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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세월호 보도 개입’ 단신 보도 적절했나

기사승인 2020.01.18  10: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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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의 미디어 무엇을 말했나(2)] 1월11일∼1월17일

한 주(1월11일부터 1월17일)동안 발생했던 미디어 이슈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1) ‘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의원 유죄 … 그런데 KBS는? 

“박근혜 정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 세월호 보도 개입으로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이정현 무소속 의원(62·전남 순천)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방송법이 제정된 이후 ‘방송 간섭’을 이유로 나온 첫 유죄 확정 판결이다.” 

한겨레가 지난 17일 12면에서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이다.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최초의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죄 판단을 받아들인 것” - 이번 판결이 가진 의미다. 

   
▲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국회의원(무소속)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겨레 기사 보기] ‘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의원 벌금 1000만원 확정 

누구나 방송 보도와 편성에 부당하게 개입해선 안 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권력을 잡은 이들은 종종 이 원칙을 망각한다. 대법원은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이 ‘방송 편성’에 부당하게 개입할 경우 법적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판결로 보여줬다. 

사실 이정현 의원은 ‘KBS의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에 유죄 판결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이런 식의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정치인이 이정현 의원 뿐일까.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여기에 더해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을 그대로 수용한 언론인은 하나도 없을까 – 이런 생각도 든다. 

‘이정현 의원의 벌금형 확정’을 보면서 ‘그 시절 정치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정치인과 주요 언론사 핵심 간부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최소한의 자기반성은 하고 있을까.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마지막으로 KBS가 ‘이정현 의원 세월호 보도 유죄’를 지난 16일 <뉴스9>에서 ‘단신’으로 보도했다. 왜 단신이었을까. △이번 판결이 가진 의미 △당시 KBS 내부 상황 △당시 관련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번 유죄 판결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등을 다각적으로 짚어야 하지 않았을까. 

노파심에서 한 마디 덧붙이면, 이런 아이템은 <저널리즘 토크쇼 J>에게 맡기지 말고 <뉴스9>에서 ‘심층 보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KBS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신뢰도가 상승한다. 단신이라니 … 실망이다. 

(2) 언론 자유 최대 적은 정치권력? NO! 광고주!! 

이번 주에 주목할 만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먼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9 언론인 조사’ 결과. 

상당수 언론은 △우리나라 언론인들이 2019년이 예전보다 취재하기 더 자유로웠다고 느꼈고 △2007년 이후 ‘언론 자유도’가 최고라는 부분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최대 적’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1위는 ‘광고주.’ 68.4%였다. 2위는 편집·보도국 간부(52.7%), 3위는 사주·사장(46.4%), 4위는 기자의 자기검열(32.5%), 5위는 정부·정치권(22.4%), 6위는 언론 관련 법·제도(25.2%), 7위는 독자·시청자·네티즌(18.4%), 8위는 이익단체(18.3%), 9위는 시민단체(10.6%) 순이다. 

고발뉴스를 통해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기자들이 더 이상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나 이익단체를 두려워하거나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의 언론인 2019' 조사 결과. <그래픽 =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뉴시스>

[고발 기사] 이제 기자들의 ‘편집권 투쟁’도 바뀌어야 한다

오히려 정부나 정치권보다는 ‘광고주’와 ‘사주·언론사 간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이 언론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한 기자들의 ‘자기검열’ 역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기자들의 ‘이 같은 인식’과 현실에서의 ‘투쟁’은 비례하고 있을까. ‘광고주’의 부당한 요구나 사주나 간부들의 부당한 지시에 언론인들은 어떤 문제제기를 하고 있을까.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사실상 ‘비판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조용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007년 이후 ‘언론 자유도’가 최고라는 조사 결과는 사실 - 언론인들은 부끄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권위주의적인 정치권력’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눈치보기로 일관하다가 상대적으로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정권이 들어서자 ‘맘대로 쓰고 있다’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적인 정부 시절 ‘눈치보기’로 일관한 기성 언론 … 지금은? 

이 말은 다시 ‘권위주의적인 정권’이 들어서거나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정권’이 들어서면 ‘그때 그 시절’로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언론 자유도가 ‘왔다 갔다’ 하는 나라는 ‘성숙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성격’에 따라 비판 강도가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언론 역시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9 언론인 조사’에서 현업 언론인들이 읽어야 할 포인트는 사실 이 부분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2007년 이후 ‘언론 자유도’가 최상을 찍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견제하고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야 하는 대기업(광고주)에 대해선 기성 언론 상당수가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언론사 내부의 부당한 상황이나 문제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무슨 얘기냐? 언론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언론 종사자들이 ‘대기업’을 비롯한 광고주들과 ‘자신들 내부 문제’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게 필수적이라는 얘기. 

뉴스 수용자들은 남을 향해 ‘교과서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비판하는 언론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면? 회복 불능의 길로 간다는 게 필자의 생각. 

(3) 장애인 비하 … 기성 언론도 자유롭지 않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영상을 내리고 이해찬 대표가 공식사과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비슷한 발언으로 이미 물의를 빚었던 터라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건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연말, 국회의원의 장애인 비하 표현 사용에 대해 국회의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인권위는 “‘꿀 먹은 벙어리’, ‘정신병자’와 같은 표현은 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고 편견과 혐오를 키운다”며 “절대 용인돼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인권위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이런 표현들’ - 언론에서 종종 등장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와 전현직 국회의원들 ‘장애인 비하’ 발언을 준엄하게 꾸짖었던 언론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제목이나 기사에서 ‘문제성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고발 기사] ‘장애인 차별’ 이해찬 대표 발언도 문제지만 …

최근 사례로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 갈등’ 보도가 있다. 지난 16만 하더라도 보도가 이어졌는데 제목만 몇 개 소개하면 이렇다. 

<“사람을 정신병자·범죄자 취급한다”…분노한 이국종>(머니투데이) 
<“쌍욕 먹으면서…내가 정신병자냐” 이국종, 작심 발언…병원 갈등 폭발>(아시아투데이)

이외에도 서울신문, 국민일보를 비롯한 많은 언론이 기사에서 장애인 비하 발언을 그대로 소개했다. 참고로 SBS의 경우 지난 15일 <8뉴스>에서 이국종 교수 발언을 ‘삐’ 처리했다.  

이국종 교수 보도 외에 다른 기사도 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반응 기사를 내보냈는데 제목이 <정병국 “외눈박이 대통령, 자화자찬·정신승리…‘보수통합’ 힘 있어야”>다. 

이외에도 <심재철 “文 대통령 신년사, 비현실적 망상·외눈박이”>(아시아경제 2020년 1월7일) <수사 개입 靑-치받는 檢… ‘외눈박이 진실’ 외치며 사사건건 충돌> (한국일보 2019년 12월18일) <황교안 “문 대통령, 北 미사일에 벙어리…굴종적 대북정책”>(SBS 2019년 8월7일) 등 장애인단체와 인권위가 ‘사용하지 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언론 보도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장애인 비하 발언과 표현, 언론에도 자주 등장…언론도 인권 감수성 키워야

사실 장애인 인권단체의 이 같은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숱하게 문제를 제기해왔고, 언론들도 이런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문제는 ‘언론 보도’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 비하 발언이나 표현’을 관행과 습관,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언론이 정치인을 많이 비판하는데 정작 언론이 ‘인권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이해찬, 이국종의 장애인 비하 발언, 언론도 뭐라 할 자격 없어” 

장애인 비하 의도는 없지만 ‘벙어리장갑’을 요즘은 엄지장갑, 손모아장갑이라고 부른다. 남의 상처를 습관처럼 사용하는 잘못을 바로잡는 차원에서라고 한다. 일각에선 요즘 자주 사용하고 있는 결정장애, 선택장애라는 말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세금 횡령 사건이 발생할 때 언론이 자주 쓰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눈먼 돈’이라는 말 –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 

그런 점에서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인터넷기자협회·한국PD연합회·한국아나운서연합회·한국방송작가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계 현업단체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국가인권위원회가 함께 모여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을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다. 

[미디어오늘] ‘절름발이’ ‘벙어리’ ‘눈 먼’ 비하·혐오표현 쓰지말자

안형준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절름발이 행정’, ‘꿀 먹은 벙어리’, ‘특활비에 눈먼’과 같은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기사의 타이틀로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현장에서의 변화를 촉구했는데 정말 ‘일선 현장’에서 얼마나 바뀔지 주목해봐야겠다. 

(4)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 논란에서 벗어난 기자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은 지난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질문자를 지명하는 방식. 청와대를 출입하는 내외신 기자 200명 정도가 참석했다. 

그동안 대통령 기자회견 혹은 인터뷰나 대담을 진행할 때마다 ‘기자들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지만 이번에 그런 일은 없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자유로운 기자회견 방식에 이제 기자들도 익숙해지는(?) 단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고발뉴스에서도 이미 지적했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포함되지 않는 ‘비출입기자’들은 질문이나 발언권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고발 기사] ‘기성 언론’ 중심 대통령 기자회견,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청와대가 국가 중요시설이라는 점 때문에 출입기자에 대해 어느 정도 ‘관리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매번’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자들의 범주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외신기자들’로 한정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 외에 더 많은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궁금한 점을 묻고, 질문하는 기회가 지금보다 많아져야 다양한 방식의 소통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그런 방식이 병행돼야 기성 언론 중심의 취재환경과 출입처 중심의 취재시스템에 일정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내년 신년 기자회견은 좀 달라질 수 있을까. 글쎄, 이건 청와대의 문제일 수 있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문제일 수도 있다. ‘기자단’의 힘이 이렇게 막강한 곳이 한국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싶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고발뉴스TV_이상호의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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