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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오보·막말·편파방송에 대한 ‘솜방망이’ 심의결과

기사승인 2020.02.08  10: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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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재승인 이후 2019년까지 법정재재는 ‘주의’ 단 4건뿐

올해는 종편4사에 대한 재승인 심사가 있습니다. 4월에는 TV조선과 채널A, 11월에는 JTBC와 MBN이 재승인 심사를 받게 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주요하게 반영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지상파(KBS‧MBC‧SBS‧tbs), 종합편성채널(JTBC‧TV조선‧채널A‧MBN),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TV)의 보도‧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와 심의 회의록을 분석했습니다. 분석 기간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입니다.

앞선 보고서 <미디어법 통과 10년, 개선되지 않은 종편의 그늘>(1/23)에서는 심의 결과와 심의 조항의 항목별 통계를 위주로 살펴보았는데요. 이번에는 TV조선 심의결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1. 2017년 3월 TV조선의 재승인

최소 기준 미달인데 재승인 받았던 TV조선

2017년 3월 재승인을 받은 JTBC, TV조선, 채널A 중 TV조선은 재승인 심사평가 1,000점 만점에서 최소 기준인 650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625.13점으로 625점을 겨우 넘겼습니다. 이렇게 최소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해당 종합편성채널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이나 재승인 거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TV조선은 최소 점수에 한참 못 미치는 점수를 받고서도 JTBC, 채널A와 함께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습니다.

당시 심사평가 결과를 보면 JTBC와 채널A에 비해 TV조선이 어느 부분에서 부족했는지가 더욱 잘 드러납니다. TV조선은 5개 심사항목 중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 전부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고, 특히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의 이행 및 방송법령 등 준수 여부’에서는 총점 100점의 34%밖에 미치지 못하는 33.62점을 받았습니다.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그간 TV조선이 받아왔던 많은 비판, 그리고 심의 과정 중 받았던 숱한 행정지도와 법정제재를 떠올린다면 ‘방송법령 등 준수여부’를 따지는 심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게 무리는 아니어 보입니다.

   
▲ 종합편성채널 방송사업자별 심사평가 결과(2017/3/24, 출처 : 방송통신위원회)

오보‧막말‧편파 방송 줄이는 조건으로 재승인

방통위가 펴낸 2017년도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PP 재승인백서(2017/8)에서 밝힌 사업자별 주요 심사의견에서도 TV조선은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인한 심의제재 건수가 월등히 많음에도 원인을 찾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러한 심사결과에 따라 방통위는 TV조선에 조건 및 권고사항을 부가하여 재승인을 결정했는데요.

주요 재승인 조건 중 하나가 바로 “방송심의 규정 제9조, 제13조 제1항 내지 제3항 및 제5항, 제14조, 제27조 제1호, 제2호 및 제5호, 제51조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가 2014년 13건, 2015년 11건, 2016년 8건 받아 방송의 품격을 저해하고 있으므로 이를 매년 4건 이하로 감소시킬 것”이었습니다.

즉, 오보‧막말‧편파 조항의 법정 제재 건수를 매년 4건 이하로 줄이라는 것이었죠. 방통위는 오보‧막말‧편파 조항을 제9조(공정성),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14조(객관성), 제27조(품위 유지), 제51조(방송언어) 조항으로 한정해서 재승인 조건에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재승인 조건이 나간 이후에 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방통위가 선거방송특별심의위원회의(이하 선방심의위) 심의결과는 TV조선 조건부 재승인의 ‘조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2018년 4월 10일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신영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반정책과장은 “종편 재승인 조건을 보면 방송심의규정에서 오보, 막말, 편파방송 관련 조항을 어길 경우에만 위반한 게 된다”면서 “선거방송은 방송심의규정이 아닌 별도의 특별규정이기 때문에, 예외 사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민언련과 여러 언론, 선방심의위원조차 이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방통위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종편 재승인 조건을 내걸 당시 실수가 있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했지만, 사과는커녕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그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3년간 종편은 선방심의위 심의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재승인 이후 2019년까지 법정제재는 단 4건뿐

선방심의위 심의결과를 재승인 조건에 적용하지 않은 것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방통심의위가 TV조선의 심의 안건에 대해서 적용해야 할 오보‧막말‧편파 조항을 적용하지 않거나, 오보‧막말‧편파 조항을 적용하고도 법정제재를 의결하지 않은 경우가 다수 있었습니다. 2017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2년 8개월 동안 TV조선이 방통심의위로부터 받은 법정제재 건수는 ‘주의’ 단 4건에 불과합니다.

2년 8개월간 고작 4건의 법정제재를 받았으며 재승인 조건에 해당하는 오보‧막말‧편파 조항 위반으로 받은 법정제재 건수는 단 3건뿐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TV조선은 2017년에는 법정제재를 한 건도 받지 않았고 2018년에는 낮은 수위의 법정제재인 ‘주의’ 3건을 받았습니다. 2019년에는 주의 1건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2018년에 주의를 받은 3개의 안건에는 오보‧막말‧편파 조항에 해당하는 객관성과 품위 유지 조항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러나 매년 4건 이하의 법정제재를 유지하라는 조건을 충족시켰으므로 재승인 조건은 어기지 않은 것이 됩니다.

   
▲ 종합편성채널 방송사업자별 심사평가 결과(2017/3/24, 출처 : 방송통신위원회)

2018년에 주의를 받은 안건은 단 한 건인데 그마저도 오보‧막말‧편파 조항에 해당하는 심의규정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2018/8/22)에는 제51조(방송언어)가 적용되는 것이 마땅했는데도 말입니다. 그렇다면 방통심의위 속기록 등을 중심으로 어떤 방송을 어떻게 심의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2. ‘강진 살인사건’ 보도에 대한 심의

‘강진 살인사건’에 대한 TV조선의 보도 수준 ‘심각’

방통심의위가 TV조선의 심의 안건에 대해서 적용해야 할 오보‧막말‧편파 조항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강진 살인사건에 대한 TV조선의 보도였습니다. 민언련도 보고서 <‘강진 살인사건’ 다루는 TV조선, 보도가 아니라 ‘잔혹 소설’>(2018/7/10)을 통해서 비판한 적이 있을 만큼 TV조선의 보도 수준은 심각했습니다.

   
▲ 성범죄 가능성 단정 지은 TV조선(2018/6/25)

2018년 6월 25일 방송됐던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서는 강진에서 한 학생이 아빠의 친구에게 살해당한 사건을 다뤘습니다. 당시는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바로 다음 날이었습니다. 가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였기 때문에 가해자의 범행동기나 범행방식 등은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진행자 김광일 씨와 출연자들은 가해자의 범행동기나 범행방식을 멋대로 추측하여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진행자 김광일 씨의 진행방식이었습니다. 강진 살인사건이 성폭행 범죄일 것이라며 성범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광일 씨는 “가령 예를 들면요, 이 50대 용의자가 (공범에게) ‘내가 여고생 하나를 데리고 가는데, 너하고 나하고 이 여고생을 어찌어찌’, 좀 왜 성폭행을 이르는 자신들의 말을 쓴 다음에, ‘그다음에 어떻게 하자’ 이랬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추측성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오히려 출연자인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가 “(공범에 대한) 그런 어떤 증거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가능성이 조금 낮은 것 같고요”라며 공범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김광일 씨 진행방식은 심의과정서도 도마 위에

이 밖에도 김광일 씨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어떤 또 강력한 유혹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뭔가 그러니까 네가 정상까지만 가면 내가 너한테 당장 30만 원 주겠다, 뭐 몇 십만 원 주겠다, 이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라고 추측성 질문을 하고 출연자들이 추측과 단정을 바탕으로 한 발언을 내놓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김광일 씨 질문에 출연자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는 “뭐, 우리가 이제 확인된 바는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만, 요새 이제 친구들 중에는 경우에 따라서 이렇게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에 원조교제가 있다든지, 아니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몸캠이라 그래서 야외에서 일련의 누드 사진 같은 것을 찍어 가지고 이 부분을 이제 뭐 어떤 웹사이트나 이런 데다 올려서 금품을 얻어내거나 이런 경우들”이라고 말하며 근거도 없이 원조교제와 몸캠 등을 피해자와 연관 짓기도 했습니다. 김광일 씨는 출연자들이 잘못된 발언을 하면 이를 제지하거나 정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 진행자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섣불리 추측하거나 단정하고 출연자들의 추측성 발언을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김광일 씨의 진행방식에 대해서는 당시 이 안건을 심의했던 윤정주 위원도 “진행자 자체가 중심을 잡지 않고 더욱더 얘기들을 부추기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본인이 나서서 얘기하는 경우가 있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전광삼 위원은 “강진 살인사건 관련해서 비단 TV조선뿐만 아니라 당시에 추측 보도들이, 무수한 추측들이 있었다”며 TV조선의 보도만 추측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고 두둔했지만, 윤정주 위원은 “다른 방송 또는 다른 신문에서도 관련 사안에 대해서 추측성 내용이 나왔지만 몸캠을 했다든지 성매매, 원조교제 이런 가능성에 대한 추측은 없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보도’가 아니라 ‘대담’이라 객관성 조항 제외?

결국 해당 방송에는 법정제재인 ‘주의’가 의결됐습니다. 하지만 상정될 때 오보‧막말‧편파 조항에 해당하는 제14조(객관성)과 제27조(품위 유지) 제5호가 적용되었던 것과 달리, ‘주의’로 의결될 때 제14조(객관성) 조항은 빠졌습니다. 2018년 제22차 방통심의위 정기회의(2018/10/22)에서 전광삼 위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패널들이 나와서 나름대로 자기의 경험 등을 가지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그 대목에서 이것에 맞네, 안 맞네 얘기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중략) 의혹 제기라든가 가능성,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능성 제기, 이런 부분들을 원천 봉쇄시켜야 한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그리고 이 사건은 더군다나 미제로 끝난 사건이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진실이 아닌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없이 이 사건이 종결되어 버렸다. (그래서) 진실성이냐 객관성이나 이런 부분들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같은 회의에서 이소영 위원도 전광삼 위원과 비슷한 발언을 했는데요. 이소영 위원은 “이것이 만약에 보도프로그램이라고 한다면 아마 제14조(객관성) 위반도 문제가 되었을 텐데, 그것이 아니라 여러 패널이 나와서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형식으로 가능성에 대해 제기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보도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더 엄격하게 ‘객관성’ 조항을 적용받아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보도프로그램이 객관성 조항을 더 엄격하게 적용받아야 한다고 해서 보도프로그램 이외의 프로그램에 객관성 조항이 더 완화된 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말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더군다나 종편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들은 이미 보도프로그램과 같은 신뢰수준으로 시청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통위가 2011년 펴낸 <영국 BBC 제작 가이드라인 및 심의 사례>(2011/12)에 나온 ‘범죄와 반사회적 행위 보도’에 관한 원칙을 보면 BBC는 ‘범죄 및 반사회적 행동에 대한 보도는 시청자에게 사실을 맥락 내에서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증거 없이 연상을 통해 유죄를 암시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범죄 보도에서는 이미 드러난 사실을 맥락 내에서 전달하는 것이 맞고, 전광삼 위원이 말한 것처럼 ‘의혹 제기라든가 가능성,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능성 제기’는 옳지 않다는 것이죠. 그리고 근거 없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가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불러오는지 우리는 많은 보도 및 시사 대담프로그램의 문제를 통해 이미 경험했습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성범죄 가능성을 제기하고 단정 짓는 방송을 했습니다. 종편의 시사 대담프로그램이 보도프로그램과 같은 수준의 신뢰도를 갖고 있다는 점과 BBC가 밝힌 범죄 보도의 원칙 등을 생각해본다면, 출연자들이 여러 가능성일 제기할 수 있는 대담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객관성 조항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은 방통심의위에서 TV조선에 대한 봐주기 심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보‧막말‧편파 조항 적용하고도 가장 낮은 ‘의견제시’

마찬가지로 강진 살인사건을 다뤘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8/6/28)에 대해서 방통심의위는 오보‧막말‧편파 조항인 제14조(객관성), 제27조(품위 유지) 제5호, 제51조(방송언어) 제3항을 적용하고도 행정지도에서 가장 낮은 수위인 ‘의견제시’를 의결했습니다. ‘의견제시’를 의결할 만큼 방송내용에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었습니다. 출연자인 서정욱 변호사는 본인의 살인사건 변호 경력을 근거로 들면서 “(용의자가) 큰 강력한 전과는 없어요. 근데 저는 초범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반드시 이게 여죄가 있다”며 가해자에게 여죄가 있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이어 서정욱 씨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자른 이유에 대해서도 “엽기적인 성적 취향, 옛날에 이게 제가 맡았던 사건 중에 연쇄살인범 중에 보면 속옷만, 죽이고 나서 속옷만 가져가는 경우도 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범죄가 가해자에게 엽기적인 성적 취향이 있어서 벌어진 ‘엽기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안타깝게 희생된 피해자의 인권을 또다시 침해한 것입니다. 서정욱 씨가 발언을 하는 와중에 서정욱 씨 발언에 너무 심취했던 다른 출연자가 ‘미친놈’이라고 가해자를 향해 욕설을 내뱉는 것까지 그대로 전파를 탔습니다.

   
▲ ‘엽기 범죄’로 단정 지으며 피해자 인권 침해한 TV조선(2018/6/28)

범죄사건의 경우 드러난 사실만을 가지고 건조하게 보도해야 하며 근거 없이 섣부른 추측이나 단정은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도 TV조선은 출연자에게 범죄에 대한 추측과 단정을 말하게 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결국 출연자의 추측과 단정을 그대로 믿은 다른 출연자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가해자를 향한 욕설을 내뱉을 만큼 이날의 방송 수준은 심각했습니다. 방통심의위도 문제를 인식하고 해당 방송이 제14조(객관성), 제27조(품위 유지) 제5호, 제51조(방송언어) 제3항을 어겼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심의 결과는 ‘의견제시’였습니다.

출연자 발언 ‘정정’한 게 아니라 ‘강조’한 것

방통심의위는 “진행자가 출연자의 발언을 정정하는 등 객관성과 공정성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한 점, 의견진술 과정에서 방송사가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 의지를 밝힌 점들을 감안”하여 ‘의견제시’를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가 ‘의견제시’의 이유로 밝힌 “진행자가 출연자의 발언을 정정하는 등 객관성과 공정성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방송 중 진행자 윤정호 씨는 출연자 서정욱 씨의 발언을 정정했다기보다 강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정욱 씨의 발언 직후 윤정호 씨는 “이 용의자로 보이는 그 김 씨. 용의자 김 씨가 뭐 여성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만, 확인은 잘 안 되고 있습니다만,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 그렇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확인이 안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말씀드리기가 힘듭니다만, 여하튼 서 변호사님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치밀하게 했다 라는 부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뭐 다들 공감을 하시는 것 같고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야기가 나온다’, ‘증언이 그렇게 나온다’며 부정확한 사실을 말한 뒤 서정욱 씨의 발언에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체 이와 같은 윤정호 씨의 발언 어디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엿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3. ‘고 노회찬 의원 생중계’ 보도에 대한 심의

시신 이송 중인 구급차 클로즈업에도 ‘의견제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2018/7/23)이 고 노회찬 의원의 시신 이송 장면을 생중계한 보도 역시 오보‧막말‧편파 조항에 해당하는 제27조(품위 유지) 제5호를 적용하고도 제재수위는 행정지도 중에서도 가장 낮은 ‘의견제시’가 의결돼 문제였습니다. 민언련도 보고서 <TV조선, ‘시신 이송 생중계’에 “비극적 최후” 자막까지>(2018/7/23)에서 비판한 바 있습니다.

   
▲ 구급차량 창문 클로즈업한 TV조선(2018/7/23)

진행자 엄성섭 씨는 “노회찬 의원의 어머니 집에서 이런 극단적인 상황들. 자, 지금 저희가 화면으로 보여드리는 바로 저게 지금 현장 라이브입니다. 경찰차와 함께 지금 보이는 구급차가 지금 이 사고 현장에서 병원을 향해서 이동하고 있는 장면을 저희가 보여드리고 있습니다”라며 병원으로 이동하는 구급 차량을 따라가며 촬영하는 모습을 4차례에 걸쳐 총 6분 30초가량 생중계했습니다. 생중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화면에 ‘고 노회찬 의원 시신 구급차로 병원 이송 중’이라는 자막을 띄웠고, 심지어 신호 대기로 구급차 옆에 취재진 차량이 바짝 붙게 되니 구급차 창문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04년 10월 5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가 발표한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윤리강령>에서는 ‘언론은 자살 사건의 보도 여부, 편집, 보도방식과 보도 내용은 유일하게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입각해서 결정하며,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어서는 안 된다’, ‘언론은 자살 보도에서 자살자와 그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이러한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지 않아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보도를 했습니다. 제27조(품위 유지) 제5호에서 제시하고 있는 ‘그 밖에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에 해당하는 보도였습니다.

같은 화면을 견디지 못한 직업적 본능으로 클로즈업?

2018년 9월 20일 열린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에 TV조선 관계자들이 해당 방송에 대한 의견진술을 하러 나왔습니다. 정박문 TV조선 보도본부 편집2부 부장은 “(방송이) 불쾌감을 유발하거나 아니면 이런 것을 방송하지 말라는 사전의 심의규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저희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실시간 판단으로 진행하게 됐다”라고 밝혔는데요. 이는 매우 황당한 발언입니다. TV조선이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해 보도하기 전에 이미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윤리강령>이나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이 마련돼 있었는데도 이런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것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는 건 보도 책임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을 시인하는 꼴이기 때문이죠.

권기덕 TV조선 보도본부 시사제작부 차장은 “(시청자 중에서) 불쾌감을 느끼신 분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런 다양한 반응들, 어떤 불편함,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를 해서 제작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고 노회찬 의원 시신 이송 생중계가 있고 난 후 많은 비난 여론이 일었습니다. 그러나 TV조선 제작진은 많은 시청자들이 느끼는 불쾌감을 일부 시청자들이 느낀 다양한 감정 중 하나로 이해하고 그것까지 고려하여 방송을 제작할 순 없다고 항변한 것입니다.

TV조선 제작진의 황당한 의견진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정박문 TV조선 보도본부 편집2부 부장은 “PD와 카메라 기자는 화면이 멈춰 있거나 계속 같은 화면이 나가는 것을 몇 초 이상 견디지 못하는 직업적인 본능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촬영기자가 정차 중에 시신을 이송 중인 구급차량 창문을 클로즈업해서 찍은 것에 대해 해명한 것인데요. 이에 대해 윤정주 위원은 “어떤 것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 할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필요하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기자는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품위 유지 조항이 모호하고 포괄적이라 ‘의견제시’?

이처럼 제작진의 부족한 인식수준에 방통심의위는 엄정한 제재를 내려서 제작진이 보도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는 이러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마땅했을 겁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의견제시’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유는 TV조선과 같이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자제하라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심영섭 위원은 “이런 유사한 형태의 보도를 금지하거나 혹은 자제하라는 규정은 사실상 없는 것은 맞다. (중략) 저는 응급차량에 대한 영상을 내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방송사가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심의과정에서 위원들은 제27조(품위 유지) 제5호에서 말하는 ‘그 밖에’에 대해서 ‘상당히 주관적인 판단기준’이라거나 ‘굉장히 포괄적인 조항’이라고 말하며 적용하기에 모호하다는 입장을 취했고 결국 ‘의견 제시’로 의결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2018년 5월 5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대한 심의태도와는 너무나 다른 심의태도입니다. <전지적 참견 시점>은 출연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을 보여주며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특보 화면을 내보내 물의를 빚었습니다. 방통심의위에서는 <전지적 참견 시점>에 대해 제20조(명예훼손 금지) 제1항 및 제2항, 제25조(윤리성) 제1항, 그리고 오보‧막말‧편파 조항에 해당하는 제27조(품위 유지) 제5호를 적용해 법정제재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위의 ‘해당 방송프로그램 중지’ 및 ‘해당 방송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같은 조항을 적용하고도 한쪽에는 조항이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며 가벼운 징계를 내리고, 다른 한쪽에는 중징계를 내리는 심의과정에 신뢰를 보내긴 어려울 겁니다.

4. ‘장애인 비하 용어 사용’에 대한 심의

막말이 분명한데도 막말 조항 적용 안 해

막말이 분명한데도 방송심의규정 중 오보‧막말‧편파 조항을 적용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2018년 8월 22일 방송된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 대한 심의가 그러했는데요. 민언련도 보고서 <장애인 성폭행을 ‘성적악귀 들려 반편이에게 한 몹쓸 짓’이라 한 TV조선>(2018/8/23)을 통해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해당 방송에서는 70~80대 남성 7명이 같은 마을에 사는 지적장애 여성을 2004년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서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속마음 셀카’라는 코너를 진행했는데요. 진행자인 김광일 씨가 속마음을 털어놓는 형식으로 사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속출했습니다.

“옛날 저희 시골마을에서는요. 반편이라고 불렸던 그런 남성이나 여성이 마을마다 한 둘쯤 있었습니다. 요즘은 쓰지 않는 말입니다. 지적 능력이 다소 떨어졌던 장애인을 그렇게 말했죠. 아이들도요 그 시절에는 예사로이 이런 사람들을 놀려먹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이런 여성에게 여럿이 오랫동안 성폭행을 하는 몹쓸 짓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성적 악귀가 마을에 들어오지 말라고 천하대장군을 세워놓는 그런 마을도 있었죠. 아직도 이런 일이 있나. 이런 사건을 들을 때마다 참 가슴이 먹먹합니다”

명백하게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문제였지만, 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과거에도 종종 있었던 일 정도로 치부하거나 ‘몹쓸 짓’이라고 표현한 것도 문제였습니다. 서울YWCA에서 발표한 <[인터넷 기사]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2019/8/14)에서는 ‘몹쓸 짓’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성폭력 범죄를 ‘몹쓸 짓’이라고 표현해 성범죄를 사회적 범죄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환원함으로써 여성 대상 범죄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몹쓸 짓’이라는 용어 사용으로 성범죄를 별 문제가 아닌 것으로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방송언어 조항에 위반될 만큼 심한 욕설 아니다?

해당 방송은 애초에 제21조(인권보호) 제2항, 제30조(양성평등) 제4항, 제51조(방송언어) 제3항이 적용돼 방통심의위에 상정되었습니다. 방통심의위 업무에 자문 역할을 하는 방송자문특위에서도 출석위원 전원이 TV조선의 방송이 심의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인권 감수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심의를 이어갔고 결국 제51조(방송언어) 제3항이 심의 조항에서 제외됐습니다.

   
▲ ‘반편이’라는 장애인 비하 용어 사용한 TV조선(2018/8/23)

박상수 위원은 “제가 사전을 찾아보니까 ‘반편이’라는 뜻은 (중략) ‘지능이 보통 사람보다 모자라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유의어로는 ‘바보’. 제가 어렸을 때도 저희 고향에서는 ‘반편이’라고 안 하고, ‘반평이’ 이런 식으로 하더라. 저는 ‘바보’ 정도로 알아들었다. 그런데 이것이 방송언어 조항에 위반될 만큼 심한 욕설의 성질은 아니라고 판단이 되어서, 이 조항 적용 여부를 한번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사전에서 뜻을 찾아보고 명백한 장애인 비하 용어임을 확인하고도 본인의 어린 시절 기억을 근거로 들며 제51조(방송언어) 제3항 위반이 아니라고 한 겁니다.

심영섭 위원은 박상수 위원의 발언에 동의를 표시하면서 제51조(방송언어) 제3항에서 ‘다만,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내용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는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TV조선에서 제3항의 해당 부분을 근거로) 이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게 되면 나중에 이것은 다툼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라며 지레 TV조선과의 다툼을 걱정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어느 방송에서 대체 어떠한 불가피한 이유로 명백하게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해당 방송을 제대로 봤다면 진행자 김광일 씨의 발언이 명백하게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결국 허미숙 소위원장이 이러한 박상수 위원과 심영섭 위원의 의견을 종합하여 “제21조(인권보호) 제3항이 (장애인 비하 표현을 심의할) 충분한 대안이 된다”라고 하면서 애초에 적용됐던 방송언어 조항은 제외됐고 인권보호 조항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습니다.

맥락을 봐야지 단어를 볼일은 아니다?

심의위원들의 황당한 발언은 TV조선 관계자와 진행자 김광일 씨의 의견진술 과정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윤정주 위원은 김광일 씨가 ‘속마음 셀카’에서 사용한 ‘몹쓸 짓’이라는 표현에 대해 “‘몹쓸 짓’이 아니라 범죄”라고 비판했는데요. 전광삼 위원은 “‘속마음 셀카’는 맥락을 봐야지, 단어를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략) 이것이 몹쓸 짓이니까 범죄지, 잘한 짓이면 범죄가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전광삼 위원은 언론에서 성범죄를 ‘몹쓸 짓’이라고 표현하여 성범죄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전광삼 위원은 “‘반편이’ 이런 말들은 ‘응답하라 1994’에서 보면 ‘반편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부산 사투리로 ‘반편이가’ 이런 얘기를 한다. ‘반편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등록되어 있는 말이다”라며 김광일 씨가 사용한 장애인 비하 용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발언했는데요. 제대로 된 심의위원이라면 드라마는 물론 시사 대담프로그램에서도 장애인 비하 용어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어야 합니다. 드라마에도 나오고 국어사전에도 나오고 있으니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심의위원으로서 인권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진행자 김광일 씨가 의견진술 과정에서 “그 ‘반편이’라는 말이 어떻게 내 머릿속에 들어 있다가 나왔는지”라며 본인의 발언이 잘못임을 고백했지만, 오히려 박상수 위원이 “‘반편이’는 문제가 없다”라고 말하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전광삼 위원은 “‘반편이’, ‘성적 악귀’, ‘몹쓸 짓’ 이런 거 전체를 묶어서 장애인 피해자 인권을 침해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중략) 아직도 이런 일이 있나. 이런 사건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김광일 씨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였다. 이건 다 빼버리고 글자 단어를 가지고 문제를 삼는 건 이야기가 안 된다”라고 말하며 진행자 김광일 씨의 속내까지 친절하게 헤아려주는 심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심의 끝에 허미숙 소위원장도 “(인권 보호 조항의) 3항이 명시하고 있는 피해여성을 조롱했거나 부정적이고 열등한 대상으로 다뤘다고 보기는 어려워서 3항은 배제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낸다”라고 했고 다른 의원들이 이에 동의하면서 오보‧막말‧편파 조항에 해당하는 제51조(방송언어)가 제외된 것으로도 모자라 이를 대신할 제21조(인권보호)마저 제외되었습니다. 해당 방송은 ‘주의’ 판정을 받았지만 막말 조항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TV조선은 오보‧막말‧편파 조항에서 법정제재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재승인 조건을 피해가게 된 겁니다.

5. <김광일의 신통방통>에 대한 심의

심의 조항 위반했는데도 ‘기각’ 혹은 ‘문제없음’

TV조선의 보도‧시사프로그램들이 심의 조항을 위반했는데도 ‘기각’ 혹은 ‘문제없음’이 내려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사례는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2018년 10월 4일 방송된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서는 당시 요정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액이 증가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을 전하고 대담하는 과정에서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부적절한 발언을 하여 심의 테이블에 올랐습니다.

민언련도 이날 방송에 대해 보고서 <이대로라면 TV조선은 시사 프로그램을 모두 폐지해야 한다>(2018/10/15)에서 비판했습니다. 심의 조항으로는 오보‧막말‧편파 조항에 해당하는 제27조(품위 유지) 제5호와 제30조(양성평등) 제4항이 적용되었으나 심의 결과는 ‘문제없음’이었습니다.

   
▲ 요정을 ‘고급 한정식 집’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TV조선(2018/10/4)

이날 방송에서 진행자 김광일 씨는 요정을 “한복을 곱게 입은 여성들이 음식을 나르기도 하고, 시중도 들고 그런 한식집”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진행자의 황당한 정의에 이어 출연자들의 황당한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대기업에서) 해외 사업도 해야 하니까 바이어들을 접대할 때는 룸살롱이나 단란주점보다는 한정식도 나오고 한복을 입은 여성 접객원이 있는 요정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 “외국 사람들이 와서 볼 때는 우리 전통 문화의 일부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는가 하면,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해외 바이어들 들어오면 저것(요정)도 일종의 한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요정은 일제강점기에 있던 관기 제도가 폐지되며 방치된 기생들이 술시중을 들던 유흥업소였습니다. 요정에 대한 역사적 맥락과 대중의 인식 모두 그러합니다. 그런데 진행자 김광일 씨는 요정을 ‘고급 한정식 집’ 정도로 정의하고, 출연자들은 요정에 대해 ‘우리 전통 문화의 일부’라거나 ‘일종의 한류’라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 대한 심의에서 전광삼 위원은 “(방송에서) 성매매는 단 한 줄도 언급이 안 돼 있다. ‘요정’이라고 이야기했던 한정식 집에도 예전에는 자주, 자주는 아니고 가끔 가 본 기억이 있다. 제가 갔던 데가 조금 음란하거나 이상한 데는 단 한 군데도 없었던 것 같다. (중략) 고급 한정식 집 정도로 이해를 하고 있다”며 해당 방송에 문제가 없다고 심의했습니다. 심영섭 위원도 “현재 등장하고 있는 고급 한정식 집에 대한 것이 (방송의) 핵심”이었다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고 박상수 의원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윤정주 위원이 “성매매를 하지 않더라도 여성이 술을 따르고, 옆에 앉아서 흥을 돋우는 존재로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 요정이다. 이것이 어떻게 한류가 된다는 말씀인가”라고 해당 방송을 비판했지만, 앞선 세 명의 심의위원들이 ‘문제없음’으로 판단하면서 결국 해당 방송은 ‘문제없음’으로 의결되었습니다.

‘오산기지 내 북한 고정간첩’ 가짜뉴스에도 ‘기각’ 결정

심의 테이블에도 올라가보지 못하고 ‘기각’이 결정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2018년 11월 15일 방송된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서는 북한에 비밀 미사일기지가 있다는 가짜뉴스 논란을 다루던 중 출연자가 오산 미군기지 앞 아파트에 북한 고정간첩이 있다는 황당한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민언련도 보고서 <TV조선 “오산 기지 앞 아파트에 고정간첩이 있다”>(2018/11/22)에서 비판한 바 있습니다.

   
▲ 오산 기지 앞 북한 고정간첩 가짜뉴스 내보낸 TV조선(2018/11/15)

이날 방송에서 출연자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미국의 실시간 정찰기 감시를 위해) 우리 오산기지 앞에 북한의 고정간첩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라고 말하며 뜬금없이 ‘오산기지 앞 북한 고정간첩’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발언이 너무도 황당했던지라 평소 <김광일의 신통방통>에서 문제 발언을 일삼던 진행자 김광일 씨마저 신인균 씨에게 “(고정간첩 주장은) 어떤 간접적인 증거라도 있으신 말씀이신지요?”라고 물었습니다. 신인균 씨는 간접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오산기지 활주로 바로 옆에 아파트들 많이 있어요. 그래서 정말 북한이 바보가 아니라면 거기 뭐 몇 억 원만 주면 아파트 살 수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서 매일 창문만 열고 쳐다만 보고 있어도 어떤 비행기가 어떻게 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당연히 상식적인 판단입니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평가 및 비판 폭넓게 용인돼야?

가짜뉴스에 대한 논란을 다루는 대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근거도 없이 본인의 머릿속 생각을 ‘상식적인 판단’으로 둔갑시켜 가짜뉴스를 내놓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신인균 씨의 발언은 북한에 대한 공포심과 잘못된 인식을 부추기고 강화할 수 있는 발언으로 큰 문제였습니다. 이에 민언련은 해당 방송에 오보‧막말‧편파 조항에 해당하는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와 제14조(객관성), 제27조(품위 유지)를 적용하여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이를 심의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고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기각’을 결정한 이유가 매우 황당합니다.

“일반 시청자로서는 상기 발언이 출연자의 개인적 견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출연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개진하는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특성상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평가 및 비판은 폭넓게 용인되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관련 규정을 적용하여 제재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시청자들은 종편의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보도 프로그램에 준하는 신뢰수준으로 시청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신인균 씨는 단순히 개인 자격으로 방송에 출연한 것이 아니라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출연하여 문제 발언을 했습니다. 신인균 씨가 ‘(고정간첩 주장에) 간접적인 증거는 없다’고 했지만, 국방이나 군사 분야의 전문가 자격으로 출연한 신인균 씨의 발언을 시청자들이 신뢰하여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방통심의위는 시청자들이 신인균 씨의 발언을 ‘개인적 견해’로 이해했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판단한 겁니다.

그리고 아무리 출연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개진하는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출연자들이 방송 중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까지 ‘다양한 견해’로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근거 없는 허위정보는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평가 및 비판’에 해당하지도 않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5월 1일~2019년 12월 31일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와 심의 회의록(지상파(KBS‧MBC‧SBS‧tbs), 종합편성채널(JTBC‧TV조선‧채널A‧MBN),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TV)의 보도‧시사프로그램으로 한정)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http://www.ccdm.or.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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