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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진중권 재임용 탈락’에 “저열·치사” 목소리 냈던 조국

기사승인 2019.09.25  11: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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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진중권 정의당 탈당계 제출’ 논란이 주는 씁쓸함

“진중권을 포용·감당하지 못하는 대학이 대학일 수 있을까, 그를 대학에서 쫓아내는 한국 사회의 수준은 어디쯤인가 생각하며, 오늘은 참으로 오랜만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 술 한 잔 하자고 해야 할 것 같다.”

얄궂게도,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9년 9월,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분이던 조국 장관은 중앙대 겸임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진중권 교수에게 ‘술 한 잔’을 권하고 싶어 했다. <진중권을 쫓아내는 대학의 저열함>이란 제목의 <경향신문> ‘시론’을 통해서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당시 조 장관은 진 교수가 중앙대 겸임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데 이어 한국예술종합학교·카이스트·홍익대 등에서 강의가 차례로 취소된 상황을 두고 “이거 정말 너무 저열(低劣)하고 치사하네!”라고 생각했다며 “그리고 우울, 씁쓸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서울대 동문인 진 교수와의 과거 인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와 나는 1980년대 후반 대학원생 시절 당시 운동권에 퍼져 있던 주체사상 비판작업을 하자는 데 의기투합하여 같이 공부하고 글을 썼던 인연이 있다. 이후 전공이나 행보가 달라 잘 만나지 못했고, 언론보도나 글과 책을 통하여 소식을 알고 있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가 극우파들을 향해 퍼붓는 맹렬한 독설을 들었을 때, 재기(才氣)·예기(銳氣) 및 발랄함으로 충만한 그의 사회·문화비평을 읽었을 때, 그리고 그가 자동차는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경비행기를 사서 하늘을 날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역시 진중권이구먼!’하며 웃을 수 있어 기뻤다.”

이 같은 ‘교수 조국’의 공감과 우울은 당시 진 교수의 연이은 재임용 탈락이 이명박 정부 들어 급격히 보수화됐던 정치·사회적인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10년이 흐른 2019년 9월 동양대 진중권 교수의 ‘정의당 탈당계 제출’이 논란이 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진 교수가 ‘조국 사태’에 대한 정의당의 대응에 실망, 탈당계를 제출했다는 것이었다. 24일 하루 진중권이란 이름이 인터넷 포텔 검색어를 장식하며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그러자 같은 날 오후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진 교수가 탈당계를 제출했던 것은 맞지만 최종적으로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탈당 러시’ 보도는 사실 왜곡 

“진중권 교수는 오늘 저와의 통화에서 정의당을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주셨습니다. 추석 전에 진중권 당원으로부터 탈당계가 제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통화를 했습니다. 다 어려운 시기이니 함께 헤쳐 나가자고 말씀드리면서 탈당 처리는 하지 않겠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는 그것으로 일단락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24일 심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심 대표는 “오늘 우리당 김종대 수석대변인이 ‘탈당계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나 지도부가 만류했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다양한 추측성 기사가 이어지고 더 나아가 탈당 러시 등 확인되지 않는 내용이 확대 보도되고 있어 정의당 대표로서 정확한 경위를 말씀드리겠습니다”라며 장문의 글을 이어나갔다. 

   
▲ 2017년 5월8일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현대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심상정X촛불시민과 함께하는 12시간 필리버스킹에서 심상정 후보 지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특히 심 대표는 ‘탈당러시’ 등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라며 “오히려 입당자가 늘었습니다”라며 명확히 해명했다. 9월 현재 기준으로 “입당자가 (8월과 비교해) 탈당자의 약 2.8배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이렇게 덧붙였다. 

“정의당은 다른 당과는 달리 진성당원들의 다양한 견해와 의사를 민주적인 토론과 합의를 통해 수렴하는 정당입니다. 조국 장관 임명과 관련해서 정의당 내에서 찬반토론이 치열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의당의 당원들은 당의 결정을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주의자들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정의당은 원팀 정의당으로서 정치개혁과 사법개혁 완수를 위해 굳건한 헌신의 의지를 다하겠습니다.”

이와 관련, 2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이제 정의당 털기까지 나온 것 같다”며 “탈당 러시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입당자가 평소보다 2.5배가 늘었다. 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국 사태와 관련해 ‘데스노트’를 발동시키지 않은 정의당을 둘러싼 각종 기사도 쏟아졌고, 진 교수의 탈당 소식이 논란이 되면서 ‘정의당 탈당 러시’란 제목을 단 기사도 여럿이었다. 특히 소설가 공지영의 ‘진중권 저격’ 글이 논란이 되면서 24일 하루 두 사람의 이름이 포털 검색어를 장식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것은 과연 ‘조국 효과’일까, ‘진중권 효과’일까. 다시 ‘교수 조국’의 시론으로 돌아가 보자. 

만약 10년 전 진중권 교수였다면...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각 대학이 체제·정부비판적인 전임교수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겸임교수와 시간강사의 직을 가진 그를 잘랐다는 점이다. 신분보장을 받는 ‘정규직’을 건드리면 문제가 커지니 지위가 취약한 ‘비정규직’을 쳐냈고, 이를 통하여 교수 사회 전체에 암묵적인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독재정권 시절 같으면 전임이건 비전임이건 체제반대·비판 교수는 모조리 대학에서 쫓아냈을 것인데, 그 정도의 야만은 발생하지 않았으니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가? 향후 진씨 강의 취소를 기화로 하여 전국 대학에서 겸임교수와 시간강사에 대한 ‘사상검열’이 암암리에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예감이 든다.”

   
▲ 조국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두번째 '검사와의 대화' 자리를 위해 충남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 장관은 시론에서 “진씨의 강의 취소가 이명박 정부의 압력 때문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만약 그러했다면 이는 ‘대학의 자치’라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중대한 침해일 것”이라고 적었다. 역시나 법학자로서의 견해를 밝히는 동시에 “대학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순간 대학의 정신은 땅바닥에 떨어지게 마련이기에 대학교수의 한 사람으로 화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이렇게 ‘친구이자 교수 조국’은 10년 전 진 교수의 재임용 탈락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10년 뒤 청문회 정국에서 조 장관은 혹독한 사상검증을 거쳐야 했다. 이를 지켜보며 진 교수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물론 진 교수의 ‘정의당 탈당’은 개인의 정치적 소신에 해당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언론들은 <“완벽해 짜증나는 내 친구 조국”이라던 진중권조차 “다 싫다”>라는 과거 <외부자들> 출연 당시 조 장관에 대한 진 교수의 발언까지 기사화하고, 정의당을 향해 ‘탈당 러시’란 왜곡 기사까지 일삼는 중이다. 만약, 10년 전 진 교수라면 <조국을 난타하는 한국사회의 저열함>이란 시론이라도 내지 않았을까.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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