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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낭비 안돼”에서 “적극 협력”, 황교안의 놀라운 태세 전환

기사승인 2020.02.22  14: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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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메르스 사태와 비교해 궤변 공세 펴는 미래통합당

[기사추가 : 2020-02-29 11:23:19]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21일 미래통합당은 공식 소셜 미디어에 조악한 수준의 합성 사진을 한 장 게재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웃는 사진 밑에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 “항공기 귀국 등 중국 측 협조 감사”라는 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 내용을 담은 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정부는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같은 당 곽상도 의원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의 무사안일 늑장 대응에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며 “어제 하루 종일 지역을 돌면서 필요한 조치사항을 정리해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님! 대통령은 지금 짜파구리나 먹으며 한가한 소리할 때가 아닙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코로나 방역 총력대응을 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미래통합당과 곽 의원이 게재한 문 대통령의 사진은 같은 날 소셜 미디어 상에서 전파된 문 대통령의 또 다른 사진과 같은 주장을 담고 있었다. 21일 오후 두번째 코로나 19 사망자가 나온 상황에서 같은 날 오전 문 대통령이 봉 감독과 <기생충> 팀을 청와대로 불러 여유롭고 한가하게 시간을 보냈다는 비판이었다.

   
▲ <이미지 출처=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대구경북의 코로나 19 관련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두 번째 확진자가 발표된 시점은 이날 오후였고, <기생충> 팀과의 오찬은 이날 오전이었다. 과연 예정된 <기생충> 팀의 청와대 초청이 “짜파구리나 먹으며 한가한 소리할 때”라는 주장은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이러한 정치적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나 ‘우한 폐렴’이란 용어를 고수중인 나경원 의원과 황 대표는 기존 ‘중국인 완전 입국 금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 와중에 코로나19를 위한 추경을 반대해온 미래통합당이 입장을 바꾼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속적으로 추경 입장을 견지해온 정부여당과 달리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 공포가 확산된 직후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문적문’ 프레임 들고 나온 미래통합당의 궤변 

“‘특정국 사람만 제한하는 것은 감염 차원에서 옳지 않다’는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 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 브리핑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나는 정부에 수차례 14일 이내 중국을 방문했거나 경유한 모든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이 말을 ‘중국인 입국금지’로 왜곡하고, ‘창문 열고 모기 잡는 것 같다는’ 비판에 ‘겨울이라 모기는 없는 것 같다’고 응수한 정부 책임자의 발언에 놀라울 따름이다.

누가 중국인들을 입국금지 하라고 했나? 중국을 방문‧경유한 외국인을 말한 것이고, 중국인에 대한 차별 문제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전염원을 차단하고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21일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글 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게 촉구한다. 중국 방문‧경유한 모든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를 즉각 시행하고, 마스크 등 의료물자의 전략적 관리 및 격리병동을 증설하라. 코로나 문제에 있어서는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중국인 입국 금지는 정치적 조치가 아닌 의학적 조치’라는 러시아의 입장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근거 없는 자신감과 무방비한 대처로 국민들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5년 전 본인의 발언을 그대로 묻고 싶다. ‘정부의 무능이 낳은 참사다. 대통령은 사과하라.’” (22일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글 중에서)

   
▲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좀 길지만 나 의원의 글을 소개한 이유는 명확하다. ‘중국인 입국 금지’와 관련해 당론과 개인의 의견 차이를 들어 말을 바꾸는 것은 기본이요, ‘자국민 보호’를 근거로 정부의 광범위한 개입을 요구하는 것도 정치적 수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 의원과 미래통합당은 ‘의학적 조치’를 근거로 신천지 교인들과 대구경북 시민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라고 왜 촉구하지 않은가. 그러한 주장이 같은 맥락이라는 것을 진정 모르는가. 

5년 전 ‘문적문’ 프레임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통합당이 메르스 사태 당시 제1야당 대표로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던 문 대통령의 발언과 작금의 대응을 두고 콘트롤타워가 없다고 비난하는 근거, 정확한가. 

박근혜 정부 당시 메르스 사태의 대응과 작금의 대응을 비교해 계속해서 비난하는 것은 무슨 자신감의 발로인가. 대다수 언론이 2015년과 지금의 정부 대응을 기계적으로 비교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의 발로인가. 이러한 비교야말로 무슨 짓을 해도 언론으로부터 크게 욕먹지 않는 보수야당만 할 수 있는 기억상실증과 같은 궤변 아닌가. 

그리고 황교안의 말 바꾸기 

“문재인 정권은 우한 폐렴이 경제위기의 원인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은 전염병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 지난 3년간 행한 사회주의적 경제실험 때문이다(중략). 

문재인 대통령은 전염병 탓, 대외경제 탓을 멈추시라. 국회 탓, 야당 탓, 언론 탓도 멈추시라. 근본적인 원인인 자신의 경제 실정부터 되돌아봐야 된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론 경제 살리기가 절대 불가능하다. 더한 불황과 침체가 우리 경제를 뒤덮고 말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우한 폐렴을 빌미삼아서 또다시 혈세를 쏟아 부을 생각이라면 당장 접으시라.”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추경 역시 마찬가지다. 위는 20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황 대표의 발언 중 일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코로나 사태에 대한 혈세 낭비는 안 된다”던 황 대표가 말을 바꿨다. 

대구경북 지역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21일 돌연 “이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정부에 적극 협력할 것이며, 민생의 안정을 위해 진력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대구경북이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라는 입장으로 돌변한 것이다. 

과연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보수야당이 코로나 19 사태를 해결할 의도가 있는지 묻고 싶다. 행여 ‘대구 신천지’발 지역 사회 전파를 두 달도 남지 않은 총선 정국에 이용하고자 하는 정치적 계산이 앞선 것 아닌지 말이다. 

앞으로 지켜보면 알게 될 것 같다. TK 지역 확산과 함께 “혈세 투입 반대”에서 “이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정부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황 대표와 미래통합당이 과연 정부에 어떻게 적극 협력하는지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이유다. 

한편, 나경원 의원 측은 “우한폐렴 이라는 용어를 고수 중”이라거나 “중국인 입국금지와 관련해 ~ 말을 바꾸는 것은 기본”이라는 기사 내 표현과 관련해 지난 22일 반론을 전달해 왔다.

나 의원 측은 본인의 페이스북 게시글과 관련해 “글과 사진(피켓)에서 우한폐렴 대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코로나’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2. 17일 이후 글을 살펴보더라도, 중국인 입국 금지가 아닌 전염원 차단을 위한 14일 이내 중국인 방문/경유 모든 외국인 입국금지, 중국인 유학생 국가 관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말을 바꾼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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