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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 부인은 그냥 ‘입 닫고’ 있어야 할까

기사승인 2019.09.10  15: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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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논리적 비약 심하고 ‘편파적인’ JTBC 리포트

“조국 장관이 임명된 오늘(9일),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열었습니다. 여기에 글을 올리면서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에 나선 것인데요.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직접 여론전에 뛰어드는 것은, 이것이 적절하느냐 하는 지적도 물론 나오고는 있습니다.”

어제(9일)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가 한 멘트입니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 부인’은 언론의 추측성 보도에 대해 그냥 아무 말 없이 있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법무부 장관 부인’ 반론권, 언론은 제대로 반영했나 

기자들이 취재할 때 입장이나 해명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 – 이렇게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역으로 한번 묻겠습니다. 

지금까지 엄청나게 쏟아진 ‘조국 후보자 부인 관련 보도’에서 얼마나 반론권이 제대로 확보됐나요? 입장을 냈다고 해도 언론이 사전에 ‘조각한 그림’에서 한 두줄 들어가는 정도였을 겁니다. 

저는 손석희 앵커가 왜 이런 멘트를 했는지 솔직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직접 여론전에 뛰어드는 것은, 이것이 적절하느냐 하는 지적도 물론 나오고는 있다”는 부분은 동의하기도 어렵구요. 

피의자 신분이건, 장관 부인이건, 심지어 대통령 부인이라 해도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하고, 방어권과 반론권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면 저는 당사자가 ‘여론전’에 뛰어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경영 KBS 기자도 지적했지만 “그럼 국가로부터 기소당한 개인의 반론권은 어디에다가 실으라”는 걸까요?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의 부인’은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을 마치 팩트인 양 받아쓰고 있는”(최경영) 언론 보도에 입 다물거나 그냥 ‘당하고’ 있어야 한다는 걸까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조국 장관이 임명되기 전과 이후 나오고 있는 언론 보도 중에는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을 사실인 양 보도한 언론이 적지 않습니다. 반론권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기사들도 있구요. 무리한 기사들이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오죽했으면 법무부 장관 부인이 자신의 입장을 소셜미디어에 올릴까 -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손석희 앵커는 좀 다른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저와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존중을 합니다만 저는 “부인이 직접 SNS에 글을 쓰는 것도 제대로 보도를 안 해주면서 개인 미디어를 통해 글도 쓰지 말라는 거냐”는 최경영 기자 지적에 더 공감이 간다는 얘기는 하고 싶군요. 

언론의 자유는 ‘언론을 통해서만’ 발현하라? 언론 중심주의에서 좀 벗어나자! 

언론 종사자들에게 이런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왜 개인의 입장과 언론·표현의 자유는 ‘미디어’와 ‘기사’를 통해서만 발현돼야 하는 건지. 미디어와 기사가 편향적이라고 판단되면 개인이 SNS를 통해서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는 거라고. 

‘개인’이 언론을 신뢰할 수 없어 취재에 응하지 않으면 언론은 ‘취재를 거부한다’고 비판합니다. 또 취재에 응하면 반론권 보장을 제대로 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SNS에 별도 입장을 냈더니 ‘장관 부인이 직접 여론전에 뛰어든다’고 지적합니다. 대체 뭘 어쩌라는 걸까요? 입 다물고 그냥 자신들이 하는 보도 지켜보기나 하라는 걸까요? 

많은 분들이 어제(9일) JTBC ‘손석희 앵커 멘트’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저는 해당 리포트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리포트 마지막 부분이 그런데요. 일단 인용합니다. 

“정치권에서는 정 교수의 페이스북 해명에 대해 ‘방어권 행사 차원’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 부인이 직접 여론전에 나서는 건 수사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법무장관은 오늘 조 장관이 취임식에서 밝혔듯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대체 무엇을 근거로 ‘수사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보는 걸까요? 법무부 장관 부인이 SNS에 언론 보도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해명하면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아! 장관 부인이 아니라고 해명했는데 앞으로 수사를 조심해서 해야겠구나’ 하면서 위축이라도 된다는 뜻일까요?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기자는 정말 그렇다고 보는 걸까요? 

때문에 저는 해당 리포트의 마지막 부분 - “법무장관은 오늘 조 장관이 취임식에서 밝혔듯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대목은 ‘악의적’이라고 봅니다. 

‘법무장관 부인 SNS 글 작성→수사 공정성 해칠 우려→조국 장관 검찰 인사권 가짐’이라는 리포트 흐름 때문입니다. 대체 이 세 가지 ‘명제’의 논리적 연관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지요? 저는 JTBC 해당 리포트의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이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 차원에서 어떤 인사를 해도 ‘인사 보복 프레임’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국 장관은 향후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걸까요? JTBC마저 이런 리포트를 내보내는 걸 보면서 앞으로 언론 보도가 어떻게 진행될지 ‘그림’이 그려진다고 하면 저의 지나친 비약일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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