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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민주주의 열망 전 세계인 감동시켜

기사승인 2019.06.15  14: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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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한국영화 ‘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 언급한 홍콩시민.. 왜?

   
▲ 10일 새벽(현지시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 중인 가운데 한 여성이 울부짖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홍콩에서 큰 시위가 있었다는 것을 어제야 처음 알았다.”

자신의 앨범 홍보를 위해 지난 12일 대만을 찾았다는 배우 성룡의 말이다. 14일 중국 매체 상하이스트를 인용 보도한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성룡은 16년 만에 낸 첫 앨범 <나는 재키 찬이다>(I Am Jackie Chan)의 대만 쇼케이스 행사에서 “시위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홍콩을 대표하는 배우였던 성룡은 대표적인 ‘친중’ 인사로 꼽힌다. 앞서 지난 2014년 홍콩 우산혁명 당시 성룡은 웨이보를 통해 “우산혁명으로 인한 홍콩의 경제적 손실이 3500억 홍콩달러(약 53조원)에 달한다는 뉴스를 봤다”며 “강한 나라(중국)가 없으면 부유한 집(홍콩)은 있을 수 없다”는 비유를 들어 우산혁명 시위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주윤발․양조위․유덕화 등 홍콩을 대표하는 배우들은 우산 혁명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성룡과 대조를 이뤘다. 이 같은 발언에 이들을 포함 홍콩의 유명 배우 및 감독, 가수 47명은 중국 정부로부터 중국 내 활동금지를 당한 바 있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발하는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성룡과 주윤발의 이러한 대조는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홍콩과 중국의 역사적 관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주윤발, 성룡을 통해 알게 되는 2019년 홍콩언론의 현재’란 유튜브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일 터. 그런 가운데, 홍콩 시민들이 시위 현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영상이 공개돼 묘한 감동을 자아낸다.

“‘박근혜 탄핵’, 100만 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부른 노래”

“만약 이 노래의 내용에 대해 알고 싶다면 구글에서 ‘광주의 노래’를 검색해 보시길 바란다. 만약 여러분이 한국영화 3편, <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을 보셨다면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실 겁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가 바로 한국어로 ‘임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통기타를 든 집회 참가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소개한다. 언어는 이제는 중국어보다 생소한 광동어다. 홍콩 시위대가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니, 왠지 뭉쿨하게 다가온다. 지난 14일 ‘홍콩 엄마집회’에 참가한 이 시민은 이어 노래의 현재적 의미를 이렇게 소개했다.

“2017년에 박근혜를 끌어내리기 위해 100만 명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부른 노래입니다. 좋은 노래는 오래 전해져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산 운동 후에 제가 중국어 가사를 붙였습니다.”

참가자가 “우산 행진곡”이라 이름 붙인 노래를 부르자, 장중에 엄중한 분위기가 흐른다. 중국어 가사로 부르던 참가자는 후렴구를 중국어 발음이 섞인 우리말로 부르기 시작한다. 홍콩에서 울려 퍼진 이 ‘임을 위한 행진곡’ 영상은 소셜 미디어 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홍콩 시위대가 한국과 국제 사회에 응원과 연대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영상이 주는 감동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 홍콩 시민들은 굉장히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로서는 경찰이 일반 시민에게 무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홍콩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건데요. 특히 시위대에 청년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같은 학생들이 많았던 만큼 홍콩 시민들은 더욱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시민들이 쟁취하고, 투쟁한 부분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시민들의 희생과 관련한 영화들을 보면서, 한국 시민의 용감함을 알게 되었고, 매우 존경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민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많은 분들이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응원 부탁드립니다.”

14일 JTBC <뉴스룸>과 인터뷰한 에밀리 라우 전 홍콩 민주당 의장의 당부다. 천안문 운동보다 앞섰던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물론 촛불혁명을 기억하는 홍콩 시민들의 한국 민주주의사에 대한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홍콩 시민들을 과격 진압하고 있고, 시위 진압을 위해 중국 군대를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에밀리 전 의장은 현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우린 시위가 실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괜찮습니다. 우리는 시위가 실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홍콩 시민들은 한국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계속 싸워나갈 것입니다. 이번 시위는 어떤 특정인이나 집단이 불러 모은 게 아닙니다.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입니다. 저는 시민들을 불러 모을 능력이 없습니다. 만약 누군가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아마 캐리 람일 겁니다. 우리는 정부가 꼭 물러서기를 바랍니다.”

중국 정부의 폭압을 이겨내고 홍콩 시민들이 꼭 승리를 쟁취하기를 바라는 바다. 이런 가운데, 홍콩 시민들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에 한국에서도 연대의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이미 수많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용자들이 ‘#PrayforHongKong’, ‘#SaveHongKong’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 등을 통해 “한국인들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홍콩인들의 요청에 화답하고 있다.

   
▲ 한국에 거주하는 홍콩 시민들이 15일 서울 중구 DDP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펼치며 홍콩 본토 거주민을 향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한국에 거주하는 홍콩 시민들도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홍콩 본토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위한 지지와 연대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홍콩인인 스티브 청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주의와 시민권의 가치를 건국이념으로 삼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성룡과 같은 ‘친중’ 인사들은 중국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전 세계 여론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중국과 무역 전쟁 중인 미국은 홍콩을 특별대우 하던 법안의 개정을 시시하며 이미 중국 정부와 홍콩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소셜 미디어 상에서는 홍콩 시민들이 시위 과정에서 폭력을 당하는 영상과 사진이 급속히 퍼지며 이들의 ‘제2의 우산혁명’을 지지하는 게시물들로 넘쳐난다.

“금요일 밤 홍콩 시민들이 정부 규탄 구호를 외칩니다. 이 집회의 주축은 엄마들이었습니다. 홍콩 수반 캐리 람 장관이 시위대를 ‘버릇없는 아이’에 비유한 데 대해 항의의 뜻으로 나온 겁니다. 내일(16일) 오후 대규모 시위를 앞두고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 시위 100만 명보다 더 모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700만 홍콩 인구 1/7인 100만 명이 모인 제2의 우산혁명이 5년 전에 이어 미완의 혁명으로 끝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홍콩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리라.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노래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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