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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게 ‘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의미는

기사승인 2019.01.30  11: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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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세계일보와 함께 가장 소극적으로 보도…일본 반발 소식을 꼭 포함시켜야 했나

“할머니의 빈소엔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온라인엔 추모와 애도의 글이 잇따른다. 문재인 대통령도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했다 … 일본 정부는 여전히 위안부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을 외면하고 있다 … 이제라도 일본 정부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정중한 사죄와 배상으로 살아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도리일 것이다. 김복동 할머니의 평화로운 영면을 빈다.” 

오늘자(30일) 한겨레 사설 <‘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가운데 일부입니다. 어제(2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할머니를 기리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빈소를 찾았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위안부 할머니 빈소에 조문했습니다. 문 대통령 빈소 방문에 대해 경향신문은 “역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면 비중 높고 사설까지 게재한 신문 … 경향 서울 한겨레 한국일보

많은 언론이 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를 주목했습니다. 지난 28일 타계한 이후 오늘까지 많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언론이 이렇게 주목한, 아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김복동 할머니가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드러낸 여성 인권 운동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란 사실을 밝히고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다는 점에서 △위안부 피해를 밝힌 생존자가 23명으로 줄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 등을 위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에 나설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오늘(30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생애를 조명하면서 “고인이 끝내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은 것이 애통할 따름”(경향 사설)이라고 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끝까지 싸워달라”는 게 김복동 할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언론, 특히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 관련 소식을 어떤 비중을 실어 보도하는지 지켜봤습니다. 의미를 짚고, 생애를 다각적으로 조명하는 신문도 있었지만 ‘최소한으로’만 보도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오늘(30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보도한 ‘김복동 할머니’ 관련 기사를 제목만 잠깐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가네…끝까지 싸워주게> (경향신문 2면)
<문 대통령 “역사 바로세우기 잊지 않을 것”> (경향신문 2면)
<이용수 할머니 “하늘에서도 도와주세요”> (경향신문 2면)
<‘역사의 증언자’로 기억될 인권운동가 김복동> (경향신문 사설) 

<“끝까지 싸워달라” 당부 남기고… 영웅이라 불리던 김복동 할머니 영면> (국민일보 1면)

<恨 남긴 채… ‘위안부 증언’ 김복동 할머니 별세> (동아일보 1면)
<[횡설수설/전성철]김복동 할머니> (동아일보 30면)

<김복동 할머니 마지막 한마디 “끝까지 싸워줘”> (서울신문 1면)
<“역사 바로 세우기, 잊지 않겠습니다” 큰절 올린 文대통령> (서울신문 2면)
<평균 91세… 남은 23명 시간이 없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언제쯤> (서울신문 2면)
<“인류역사 위해 투쟁한 할머니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서울신문 2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 23명, 아베 사과할 시간 없다> (서울신문 사설)

<일본이 사죄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세계일보 25면)

<文대통령 “3·1절 100주년도 못보시고…”> (조선일보 10면)

<문 대통령, 위안부 피해 할머니 첫 조문> (중앙일보 1면)
<문 대통령 “위안부 피해자 위한 도리 다할 것”> (중앙일보 16면)

<“죽거들랑 나비처럼 날고 싶다”던 아흔셋 평화운동가 김복동> (한겨레 1면)
<김복동 할머니의 ‘단짝’ 길원옥 할머니의 말 없는 조문> (한겨레 2면)
<문 대통령 “역사 바로세우기 잊지 않겠습니다”> (한겨레 2면)
<‘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한겨레 사설)

<강자에 분노하고, 약자를 품은 ‘위안부 투쟁의 상징’ 김복동> (한국일보 2면)
<김복동 할머니 “선녀들이 가마 가지고 나를 데리고 갈 거야”> (한국일보 2면)
<문 대통령, 김복동 할머니 빈소서 큰절 “역사 바로세우기, 잊지 않겠다”> (한국일보 2면)
<일본 사죄 못 받은 고 김복동 할머니의 유언, “끝까지 싸워달라”> (한국일보 사설)

   
▲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열린 '청년학생 기억, 행동, 함께의 날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는 첫번째 추모의 밤' 행사에서 김샘 전 평화나비 네트워크 대표가 발언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한일 위안부 합의 발표 사흘 뒤인 2015년 12월31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및 영사관이 있는 건물에 들어가 30여명과 함께 1시간 가량 기습 점거시위를 벌인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사진제공=뉴시스>

조선일보는 일본의 ‘반발’ 소식을 꼭 포함시켜야 했나 … 지면배치도 논란

제목에서 봐도 아시겠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곳은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한겨레와 한국일보입니다. 이들 신문은 기사량도 많았지만 사설을 실었습니다. 반면 조중동을 비롯해 다른 신문은 관련 사설이 없습니다. 

사설을 게재하는 것은 해당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판단할 일입니다. 하지만 ‘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 별세’가 가지는 의미 등을 기사 ‘하나’로 소개하는 게 온당한 지는 의문입니다. 세계일보와 조선일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기사 구성 방식과 지면 편집은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조선일보는 <文대통령 “3·1절 100주년도 못보시고…”>라는 기사 말미에 다음과 같은 부분을 언급합니다. 

“일본 정부가 재단에 출연한 10억엔(약 100억원) 중 잔여금 58억원의 처리가 문제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 출연금 10억엔을 우리 예산으로 대체한다는 구상이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재단 해산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 정부의 재단 해산 방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일 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책임을 갖고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굳이 ‘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 관련 기사에 ‘일본의 반발’을 포함시켜야 했을까요. 더 가관(?)인 건, 같은 면(10면)에 <“아베, 한국이 미래지향적이지 않다고 생각… 그래서 韓·日관계 언급 안했다”>라는 기사를 배치했다는 점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이 기사의 대략적인 내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굳이 ‘이런 기사’를 김복동 할머니 관련 기사에 배치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제라도 일본 정부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정중한 사죄와 배상으로 살아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도리일 것”(한겨레 사설)이라는 정도의 ‘질타’는커녕 ‘일본 정부의 반발’과 ‘아베 총리의 발언’을 소개하는 조선일보 지면을 보며 조선일보에게 ‘평화운동가’ 김복동 할머니의 의미는 뭘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지면 배치에도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게 있는 법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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