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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기가 꺾인다’는 기자들 질문, 온당한가

기사승인 2019.06.24  10: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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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기업 입장에 선 ‘편파적인’ 질문과 기사 제목, 이대로 좋은가

<“이재용 부회장도 만날 수 있어, 병참기지 역할 충실히 하겠다”> 

오늘자(24일) 경향신문 3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주된 포인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의 요청만 오면 누구든지 만나겠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의 ‘기조’가 온당한지는 아직 판단하기에 이릅니다. 시기적으로 너무 빠른 데다 판단할 수 있는 ‘콘텐츠’도 아직 없기 때문이죠. 문제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왜 저런 발언을 했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기업의 기가 꺾일 수도 있다’는 기자의 질문, 적절했나 

매일경제에 따르면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의 발언은 기자들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오늘(24일) 매일경제 기사(4면) 가운데 일부분을 인용합니다. 

“그는 ‘기업의 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 질의에 ‘왜 김상조가 정책실장이 되면 기업의 기를 꺾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업들이 우려할 일이 없다’고 일축했다.”

많은 언론이 김상조 정책실장의 발언을 인용해서 오늘자 지면에서 보도했습니다. 보수·개혁적 성향에 상관없이 포인트는 비슷했습니다. 제목만 잠깐 한번 볼까요?

<“왜 기업 氣 꺾을거라 생각하나…이재용도 만나겠다”>(매일경제) 
<김상조 “기업 우려할 일 없을 것, 원할 경우 이재용도 만나겠다”>(중앙일보) 
<“이재용 부회장도 만날 수 있어, 병참기지 역할 충실히 하겠다”>(경향신문)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일자리·소득에 우선순위…이재용도 만나겠다”>(한겨레)
 

보시는 것처럼 ‘기업의 기가 꺾일 거라는 우려’ ‘기업의 우려’ ‘이재용 만나겠다’와 같은 단어가 김상조 정책실장 관련 기사 제목에 많이 보입니다. 김상조 실장의 발언이기 때문에 이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기자들의 질문, 즉 ‘기업의 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이 질문이 온당한 질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이 질문은 우문이기 때문입니다. 

매일경제 기사에도 나와 있지만 “공정위는 기업 조사·제재를 담당하는 시장감독기구”입니다. 때문에 기업과의 만남 자체가 제약돼 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정책실장 역할은 다릅니다. 재계는 물론 노동계와 중소상공인 등 경제와 관련해 이해관계자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기자라면 ‘기업 조사와 제재를 담당하는 감독기구 수장’으로 있다가 다소 상반된 역할을 해야 하는 정책실장으로 가는 것에 대한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 -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아니면 정반대의 질문 - ‘공정위에 있었던 기조’대로 재벌개혁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보다 그 기조를 더욱 강화할 것인가를 물었어야 합니다. 그것이 ‘공정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 선 ‘편파적인 질문’ 그리고 철저히 ‘편파적인’ 기사 제목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기자들은 ‘기업의 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왜 김상조가 정책실장이 되면 기업의 기를 꺾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우려할 일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우선적으로 무게중심을 두고 진행해야 할 일이 ‘기업의 기 살리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러 경제주체 가운데 철저히 ‘기업 편에 서서 던진 이 질문’은 현재 한국 기자와 언론의 ‘재벌·기업 편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기업의 기가 꺾일 수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도 온당하지 못했다고 보지만 많은 언론이 약속이나 한 듯 ‘이재용도 만나겠다’라는 부분을 제목으로 뽑은 것 역시 정도가 지나쳤다고 봅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재벌 총수도 만날 수 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언론이 주목해서 방점을 찍어야 하는 건 ‘재벌 총수를 만나서 무엇을 얘기하고 어떤 논의를 할 것인가’ 아닐까요?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을 향해 ‘기업의 기가 꺾이는 것 아니냐’ ‘재벌 총수를 만날 것이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만나겠냐’는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은 무엇을 알고 싶었던 걸까요? 묘하게도 세 질문을 합치면 이렇게도 해석이 됩니다. 물론 저의 과도한 해석이기를 바랍니다만. 

“기업들의 기 꺾이지 않게, 재벌 총수 만나시라. 특히 대법원 판결 등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을!”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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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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