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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문PD 앞에서 KBS ‘방용훈 부인 사건 보고’ 삭제 실토

기사승인 2019.03.18  11: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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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종업계 ‘침묵’ 관례, ‘박수환 문자’에서도 재현…“언론개혁 시급”

KBS가 MBC ‘PD수첩’이 재조명해 파장을 일으킨 ‘방용훈 부인 자살 사건’과 관련해 취재를 해놓고 삭제했던 사실을 실토했다.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는 17일 밤 <조선일보는 사주의 일탈을 어떻게 비호했나?>편에서 PD수첩의 서정문 PD가 게스트로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KBS 내부 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KBS 촬영팀은 2016년 9월2일 당시 시신이 발견된 가양대교와 관할서인 경기 고양경찰서로 취재를 나갔다. 

기자들은 촬영까지 마치고 KBS로 복귀해 내부 시스템에 보고 형태로 자세하게 보고했으나 기사를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나호텔 부인 변사 발견’란 제목의 보고가 올라왔으나 기사 작성 시스템에서 삭제됐고 해당 영상은 사용이 금지됐다.

신지원 기자는 “형사 과장의 녹취도 들어가 있고 유가족에 확인한 결과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부인 이미란씨가 맞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 <이미지 출처=KBS ‘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캡처>

해당 기자에게 삭제한 이유를 물어보니 한명은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기자는 ‘뚜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 이미란씨의 차인지, 또 이미란씨인지 확정할 수 없었고 자살이기도 해서 삭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 기자는 “내가 13년차 기자인데 팩트가 잘못됐거나 오류가 있어서 데스크에서 삭제하는 경우는 있지만 현장을 취재하고 돌아와서 보고 형식의 내용을 삭제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했다. 

KBS는 2017년 4월24일 방용훈 사장과 아들이 故 이미란씨의 언니 집을 무단침입해 난동을 부리는 CCTV 영상을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KBS는 후속 보도를 하지 않았지만 MBC ‘PD수첩’이 지난 3월 5일 재조명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故 이미란씨는 2016년 9월 1일 남긴 마지막 음성 메시지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조선일보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어요?”라며 남편을 ‘조선일보 방용훈’이라고 표현했다. 

신지원 기자는 “CCTV를 단독 입수해 보도한 기자에게 굉장한 자료들을 입수했는데 후속보도가 이어지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최초에 경찰 수사가 굉장히 미진했던 부분은 당시 취재를 하면서 느꼈고 굉장히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 기자는 “조선일보가 평소 경찰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자들이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던 시기였기에 조금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고 싶었지만 그냥 여러 가지 여건상 못하게 돼서 굉장히 아쉬웠다고 얘기를 하더라”라고 말했다. 

방용훈 사장 부자의 주거침입 CCTV 동영상은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단순 인용 보도가 이어졌을 뿐 의미있는 후속 보도는 없었다. 

이에 대해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는 “2, 3부가 나갈 만한 사안들인데 ‘왜 안 다뤘을까?’라고 유일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같은 업계”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업계 안에서는 그렇게 ‘바람직한 일은 아닌 거 같다’라고 하는 무언의 어떤 공조 같은 것들이 있었으리라고 판단한다”며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데 덮었다고 얘기하기까지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지난 5일 조선일보 창간 99주년 기념사에서 “조선일보의 비판을 불편해하는 세력이 조선일보를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공격하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윤리의식을 갖춰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사주 일가의 일탈 의혹, 박수환 문자, 과거 친일 행적, 5.18 왜곡 보도 논란 등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조선일보 기자들이 상당히 조선일보의 운명과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운명에 일체화된 채 살아온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부끄러움과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일이건 역사를 끊어내는 것이건, 사주 리스크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이건 내부에서 끊어내기 위한 작업을 선행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 <이미지 출처=KBS ‘저널리즘토크쇼J’ 화면 캡처>

‘방용훈 부인 자살 사건’에서 재주목된 ‘업계 관례(?)’는 비위 언론인 문제인 ‘박수환 문자 사건’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로비스트 박수환씨를 통해 기자들이 금품과 항응을 받고 기사를 거래하는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지만 언론들은 의미 있게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민동기 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는 “유력 언론사 기자의 비위 의혹의 심각성과 미온적인 조치를 질타하고 나서야 하는 게 온당한 데 일제히 침묵”이라며 “검찰·사법부 개혁, 재벌개혁보다 시급한 게 언론개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 관련기사 : 언론계는 왜 조선일보 ‘비위 언론인’ 문제에 침묵하나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민일성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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