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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여해 “나경원→김무성→박맹우→오세훈→김진태 순으로 삭발을”

기사승인 2019.09.18  08: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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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405만원씩 추석 상여금 챙긴 한국당 19번째 보이콧

“나경원 원내대표 삭발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저는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좌우 모두에서 찬성 의견이 매우 높아 국민 대통합의 이벤트로 연출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파이팅입니다.”

17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삭발
을 응원(?)하고 나섰다. 이날 나 원내대표가 한국당의 릴레이 삭발에 대해 “(삭발을) 하라는 의견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반대도 한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응수였다. 

이와 관련,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투쟁하는 데 있어서 (삭발을)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하고 그것이 가진 의미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삭발 여부에 대해 신중함(?)을 표한 바 있다.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끝내도 삭발한 박인숙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나 원내대표의 삭발을 응원하고 나선 것은 황씨 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나 원내대표 이후 ‘삭발 릴레이’ 주자들의 명단과 순서까지 정해준 이가 있었다. 바로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이었다. 

“나경원>김무성>박맹우>오세훈>김진태>조경태>정미경>김순례>김광림>신보라>김명연>김정재>전희경

일단 급한 대로 순서 정해드립니다! 삭발하시든지 뺏지 반납하시든지! 결기를 보여야지요. 조국임명 막지 못한 책임!”

17일 류 전 최고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지난 15일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서울역 1인 시위 당시 황 대표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화제를 모은 바 있는 류 전 최고위원은 이른바 한국당의 ‘삭발 정국’에서 나 원내대표의 삭발을 수차례 요구하고 나선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물론, 응원만 빗발치는 건 아니다. 때 아닌 한국당의 ‘삭발 릴레이’에 다채로운 쓴 소리가 쏟아지는 중인데, 그 중 대척점에 선 집단에서 이구동성 비판이 나온 것도 특기할 만 하다. 바로 북한과 바른미래당이다. 

북한도, 바른미래당도 ‘황교안 삭발은 쇼다’

“오죽이나 여론의 이목을 끌고 싶었으면 저러겠느냐 하는 생각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날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가 내놓은 ‘삭발의 새로운 의미’란 제목의 논평 중 일부다. 이날 이 매체는 황 대표와 보수 정치인들의 삭발에 “충격요법”, “인기없는 정치인들의 여론 끌기”라고 비판한 뒤 황 대표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삭발 정치’의 유행 때문에 자기에게 쏠려야 할 조명이 다른 데로 흩어진다고 본 것 같다. 그래서 바빠 맞아 결심한 것이 ‘나도 삭발’”
“결국 ‘나 좀 보십쇼’, ‘나도 좀 봐주십쇼’라는 의미의 삭발인 것.”

그러면서 이 매체는 “민심이 바라는 좋은 일 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애꿎은 머리털이나 박박 깎아버린다고 민심이 박수를 쳐줄까”라며 “이제 말짱 깎아놓은 머리카락이 다시 다 솟아 나올 때까지도 일이 뜻대로 안 되면 그때에는 또 뭘 잘라버리는 용기를 보여줄까”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KBS 제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한국당의 최근 행태에 대해 “국정농단으로 심판받은 한국당이 자신들에 대한 반성이 없다”며 “후안무치”하다고 일침을 놨다. 북한에서부터 같은 보수야당 의원에게까지 비판을 받는 한국당의 폭넓은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진짜 삭발까지 한다는 것은 굉장히 극단적인 어떤 투쟁 방식인데, 이렇게까지 갈 일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저는. 어떻게 보면 한국당이 과연 또 그런 자격이 있나? 그러니까 1인 시위를 하시면서 피켓을 들었는데 ‘헌정농단’이라고 써놨더라고요. 나경원 대표도 똑같은 팻말을 들었고. 

지난 일요일에 한국당 의원들 전체 모여서 헌정농단이라면서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는 것을 보면서 국정농단으로 심판받은 저 한국당이 아직도 진짜 자신들에 대한 반성도 없고 자신들이 어떤 정당인지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삭발 투쟁도 정말 그냥 국민들이 보기에는 제가 보기에는 웃을 것 같아요, 속으로. 그래서 참 적절하지 않은 그런 투쟁 방식이다.”

   
▲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투쟁' 집회에 참석한 황교안(오른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급기야 촛불까지 든 한국당 

그러거나 말거나, 한국당은 이날 저녁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조국 반대’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지지자 1천여명(한국당 추산)이 모여 장외집회에서 처음으로 촛불을 들었다. 

<연합뉴스>는 “당 지도부와 집회 참석자들은 일제히 종이컵을 끼운 촛불을 들고 ‘문재인은 사죄하고 조국은 사퇴하라’, ‘나라 망친 위선 정권, 문 정권은 각성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며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는 '근조(謹弔) 자유민주주의! 文정권 헌정유린 중단! 위선자 조국 파면!'이라고 적은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한국당의 보이콧이 아니었다면, 이날은 원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돼 있던 날이었다. 결국 정기국회 일정은 또다시 연기됐다. 최근 405만 원에 달하는 추석 상여금을 받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또 다시 국회가 한국당의 파행 선언으로 인해 개점휴업에 돌입해야 할 판국이다. 

민생은 외면한 채 오로지 조국 반대를 통한 ‘총선용 정치쇼’에 매진 중인 한국당을 향한 비판은 예정대로 정기국회가 개최된다고 하더라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래와 같이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한국당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무려 19번째 보이콧에 돌입한 한국당의 존재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심상정 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어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삭발투쟁을 하면서 국회가 또 멈춰섰습니다. 이번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은 20대 국회 들어서 19번째 보이콧입니다. 110석을 가진 제1야당이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걸핏하면 국회 문을 걸어잠그는 것밖에 없다면 이미 제1야당 지위를 스스로 버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오죽하면 일 안 하는 국회의원들 임금 주지 말자는 법안에 국민들 80% 이상이 찬성을 했겠습니까? 자유한국당은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회를 보이콧하는 것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을 보이콧하는 것입니다. 곧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의 역할을 스스로 보이콧하는 것입니다. 조국 퇴진 투쟁이든, 정권 타도 투쟁이든 다 좋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국회의 책임마저 방기한다면 그 어떠한 투쟁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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