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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기 문자’ 판사 발언, 언제까지 인용할 건가

기사승인 2019.07.04  11: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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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강민구 부장판사의 ‘부적절한 행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조선일보

<“양승태 사법부, 강제징용 외교 해결 위해 시간 벌어준 셈”> 

오늘(4일) 조선일보 6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소셜미디어에 쓴 글을 인용했습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일본이 경제 보복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 강 부장판사는 “(전임) 양승태 사법부가 (이 사건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시간을 벌어 준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동문인 부장판사의 ‘양승태 옹호’… 대체 언제까지

조선일보는 강 부장판사의 글을 기사에서 자세히 소개했는데요. 일부분만 인용합니다. 

“강 부장판사는 ‘양승태 사법부에서 선고를 지연하고 있었던 것은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적·정책적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벌어 준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며 ‘그런데 지금은 사법 농단 적폐로 몰리면서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른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검찰과 정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냥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런 식의 ‘반쪽자리’ 인용기사를 이젠 그만 써야 한다고 봅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현직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옹호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게만 볼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해 11월 <사법농단 수사 당사자 글이 고언? 조선일보 편파 사설>이란 글에서 조선일보의 ‘무분별한 인용보도’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1월1일 조선일보는 사설 <고위 법관들의 고언 이제야 나오나>에서 “고위법관들이 법원 내부게시판에 검찰의 수사 악습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는 점”을 주목하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뭐 …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습니다만 문제는 해당 글을 올린 당사자들의 ‘이력’입니다. 

당시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소개한 서울고법 김시철 부장판사는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였습니다. 조선일보는 당시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의 글도 소개했는데 최인석 법원장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조선일보는 ‘검찰의 밤샘 조사가 인권 침해’이라는 강민구 부장판사의 글도 사설에서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강 부장판사가 △양승태 사법농단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고등학교·대학교 동문 선배라는 점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사적인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내 논란을 빚은 인물이라는 점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장충기 문자’ 논란 빚은 판사 발언, 아무렇지 않게 인용하는 조선일보

강민구 부장판사와 관련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른바 ‘삼성 장충기 문자’ 파문이 알려진 이후 강민구 부장판사는 삼성그룹 차녀 이부진씨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소송의 재판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4월27일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가 장충기 삼성전자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수차례 문자를 보내 논란을 일으킨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대법원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죠. 

강민구 부장판사는 이처럼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고, ‘법원노조’로부터 부적절한 소행과 관련해 조사 요구까지 받았던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양승태 옹호 글’을 올린다면 최소한 상식이 있는 언론이라면 무시하거나 비판을 하는 게 온당한 태도죠. 

하지만 조선일보는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4일)도 강민구 부장판사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언급은 쏙 뺀 채 ‘고위법관의 고언이나 충언’으로 그의 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건 ‘반쪽짜리’ 정도가 아니라 ‘가짜뉴스’에 가깝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뉴스타파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와 그룹 차원의 지원의혹 보도 이후에도 강민구 부장판사는 장충기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뉴스타파는 강 부장판사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는 양생법, 즉 오래살기 위한 방법이라는 취지의 인터넷 칼럼을 장충기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죠.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영상 캡처>

‘무분별한 인용보도’ 대체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조선일보는 강민구 부장판사 이력을 생략했지만 다시 한번 환기하는 차원에서 뉴스타파가 보도한 ‘그’의 문자를 몇 가지만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무분별한 인용 보도’는 정말 그만 했으면 합니다. 

“장(충기) 사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늘 이마트 장을 보는데 삼성페이가 정책상 막혀 있다 합니다. 뿌리가 같았던 이마트가 이러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강민구 배상”(2016년 1월2일) 

“잘 계시지요. 인도 사업장 가 있는 제 막둥이 동생이 김 사장의 억압 분위기를 더 이상 못 견디어 해서 이달 중이나 인수인계되는 대로 사직하라 했습니다. 아직도 벙커식 리더십으로 부하를 통솔하는 김 사장이 안타깝습니다. 그동안 진 신세는 가슴에 새깁니다. 강민구 배상”(2016년 6월7일)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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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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