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김재원 음주 추경’ 침묵하는 조선·중앙

기사승인 2019.08.03  11:12:56

default_news_ad1

- [신문읽기] 국회 예결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이었다면?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추경 심사 막바지였던 1일 밤 벌인 ‘음주 추경 심사’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는 도중 횡설수설하거나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추경 심사를 총괄하는 예결위원장이 술에 취해 있었다니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3일)자 한겨레 사설 <역대 최악의 추경 처리, 무슨 낯으로 국민 볼 건가> 가운데 일부입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5조83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2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번 추경 처리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역대 최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늑장 추경과 음주 추경 등 “무책임하고 무능한 모습을 국민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추가경정예산안 협상이 이뤄지는 가운데 1일 음주한 모습으로 나타나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 중인 모습. <이미지 출처=한겨레TV 영상 캡처>

6조원 규모의 추경,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결위원장이었다면 … 

관련 내용은 어제(2일)부터 파문이 일면서 많은 언론이 인터넷에서 속보 형식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3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를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이번 추경과 관련한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진단할 때 언론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재원 음주 추경’은 경향과 한겨레 한국일보 등 일부 신문을 제외하곤 없습니다. 어떻게 다뤘는지 잠깐 한번 보시죠. 

“가뜩이나 ‘늑장 추경’으로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심야에 술을 마시고 추경안 협상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오후 11시10분쯤 불콰한 상태로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문답을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이 술 냄새를 풍기며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한 기자는 ‘저녁 때 술을 드신 것 같은데, 그래도 되느냐’고 질문했고 그는 ‘아휴 너무 힘들다’고 답한 뒤 자리를 떴다.” (경향신문 8면 <‘비상사태’ 닥쳐서야 추경안 처리한 여야>) 

“추경안 진통의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재원 예결특위 위원장이었다. 여야가 감액 규모를 놓고 심야 신경전을 하던 1일 오후 10시 30분쯤, 김 위원장은 술에 취한 모습으로 국회에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가 하면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 위태로운 상태로 당 원내지도부 회의에 참석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수조원대 나라 예산 편성이 결정되는 날’이라는 심각성도, 예결위원장 자리의 무게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 국회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1일 밤 만취하는 바람에 야당이 제대로 깎지 못한 액수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쓴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일보 9면 <6조 규모 추경안 통과… 음주ㆍ졸속ㆍ늑장 처리 오명>) 

경향신문과 한국일보 ‘기사’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김재원 음주 추경’을 주목하긴 했지만 기사 제목이나 논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경향은 기사 제목을 <‘비상사태’ 닥쳐서야 추경안 처리한 여야>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해 이번 추경이 늦어지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했지만 “이번 추경은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과 발목잡기 탓에 석달 넘게 허송세월을 하며 골든타임을 놓쳤고” 여기에 ‘김재원 음주 추경’은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이 <‘비상사태’ 닥쳐서야 추경안 처리한 여야>라 …. 저는 이런 식의 제목 뽑기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국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추경이 시각이 촉박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심사를 하지 못한 ‘졸속심사’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지만, 추경을 무조건 깎아야 한다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일보는 오늘(3일) 9면에서 “국회 안팎에선 ‘김(재원) 위원장이 1일 밤 만취하는 바람에 야당이 제대로 깎지 못한 액수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쓴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고 했지만 삭감에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오늘 한겨레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재정 확대가 절실한데도 경기 하강 대응 예산 4조5천억원 중 3분의 1이 날아갔다”면서 “무슨 생각에서 이렇게 대폭 삭감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 주장이 온당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추경 삭감에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런 이유를 언론이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해야 하는데 한국일보처럼 그냥 막연히(?) 추경은 삭감해야 한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0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2019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김재원 음주 추경’ 아예 언급조차 없는 조선·중앙일보 

제가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를 비판하긴 했지만 그것은 ‘부분적인 비판’입니다. 이른바 조중동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훌륭한(!) 신문입니다. 

오늘(3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주말판인 중앙선데이는 ‘김재원 음주 추경’과 관련해 아예 언급조차 없습니다. 동아일보만 ‘짧게 언급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조선일보는 제모과 부제, 기사 내용 어디에도 ‘김재원 음주 추경’ 단어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추경안 증액·감액 심사가 보름 남짓한 기간에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져, ‘졸속 심사 끝의 누더기 추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언급한 게 전부입니다. 

중앙선데이는 더 가관입니다. <[브리핑] 5조8269억원 규모 추경안 의결>(11면)이라는 제목의 단신 기사로 보도했는데요. 전문을 한번 옮겨보겠습니다. 

“국회는 2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5조8269억원 규모의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했다. 추경안 제출 99일 만이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추경 원안은 6조6837억원 규모였지만 8568억원이 순삭감됐다. 삭감된 예산은 주로 여당이 ‘경제 살리기 예산’이라고 주장한 일자리 사업 예산 등이다. 반면 야당은 이를 ‘총선용 퍼주기’ ‘통계왜곡형 가짜 일자리 사업’으로 규정하며 삭감을 주장했다.”

이게 전부입니다. 가정이긴 합니다만 국회 예결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었다면 조중동의 지면이 어떤 식으로 구성이 됐을까요? 스트레이트 기사와 사설 정도는 배치했을 것 같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오늘(3일) 한겨레는 사설에서 “추경 심사를 총괄하는 예결위원장이 술에 취해 있었다니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저는 이 문장을 이렇게 바꾸게 싶습니다. 

“추경 심사를 총괄하는 예결위원장이 술에 취해 있었는데도, 이걸 지적하지 않는 조선·중앙일보.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고발뉴스_민동기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ad44
default_news_ad3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ad41
ad37
default_side_ad2
ad38
ad34
ad39

고발TV

0 1 2 3
set_tv
default_side_ad3
ad3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