 기사 생산을 지양하고, 경쟁적인 취재나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나 가족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디지털 기기나 기술을 매개로 온·오프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젠더 기반 폭력입니다. ‘음란물 유포’ 쯤으로 가볍게 인식될 문제가 아닙니다 …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 피해자 보호와 지원 과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보도가 필요합니다.”

“사건 자체에 대한 관심을 넘어 성범죄를 유발하거나 피해를 확산한 사회구조적 문제제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제가 봤을 때 조선비즈 기사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제기’에 방점을 찍은 기사가 아니며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 피해자 보호와 지원 과제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기사도 아닙니다. 피해자나 가족에게 절망감을 줄 수 있는 ‘인터넷 트래픽을 위한 낚시성 기사’일 뿐입니다. 

   
▲ <이미지 출처=온라인 포털 캡처>

피해자나 가족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낚시성 기사’ 이제 그만! 

무슨 얘기냐? 언론노조가 긴급지침을 통해 ‘주의를 당부한 내용’에 상당 부분 위배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언론노조 지침이 보도의 ‘절대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성범죄’와 관련해 지금까지 언론에 제기된 문제점을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되는 지점들이 어떤 것들인지 ‘잘 정리해 놓은 건’ 분명합니다. ‘절대 기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저널리스트라면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는 얘기입니다. 

저는 조선비즈 기사가 ‘블레임룩’을 소개(?)하는 형식이지만 결과적으로 ‘광고성 기사’ 혐의도 있다고 봅니다. 조선비즈는 조주빈이 입었던 의상을 잠깐 언급하면서 대표적인 블레임룩을 몇 가지 언급하는데 ‘이런 사례’가 굳이 필요했을까 – 이런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기사 일부 인용합니다. 

“1999년 탈주범 신창원이 검거되며 입은 무지개 티셔츠다.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신창원이 교도소 화장실 쇠창살을 뜯고 도주한 후 잡혔을 때 입었던 이 옷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소니’ 모조품으로 알려졌다” 

“2007년 학력 위조와 현직 장관과의 불륜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킨 신정아씨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당시 뉴욕 존 F. 케네디(JFK) 공항에 등장했을 때 입었던 알렉산더 맥퀸 티셔츠와 보테가 베네타 가방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신씨의 블레임룩은 대중에게 덜 알려졌던 브랜드들의 인지도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조선비즈는 최순실의 프라다 신발은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은 전문가 멘트를 인용합니다. 

“비난을 받는 범죄자가 포토라인에서 주목을 받는 만큼 블레임룩이 소비자 인식에 따른 광고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 단기적으로 매출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해당 업체는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 

‘블레임룩’ 해당 업체는 소비자와 소통을 통해 해결하라고? 

어이가 없습니다. ‘집단 성 착취 영상 거래 사건’ 때문에 피해를 입은 다수의 피해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블레임룩 해당 업체는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브랜디 이미지 하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구요? 

대체 지금 상황에서 이런 기사를 쓰는 의도와 이걸 그대로 내보내는 데스크의 판단이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일단 <조주빈 휠라 맨투맨부터 최순실 프라다 신발까지.. 블레임룩이 뭐길래>라는 제목부터 ‘낚시성 의도’가 짙어 보인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오늘(28일) 조선비즈 기사는 저널리스트라면 ‘보도해서는 안 되는 내용’을 보도했다고 봅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듯 합니다. 이 기사를 쓴 조선비즈 기자와 이 기사가 출고되도록 승인한 데스크는 ‘관련 댓글’을 꼭 한번 체크해 보기 바랍니다. 제가 몇 가지만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이 시기에 그리고 이 사건에 이게 꼭 필요한 기사였을까” “이런 기사를 왜 쓰지? 글이란 가치를 담아야 한다” “아주 광고를 해라.”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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