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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중립’ ‘양비론’으로 빠지는 ‘최교일 보도’

기사승인 2019.02.02  11: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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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최교일 파문’ 안동MBC처럼만 보도해라

또 시작입니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스트립바 출입 의혹’과 관련해 언론의 고질병이 도졌습니다. 

‘A는 이런 의혹을 제기했고, B는 이렇게 반박했다’ 식의 보도가 나옵니다. B의 반박이 제대로 된 반박도 아닌데 상당수 언론은 이를 성실히 보도해 줍니다. ‘최교일 의원 파문’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이렇습니다. 

오늘자(2일) 조선일보만 봐도 그렇습니다. 조선일보는 오늘(2일) 4면에 <‘최교일 스트립바’ 점입가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최교일 의원 파문’이 양쪽 공방으로 보도할 문제인가 

“지난 2016년 미국 뉴욕 출장에서 ‘스트립바(나체 쇼 술집)’에 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은 1일 ‘스트립바에 먼저 가자고 한 적이 없다’며 ‘해당 의혹을 제기한 대니얼 조씨는 민주당 지지자’라고 주장했다. 미국 현지 가이드인 조씨는 지난달 3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 의원이 ‘선비 정신’ 홍보를 위한 출장에서 ‘스트립바에 가자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만 그런 게 아닙니다. 오늘(2일) 동아일보도 비슷한 내용으로 보도했고, 어제 방송사들 역시 ‘양쪽의 주장’을 기계적으로 전달하는데 충실합니다. 그러면서 공방으로 보도합니다. 지긋지긋한 ‘공방 저널리즘’이 또 다시 등장합니다. 대략 한번 볼까요.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해외 출장 때 스트립바를 갔다는 의혹에 대해 공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시 일행을 안내한 현지가이드가 해당 스트립바의 상호까지 공개하자 최 의원은 ‘스트립바로 안내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의혹을 폭로한 가이드가 여당 지지자라고 주장했습니다.” (JTBC ‘뉴스룸’ 2월1일) 

“경북 예천군 의원들의 해외출장 파문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같은 지역구의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미국 출장 중에 이른바 ‘스트립바’에 갔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가이드의 구체적인 폭로가 나오자 최 의원은, 업소에 갔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문제가 될만한 장소는 아니었다면서 민주당 특보 출신인 가이드의 정치적 음해라고 반박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2월1일)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2016년 미국 출장 중 스트립바를 출입했다는 의혹을 놓고 이를 폭로한 현지 가이드와 최 의원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현지 가이드인 대니얼 조 씨는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2016년 가을 경북 현역 C 국회의원이 뉴욕 맨해튼에서 스트립바를 가자고 강요해 강압적인 분위기를 못 이겨 안내했다’고 폭로했다. 최 의원은 곧바로 ‘10여 명 모두가 있는 곳에서 주점을 알아봐 달라고 했지 스트립쇼 하는 곳으로 가자고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동아일보 2월2일자 4면)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 <이미지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최교일 의원 입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해명’의 진위 여부가 핵심

사실 언론의 이 같은 보도방식은 매우 비겁한 태도입니다. ‘사실관계’를 비교적 명확히 알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그냥 입장을 전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걸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합니다. 

최교일 의원 입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해명’의 진위 여부가 핵심이라는 얘기입니다. “스트립바를 간 적이 없다”는 최 의원 해명이 진실한가를 언론이 검증하면 된다는 말입니다. 가령 경향신문이 오늘 8면에서 보도한 <궁지 몰린 최교일 “가이드 민주당 출신”>이라는 기사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최 의원이 간 곳은 ‘파라다이스 클럽’이었고, 업종은 ‘Strip Clubs’로 분류돼 있었다. 클럽 웹페이지엔 ‘테이블 댄스룸이나 샴페인 거품 목욕, 샤워 쇼 등을 경험해보라’ 등의 설명글이 있다.” 

또 어제(1일) SBS가 <8뉴스>에서 보도한 리포트를 보면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최교일 의원이 다녀간 미국 뉴욕 맨해튼 33가 술집의 홈페이지입니다. 상단에 ‘스트립 클럽’이라고 명시돼 있고 ‘100명이 넘는 무희가 있다’고 소개돼 있습니다. 스트립쇼는 없었다는 최 의원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가이드 조 씨는 SBS 취재진에 당시 일정표와 최 의원 명함 등을 보여주며 그곳에 먼저 가자고 한 사람도 최 의원이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 최 의원은 즉각 반박 회견을 열어 먼저 가자고 한 적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다만 술집이라던 어제 해명과 달리 노출 심한 여성들이 무대에서 춤춘 건 맞다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 <사진출처=SBC 화면캡처>

정말 ‘간단하게’ 취재를 하면 최 의원의 해명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최 의원은 “식사 후 술을 한 잔 할 수 있는 주점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해당 주점은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고 공개된 합법적인 장소”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추가적인 의혹이 제기되자 “노출 심한 여성들이 무대에서 춤춘 건 맞다” “한쪽 다른 무대에서 무희들이 춤을 췄던 것 같기는 하나 거기서도 누구도 완전히 옷을 다 벗고 춤을 춘 사람은 없었다”고 해명이 바뀝니다. ‘파라다이스 클럽’의 업종이 ‘Strip Clubs’으로 되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사안을 판단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돋보이는 안동MBC 보도 … “국회의원 해외 동반 출장이 문제”

사실 많은 언론이 이번 사안을 해외연수 중에 ‘국회의원이 스트립바를 출입’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했습니다.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당시 해외 연수에 최교일 의원이 영주시 ‘예산’으로 간 게 온당하냐는 겁니다. 

이미 대구MBC와 안동MBC가 “최교일 의원과 보좌관의 출장 여비를 영주시에서 부담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데 어제(1일) 안동MBC가 <뉴스데스크>에서 이 문제를 별도 리포트를 통해 짚었습니다. 리포트가 정말 핵심을 전하고 있는데요 상당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최교일 의원의 해외 출장은 당시 영주시 지원으로 만든 ‘선비’라는 오페라의 뉴욕 카네기홀 공연 관람이 목적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해 지자체인 영주시의 일인데 해당 업무에 관여하지 않은 국회의원이 보좌관까지 대동하고 지자체 경비 지원을 받아갔다는 사실 역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최교일 의원 일행의 뉴욕 출장 시기는 2016년 9월. 그 해 4월 총선에 당선된 지 5달 만입니다. 그런데 오페라 선비는 그 전 해인 2015년 2월 이미 제작됐고 뉴욕 카네기홀 공연이 추진된 것도 2016년 1월로 최 의원이 당선되기 전 일입니다. 즉 오페라 선비의 뉴욕 카네기홀 공연에 최 의원의 역할은 없없는데도 뉴욕 출장길에는 보좌관까지 대동하고 함께 올랐습니다. ‘최 의원이 갈 자리냐’는 논란이 나옵니다. 

최 의원과 보좌관의 출장여비는 8백여만원. 이 돈을 영주시가 지급한 건 더 문제로 지적됩니다. 영주시는 국회의원 자격이 아니라 ‘선비문화세계화 홍보단’이란 단체의 일원, 즉 민간인으로 보고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지원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 의원과 장욱현 영주시장, 김현익 영주시의장 등 당시 출장갔던 8명 모두가 공교롭게 이 단체 회원으로 돼 있습니다. 

뉴욕 출장을 위해 영주시가 방문단의 이름으로 사용한 명칭인데 이를 국회의원 여비 지급의 근거로 삼은 겁니다. 편법으로 보입니다. 예천군의원 해외연수 사태를 계기로 지자체 홍보 사절단 명목의 국회의원 동반 출장에도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 <사진출처=안동MBC 화면캡처>

업무와 상관없는 국회의원이 지자체 예산으로 보좌관까지 대동해 외국을 간다?

사실 저라면 이 리포트를 서울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했을 것 같습니다. ‘스트립바 출입 의혹’과 안동MBC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최교일 의원 파문은 ‘지자체 업무에 관여하지 않은 국회의원이 보좌관까지 대동하고 지자체 경비 지원을 받아 해외를 갔는데 그곳에서 스트립바 출입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립바 출입과 관련해 ‘양쪽의 공방’으로 보도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대체 언제까지 ‘기계적 중립’ ‘양비론’으로 일관할 건가요. 요즘 독자와 시청자를 너무 우습게 보지 말기 바랍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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