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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 칼럼’ 갑론을박…주진형 “민주당, 아쉽지만 고쳐쓸 당”

기사승인 2020.02.17  14: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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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사들 어느 정권보다 ‘표현의 자유’ 누려…‘선거법 개정’ 토론이나 좀..

“민주당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투쟁해온 정당이다. 임미리 교수의 칼럼은 아프게 한다. 민주당이 앞으로 더 잘하겠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 여러분들과 지속적으로 소통, 공감하면서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위해 애써 나가겠다.”

17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모두발언 중 일부다.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경향신문> 칼럼에 대한 논란이 주말까지 계속된 가운데, 민주당의 ‘고소 취하’가 알려진 이후 당 최고위원의 입에서 나온 최초의 공개 발언이었다. 

이날 이인영 원내대표 역시 “코로나 충격으로 민생경제의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우리당 역시 민생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며 해당 논란을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집권여당의 책무”를 강조하면서 나온 발언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당이 보통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보게 된다. 최근, 우리당이 더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심에 귀를 더 열고 경청하면서 민생을 챙기는 집권여당다운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 이인영(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어진 갑론을박, 주진형 전 대표의 고언

주말 내내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경향’과 ‘한겨레’가 일제히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민주당을 질타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칼럼 자체와 해당 매체인 ‘경향’ 신문에 대한 선거법 위반 여부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했고,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반면 임미리 교수는 ‘국민’의 이름을 운운하며 민주당을 향한 직접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민주당만 빼고’란 해시태그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17일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는 4년 전 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에 참여했던 당시에 쓴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 게재하며 “요즘 며칠 동안 사람들 입에 오가는 얘기와 대비가 되는 듯 해서 공유한다”도 소개했다. 그 글의 요지는 이랬다. 

“내가 <더불어 민주당>에 참여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나라가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를 겪지 않기를 원한다. 우리 나라는 이미 장기 침체의 초기에 들어 갔다. 일본에 대해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한다. 우리는 일본보다 못하다. 쌓인 것이 적다. 이렇게 가면 잃어버릴 30년을 앞두고 있다(중략).

김 박사께서 지난 주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김종인 박사를 도와 <더불어 민주당>이 국민에게 수권정당으로 인정을 받아 정권 교체를 하기를 원한다. 한국 정치가 사회 이중화를 해소하는데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양당 독점체제도 문제지만 지금은 정권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니까 주 전 대표는 ‘4년 전과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라고 묻고 있는 셈이었다. 주 전 대표는 이렇게 과거 글을 소환해 과연 ‘민주당만 빼고’란 주장에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그 주장이 놓친 것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었다. 

더불어 “내가 보기에 지금으로선 녹색당 빼고 투표할 당은 민주당 밖에 없다”는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함께. 그러면서 주 전 대표는 이렇게 반문하며 “지금은 극우세력을 국회에서 몰아내는 것에 집중할 때”라며 임 교수와는 정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었다. 

“4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권과 그 세력은 정권을 잃었고 사람들은 이제 좀 숨을 쉴 만하다. 그게 어디인가? 현정부의 개혁성과가 자기들이 원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세상은 한숨에 바뀌지 않는다. 개혁이란 원래 조금씩 서로 도와가며 이루는 것이 아니던가?

4년전 이 글을 쓰고 두 달이 지나 민주당은 박근혜 세력이 의석 과반을 넘는 것을 겨우 막았다. 지금은 4년 전 총선에서 못다 한 일을 마저 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지금으로선 녹색당 빼고 투표할 당은 민주당 밖에 없다. (나는 정의당에 대해 부정적이다. 민주당 옆에 기생해서 먹고 사는 당이라고 생각해서) 

민주당은 아쉽지만 고쳐 쓸 당이다. 나도 지금 정권과 민주당이 하는 일을 보면 혀를 찰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당은 아예 고쳐 쓸 것도 없다. 지금은 극우세력을 국회에서 몰아내는 것에 집중할 때다.”

당신들이 무한히 누리는 중인 그 ‘표현의 자유’ 

“정의당은 이번 총선을 수구세력인 자유한국당을 퇴출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두고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경쟁하는 선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이 촛불 개혁을 바라는 압도적 다수 국민의 한결같은 요구입니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불평등과 기후 위기라는 시대정신을 붙들고 정의당과 치열하게 정책 경쟁에 나설 때 이번 총선의 방향타를 과거에서 미래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와서 미래를 향한 장도에서 정의당과 민주당의 비전 경쟁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같은 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당 상무위원회에서 민주당을 향해 내놓은 당부다. 심 대표는 “민주당이 임미리 교수와 해당 언론사에 대한 고발을 철회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전제 한 뒤 “민주당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가진 문제인식의 핵심은 반대 의사를 표명할 자유인데 민주당이 그 반대할 자유에 대한 편협성을 여지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꼬집으며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선거 과열을 우려한 언론중재위원회의 권고도 집권 여당의 피난처가 될 수는 없습니다. 민주화 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이 진영론을 넘어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에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길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유념하길 바랍니다.”

집권여당을 향해 야당 대표가 충분히 꼬집을 수 있는 내용이고 논리라 할 만 하다. 재차삼차 반복하지만, 민주당의 고발과 논란 직후 이뤄진 빠른 취하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반면 임 교수가 마치 자신이 ‘국민’을 대표한다는 듯, 국민의 이름으로 집권 여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선거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칼럼을 게재하며 논란을 촉발시킨 당사자가 할 말이 아니란 얘기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언제 어디서나 활발하게 토론돼야 한다.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대한 지난한 논쟁을 보라. ‘표현의 자유’는 그 누구의 것도, 특정 진영의 것도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이번 논란은 진영논리에 따라 무구한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개인과 언론사가 ‘표현의 자유’를 무기로 집권여당을 ‘튀는’ 언어로 공격한 것에서 출발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언론사의 사설도 아닌 외부 필진의 칼럼이란 형식을 빌린 채로. 

한국의 언론사들은 그 어느 정권 때보다 ‘표현의 자유’를 무한히 누리는 중이다. 그 ‘표현의 자유’를 무기로 “민주당만 빼고 찍으라”는 메시지를 유포하는 일은 ‘정치 플레이어’나 할 법한 짓이 아닌가. “자유한국당을 찍으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로 지면을 채우는 보수언론이나 경제지들의 논조와 다를 바 없는. 

‘표현의 자유’ 논쟁은 그래서 식상하다. 칼럼을 쓴 당사자나 해당 매체의 ‘의도’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러한 선거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표현을 앞세운 칼럼이 횡행하는 것이 ‘경향’과 ‘한겨레’가 주장하는, 우리가 누리고자 하는 ‘표현의 자유’는 아니지 않은가. 이 논쟁에 공력을 기울일 시간에, 수십 년 간 피해자들을 양산해왔던 ‘공직선거법’ 개정에 대해 한 번 더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이 한국사회를 위한 길이지 않을까.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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