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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학장’ 대신 ‘드루킹’ 수사 지시? <중앙>의 어이없는 문대통령 비판

기사승인 2019.06.03  15: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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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수사기관내 적폐 아닌 수사 지시가 잘못이라니

“사법절차나 심사와 관련된 최고 통치권자의 발언을 준비할 때는 법률적 판단과 이에 따른 파장, 정치적 역풍 등에 대한 고려가 충분해야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의 존재 여부는 생각하지 않고 ‘공격 앞으로’만 외쳐서야 되겠는가. 

벌써부터 법조계 일각에선 ‘국민적 의혹에도 불구하고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드루킹 사건과 손혜원 의원,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 신재민 전 사무관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은 뭐냐는 것이다. 국회에서 논란이 된 대통령 딸 부부의 해외 이주도 그렇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에 대한 철저수사를 지시한지 며칠 뒤인 지난 3월 22일, <중앙일보> 박재현 논설위원이 <[박재현의 시선] 김학의·장자연 사건에 숨은 장애물들>이란 제목으로 내놓은 칼럼의 결론이다. 요컨대, 섣부른 수사지시보다 여당 관련 의혹이나 자신의 의혹을 먼저 되돌아보라는 비판이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적절하고 건전한 비판이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국민적인 의혹이 떠올랐던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향해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상식적이고도 국민 눈높이에 합당한 지시를 대립구도나 정쟁의 도구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어떤 의도를 짐작케 한다. 더군다나 세 사건을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와 동일선상에 놓다니. 

사실 사건 해결과 관련한 장애물들은 박 논설위원이 칼럼에서 잘 설명해 놓았다. 박 논설위원은 “사법적 심사를 통한 혐의 확인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대통령이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 위에서 사정기관의 공정성과 공신력 회복을 위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한 배경의 이면에는 수사의 어려움을 지적한 시각이 내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썼다. 

공소시효나 진상조사위의 법적 권한이 지닌 한계,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검경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까지, 박 논설위원도, 문 대통령도, 국민들 역시도 그런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이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은 단순히 여론을 의식한 듯한 제스처였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한계를 인식한 가운데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양대 수사기관이 국민적 의혹에 휩싸윈 과거 사건을 스스로 ‘해결’함으로써 자정과 국민적 신뢰를 동시에 쌓으라는 훈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박 논설위원의 칼럼을 읽어 보면, 그러한 한계와 대통령의 속내까지 내다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딸 의혹 운운한 대목은 분명 악의적이었고, 정파적이었다. 헌데, 3일 박 논설위원이 또 다시 장자연․버닝썬․김학의 사건을 거론하며 대통령 비판에 나섰다. 이번엔 노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또 의미 없이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 

“대통령의 수사 지시는 추상과도 같아야 한다.”

앞선 칼럼과 마찬가지로 세 사건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요인을 (꽤나 자의적으로) 짚은 박 논설위원은 재차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를 끌어들인다. 요는, 태생적으로 검경의 수사 자체에 명백한 한계가 있음에도 왜 대통령이 나서서 수사를 지시했냐는 물음일 터. 하지만 그 물음 역시 명백히 정파적이었다. 끝 문장을 보라.  

“문 대통령도 법조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사자성어 중 하나인 ‘춘풍추상(春風秋霜)’이 적힌 액자를 사무실에 걸어뒀다고 한다.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의 줄임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고, 자신에겐 가을 서리처럼 차갑고 엄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문 대통령의 수사지시는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야당과 보수층에게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박 논설위원은 법조계 시각을 빌어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민정수석이던 시절과 ‘노무현 정신’을 거론하기에 이른다. 과연 ‘검사와의 대화’를 보도한 논조를 필두로 참여정부 시절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을 방해한 언론이 어디였는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참여정부를 잇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중립성’을 비교하는 균형 감각은 어디 있는지 되묻고 싶어진다. 

“이는 ‘노무현 정신’과도 온도차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참여정부의 사정(司正)과 관련해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그 과정은 합리적이고 냉정해야 하며,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인신구속은 국민감정 해소 차원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있던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는 검찰 수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것은 검찰 스스로 판단하도록 중립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의 빤한 속내 

따지고 보면, 경찰 유착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는 경찰은 물론 장자연․김학의 사건 모두 뿌리 깊은 수사기관의 적폐와 권력 유착을 증명하는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나 경찰 인권침해조사위가 과거 제 조직의 잘잘못을 가려내고 수장들의 사과를 이끌어내고 있지만, 검경의 자성과 변화를 향한 국민들의 요구는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헌데, 박 논설위원은 주구장창 문 대통령 탓만 하고 있다. 개별 조사위원들의 이력까지 들먹이면서. 

“김학의 사건 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시에 법조계의 반응이 신통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대정부를 돌아보면 대통령이 검찰에 직접 수사 지시를 내린 뒤엔 항상 검찰 개혁은 꼬여왔다. 특히 이 정부 들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된 직권남용 혐의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 별건 수사로 이어질 경우 다음 정부에서 곤욕을 치룰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할 의무는 있지만 판단할 권리는 없다’는 검찰 고위 간부의 말이 호응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별한 이력도 없는 친 정부 성향의 변호사와 교수들이 위원회를 통해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듯한 태도와 발언도 대통령이 직접 수사 지시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드루킹,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에 대한 엄정한 수사지시야 말로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딱 들어맞는 것 아닐까.”

마지막 문장은 가히 걸작이다. 앞선 칼럼에서 대통령 딸 의혹 운운했던 관점과 일맥상통하다. 세 사건의 수사지시를 할 시간에 드루킹 사건과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어야 한다니. 어쩌면 이리 일관적이다. 

다수 국민들은 체감했을 것이다. 비판받아야 할 것은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가 아닌 ‘제 머리 깎지 못하는’ 검찰과 경찰의 권력 유착과 의도된 무능이라는 것을. 이를 염두에 둔 문 대통령의 수사 지시는 분명 옳았다. 

문제는, 조직 논리를 우선시하고, 증거를 훼손시켰으며, 법적인 한계를 인지하고서도 최선을 다 하지 않은 수사기관 내 적폐이지 않을까. 마치 이 보다 ‘흐지부지’가 예견된 사건들에 대해 수사를 지시한 문 대통령이 잘못이 더 중대한 것인양 몰아가는, <중앙일보>와 박재현 논설위원의 칼럼이 문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 여성단체 회원들이 지난 5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에서 김학의·고 장자연씨 사건 등 권력층 범죄 은폐·조작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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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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