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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에 국민 공분 속 경청할 만한 <가디언> 편집국장의 편지

기사승인 2020.03.21  10: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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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빈층 어려움에 초점…세계 지도자들 위기 대처에 책임감 갖도록 할 것”

“특히 지난 얼마 간의 코로나바이러스의 위기 속에서 이 ‘미디어의 역할’은 더욱 돋보였다. 너무 많은 소문과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사실들, 잘못된 정보들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번져나가는 상황 속에서 수많은 언론은 그저 사회적 불안감, 패닉, 좌절, 무질서를 야기하는 이 모든 것들을 무분별하게 ‘팩트’라고 반복 보도할 뿐이었다.”

영국인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가 이달 초 패션 월간지 <엘르>에 기고한 <한국 언론을 믿을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는 온라인 상에서 큰 반향을 얻었다(관련 기사 : <“형편 없는 한국 언론” 외국인 기자의 뼈아픈 일침>). 

한국 생활 9년 차인 외국인 기자가 한국 언론의 코로나19 보도에 대해 “하지만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해도 한국 미디어는 정도를 넘어섰다. 독자를 기만한다고 밖에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라고 한 일침은 큰 울림을 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랬다. 라파엘 라시드의 일침 이후에도 변함없이, 지난 2주간 우리 언론들은 오보와 정정보도, 사과문을 남발했다. 왜곡 보도와 정파적 보도도 그대로였다. 오죽했으면, 우리 언론의 ‘코로나 19’ 보도를 불신한 국민들이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것 한국 언론뿐”, “외신이 민족정론지”란 비판과 함께 외신을 직접 찾아 읽는 ‘실천’을 벌이는 중일까. 

여기,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외국 기자의 글을 소개한다. 영국 <가디언>지의 편집국장 캐서린 바이너(Katharine Viner)가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독자들에게 보낸 이 편지가, 물론 우리 언론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보도로 국민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일부 언론이 각을 잡고 읽고 또 읽어도 부족함이 없을 뼈 아픈 명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미지 출처=영국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가디언>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법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이 불안정하고 어려운 시기를 꿋꿋하게 맞서려 노력 중입니다. 기억하시다시피, <가디언>과 <옵저버>는 1918년 스페인 독감과 1,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계속 발행해왔습니다. 이번 세계적인 코로나 팬더믹 역시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보도하겠습니다.” 

여기까진 일반적인 ‘편집장의 편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디언>의 첫 여성 편집국장이자 2019년 <글로벌이코노미>가 뽑은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기업인 100명에 꼽힌 케서린  바이너의 이 전 세계 독자를 향한 편지(이자 선언)는 코로나19 보도에서 언론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총망라하고 있었다. 대략 11가지로 나눈 챕터 중 제일 첫 번째로 언급한 것은 물론 ‘팩트’의 중요성이었다.    

“우리는 여러분이 코로나19에 대해 필요한 뉴스와 정보, 그리고 당신을 도울 만한 팩트를 전달할 것입니다. 우리는 보도에 있어 전문성과 과학적 지식, 그리고 신중함을 중시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소셜 미디어의 정제되지 않은 음모론이나 TV 속 시끌벅적한 전문가들을 불쾌하고 혼란스럽게 여긴다는 것을 잘 압니다. 대신에, 우리 <가디언>은 신뢰성 있는 팩트를 제공하겠습니다.” 

이것도 우리 언론과 별다를 바 일반적인 스탠스와 무엇이 다르냐고? <가디언> 편집국장이 제시한 원칙들은 분명 재난이나 감염병 보도에 있어 피하거나 추구해야 원칙론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원칙론에 대한 선언이 주는 책임감의 환기요, 보도 윤리를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종류들.  

“우리는 우리 사회의 극빈층이 직면한 어려움에 포커스를 맞출 것입니다.”
“우리는 철저한 탐사보도와 적절한 질문을 제기함으로서 세계 지도자들이 위기 대처에 책임을 갖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는 현 상황에서 의료진으로 일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무엇이지, 그들이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받고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약속합니다.”

이렇듯 “여러분과의 연대는 우리의 기사에 영감을 준다”는 <가디언>은 영국 시민들을 포함, 철저하게 독자들의 관점(과 궁금증, 실용성과 가치)이 반영된 코로나19 기사를 향후 몇 주, 혹은 몇 달간 생산해 낼 것을 약속하고 있었다.    

   
▲ 프란치코 교황(왼쪽)이 15일(현지시간) 코로나 19로 텅 빈 이탈리아 로마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가디언의 생존법, 부럽다 

안타깝게도, 우리 언론은 이제 ‘기레기’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세월호 참사 보도나 역시나 재난보도준칙이 강조됐던 메르스 사태 당시 보도보다 훨씬 더 악화된 양상이다. 속보 경쟁에 따른 부실한 팩트 체크, “뚫렸다”와 같이 공포를 조장하는 선정적 보도, ‘중국인 혐오’ 등과 같은 혐오 보도들 말이다. 

이에 더해 4.15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사태의 정부 대응을 어떻게든 실책과 실패로 연결 지으려는 정파적 보도가 난무 중이다. 그런 점에서 캐서린 편집국장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독자들과의 다짐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일말의 희망을 제공할 것입니다. 명쾌함과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더 새롭고 공정한 삶을 만드는 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내 재난 상황임을 강조하다,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마지막 문장이 꽤나 뭉클하게 다가온다. 영국인들이 팬더믹 상황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러한 <가디언>의 선언과 제안, 그리고 실천은 분명 영국인들이 팬더믹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만한 등불이 되어줄 법 하다. 

캐서린 편집국장은 편지 말미, 구독 후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꽤 긴 설명과 함께 이러한 후원이 “유의미한 정보의 질적 차이를 만들어 낸다”면서. 이야말로 지난 100년을 이어온 <가디언>이 자발적인 구독 후원과 함께 독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론의 일환이 아닐까. 질적으로 수준 높은 기사를 약속하고 이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납득 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생존법.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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