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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4대강 찬동세력 사죄해도 모자랄 판”…조선일보에 반박

기사승인 2019.02.25  1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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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4대강 정책’에 엄격한 잣대 들이댔나, 그 잣대가 공정한지 반성부터 해야

   
▲ 2014년 7월7일 오전 대구 달성군 사문진교 부근 낙동강에서 4대강 사업 이후 환경변화에 대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생태조사를 벌인 가운데 곳곳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온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이하 4대강 위원회)가 지난 22일 금강과 영산강의 보 5개 가운데 2개 보는 해체, 1개는 부분해체, 2개는 상시 개방하는 안을 내놨다. 위원회의 해당 보 해체 및 상시개방안은 올 7월 경에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그러자 정치권에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먼저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은 “위원회는 40차례의 회의와 경제성, 환경성, 치수, 이수, 국민 및 지역 주민 의식 등 다각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며 “국민 소통을 바탕으로 정부, 민간 전문가, 시민사회가 적극 협력하여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한 집단지성의 산물로서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해식 대변인의 논평이었다. 

야당은 어땠을까. 우선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환경부 4대강 위원회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나섰다. 4대강의 자연 회복을 위한 합당한 조치라는 평가였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현 정권의 막무가내식 ‘4대강 지우기’라며 비판하고 나섰고,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유보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여야가 완전히 뒤바뀐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현 정부는 전전(前前) 정부에서 이루어진 4대강 사업을 적폐로 규정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직후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를 지시하고, 16개 보 중 6개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하도록 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지고, 홍수·가뭄 피해 방지 효과가 있다는 등의 연구가 나왔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4대강 보를 연 지 21개월 만에 보 철거를 결정한 것이다.”

23일자 <조선일보>의 <정치논리로 무너뜨리는 4대강 보> 기사 중 일부다. <조선일보>는 “밀어붙이기식으로 4대강 보에 대한 철거를 결정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추진과 유사한 점이 많다”며 4대강 위원회의 이번 조치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4대강위원회의 전문가들을 모욕하는 언사는 용납될 수 없다>는 장문의 글에서 <조선일보>의 이러한 주장을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애당초 4대상사업의 주역을 자처하고 나섰던 자유한국당이 길길이 뛰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해 줄 만”하다면서도 “언론이 극단적으로 편파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결코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 홍종호(앞줄 오른쪽)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치 논리’ 운운한 <조선일보>를 향한 이 교수의 반박

“어제 금강, 영산강의 3개 보 해체를 건의한 4대강조사·평가위원회의 제시안이 발표되자 4대강사업에 찬동했던 세력은 온갖 비방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으나,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무얼 잘했다고 그리 기고만장하게 떠들어대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하기야 우리 사회에서 내로라고 뻐기는 사람들 중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는 양심을 보유한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으니까요.”

시작부터 속 시원하다. 이 교수가 빼든 비판의 칼날은 그러나 4대강 사업에 찬동했던 세력 중 언론, 즉 <조선일보>를 향하고 있었다. <조선일보>가 환경부 4대강 위원회의 이번 조치를 “정치논리”라고 못 박은 데 대해 이 교수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동안 심사숙고해 내린 결론에 정치논리라는 허황된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것은 ‘공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태도”라고 쏘아 붙였다. 

이 교수는 “내 명예를 걸고 다짐하건대 이번 4대강위원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그런 사이비 전문가들과는 기본적으로 결이 다른 인사들”이라며 “그들이 정치논리에 휘둘려 현 정부가 원하는 것을 앵무새처럼 옮겼다고는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우리 환경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홍종호 위원장은 며칠 전 ‘예타면제’ 소동이 일어났을 때 결연히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쓴 결기 있는 학자”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홍 위원장은 ‘예타 면제’와 관련 “4대강 위원회의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조선일보> 역시 홍 위원장의 ‘예타 면제’ 비판을 현 정부 비판용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그런 사람이 4대강사업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각본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한 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교수의 이러한 비판은 <조선일보>가 한 교수의 말을 빌려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처럼,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때처럼 정치논리를 앞세워 너무 급하게 결정한 것 아니냐’고 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교수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4대강 사업의 진행 과정을 기억하는 이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보수언론은 그 위원회에 4대강사업을 반대했던 인사가 다수 참여하고 있다는 말로 신뢰성을 깎아내리려 합니다. 난 그 사실이 오히려 위원회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들이 왜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4대강사업 결사 반대!’를 외쳤을까요? 오직 우리 국토를 살리고 예산낭비를 막자는 대의 하나로 모진 핍박을 견뎌낸 분들 아닙니까?

만약 그들이 돈과 자리를 탐하는 사이비 전문가들이라면 아예 그때 ‘4대강사업 만세!’를 외치고 꽃가마를 탔을 겁니다. 대의를 위해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던 그들이 왜 지금 와서 무슨 영화를 누리려고 권력의 꼭두각시가 되기를 자청하겠습니까? 그들이 정치논리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비방 아닙니까?”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 반성부터 하시길 

이 교수는 국민 다수가 민감해 하는 ‘비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누가 어떤 의도에서 비용-편익분석을 하느냐에 따라 어마어마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며 “만약 검은 속마음으로 분석결과를 조작하려면 얼마든 가능하다는 게 비용-편익분석과 관련된 불편한 진실”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 교수는 해당 글에서 이 비용-편익분석 문제에 대해 MB의 대운하사업을 예로 들며 공을 들여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25일자 <文 정부 같은 인물이 4대강 분석했는데 결과는 정반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재차 환경부 4대강 위원회를 이번 조치를 ‘정치논리’라 몰아 붙였다. 심지어 ‘적폐 청산극’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번 환경부의 경제성 분석은 감사원 감사 때 같은 분석을 맡은 동일 인물이 실시했다고 한다. 같은 강을 상대로, 같은 인물이 실시한 경제성 분석의 틀이 바뀌면서 결과도 180도 달라졌다. 그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것은 정책이 아니라 지지 세력만 보고 벌이는 ‘적폐 청산극’이다.”

수질 측정 결과를 두고 비과학적 방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한 <조선일보>. 측정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조선일보>가 이명박 정권 출범 전후와 그 이후까지 대운하와 4대강 정책에도 엄정한 잣대와 근거를 들이댔었는지, 지금도 그러한 잣대와 근거가 공정한지 스스로 되돌아 볼 일이다. 이 교수 역시 이 점을 지적하며 글을 맺었다.  

“나는 이번 4대강위원회의 분석 결과가 바로 이 원칙적인 선을 엄정하게 준수해서 얻은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 동안 보아 왔던 위원들의 면면이 돈과 자리에 연연하는 사이비 전문가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이든 조선일보든 위원회의 비용-편익분석 결과에 대해 정당한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그 이의제기는 엄밀한 근거 위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정당한 이의 제기가 아니라 정치논리니 뭐니 하는 선동적 표현으로 위원회의 결정에 시비를 거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 <사진출처=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페이스북 페이지>

하성태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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