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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가서 ‘드루킹’ 운운했던 황교안, 봉하마을은 왜 가나

기사승인 2019.03.05  1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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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첫 지상파 인터뷰, 놀라우리만치 박근혜 닮은 화법

“아니, 그때 발언 내용이 탄핵을 부정한 것이 아닙니다. 헌법, 법원의, 탄핵,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대해서 제가 존중한다고 말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우리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존중합니다.”
“기본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존중한다 그리고 나머지 이제 자금 문제들을 얘기한 거죠.”

연거푸 세 번을 물었다. 그럼에도 엇비슷하면서 반복되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자 앵커도 머쓱했는지 “처음부터 저희가 너무 그쪽 질문만 드렸다”며 어색한 웃음으로 관련 질문을 마무리했다. 답변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였고, 그 질문은 ‘탄핵 불복’, ‘태블릿 PC’ 관련 내용이었다. 

4일 SBS <8뉴스>에 직접 출연, 인터뷰를 진행한 황 대표의 화법은 놀라우리만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닮아 있었다. 질문의 의도를 알면서도 자기 할 말만 하는 자신감이나 남이 어떻게 해석하든 내가 한 말이면 전부라는 듯한 당당함이 어쩔 수 없이 ‘박근혜 화법’을 떠올리게 했다 랄까.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이자 대통령 권한 대행까지 지낸 측근이라 말투까지 배웠던 걸까. 고로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진행된, 그러나 지상파 메인뉴스로 진행된 이 흔치 않은 단독 인터뷰는 알맹이 하나 없는 원론 수준의 답변만이 횡행하고 있었다. 

인터뷰어의 수준이 문제라기보다, TV토론회를 통해 증명됐듯 황 대표 자체가 그 어떤 송곳 같은 물음에도 원체 그런 원론만을 반복해온 인사 아니었던가. 주요 당직자 인선과 관련 ‘친박’을 위시해 계파 색체가 진하다거나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의도된 ‘고구마’ 같은 답은 계속됐다.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박근혜 닮은 황교안의 화법 

“기본적으로 자유한국당 안에 이제 계파는 없었습니다. 계파로 우리 안에서 들어볼 수도 없고 또 이번 인사도 전혀 계파를 중심으로 한 건 아닙니다. 그 하나하나를 잘 보시면 이거 뭐 어떤 계파에 따라서 좌우되는 이런 인사라고 보실 수 없을 겁니다.”  

이것은 질문에 대한 답변인가, 자기 의견의 표명인가. 무턱대고 “계파는 없다”고 거듭하는 황 대표의 답변은 마치 “국정농단은 없다”던 과거 ‘태블릿 PC’ 보도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했던 해명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도 아니면, 정당 내 계파의 개념조차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인건가. 이에 관련 황 대표가 인터뷰를 하던 시각, JTBC <뉴스룸>은 이렇게 꼬집고 있었다. 리포트 말미엔 “그러면서 ‘친황계’라는 새로운 표현도 생겨나고 있습니다”라는 ‘확인사살’까지 등장했다. 

“사무총장인 한선교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운 ‘원조’ 친박으로 꼽힙니다. 전략기획부총장인 추경호 의원은 국무조정실장을 거쳐 박 전 대통령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에서 당선됐습니다.

전희경 의원과 함께 대변인을 맡은 민경욱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습니다.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자신을 도운 친박계를 중심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편 황 대표는 보수 대통합과 한국당의 우경화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도 예의 그 원론을 반복하고 있었다. 당 대표 선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답변과 한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이쯤 되면, 자신의 비전을 반복한다기보다 입당 43일 만에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현실적으로 준비된 것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사실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저희 한국당의 방향은 헌법 가치를 지키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와 시장 경제라고 하는 그 가치에는 사실은 좌도 우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가치에 충실한 그런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김무성․김병준에 이어 봉하마을 가는 황교안 신임 대표 

그리고 5일, 황 대표는 봉하마을을 방문,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한다. 보수정당 지도부로서는 김무성․김병준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 2015년 2월 한국당의 전신인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처음으로 방문했고, 작년 7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두 번째로 봉하를 찾았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가 내일 봉하마을을 찾을 계획이다”라면서 “봉하마을 측에서 오늘 오후 5시에 확답을 주겠다고 했는데 확정되면 내려가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벌써부터 일부 매체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통합 행보”라는 제목이 달리는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황 대표가 그럴 의도가 있는지, 통합의 의미를 실제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조차 의문이다. 4일 정의당을 방문한 황 대표가 보여준 그 어정쩡하다 못해 해맑기까지 한 질문이 딱 그랬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예방해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날 정의당을 방문한 황 대표는 국회 공전이나 한국당의 우경화 등 현안과 관련해 대화를 이어가던 정의당 이정미 대표에게 대뜸 “김경수 지사 댓글조작사건에 대해 당에서는 어떻게 하고 계시나?”라고 물었다. 

황 대표는 나름 대화의 물꼬를 전환하고, 여당과 정의당에 대한 반격이라 여겼던 것 같다. 그러나,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거나 잊었)던 것 같다. 그 드루킹 사건으로 인해 고 노회찬 정의당 전 원내대표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김경수 지사와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질문이 황 대표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봉하마을 방문도 딱 그런 식이다. 주구장창 원론만을 반복하는, 현상만 보고 그 이면이나 본질은 보지 못하는 황 대표가 봉하마을이 한국당에 비판적인 국민들이나 참여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에게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지 과연 진지하게 고민은 했을까. 

당 대표 직후 가진 첫 지상파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보여준 모습을 고려한다면, 그 대답은 ‘아니올시다’가 아닐까. 바라건대, 봉하마을에 가서는 제발 정의당에 방문해서 드루킹 사건 운운했던 그런 종류의 언사는 삼가 주시기 바란다. 

하성태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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