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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보도 피해자 홍가혜 외면하는 언론

기사승인 2019.01.28  11: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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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홍가혜씨는 국가폭력과 언론의 무차별 보도가 결합한 피해자…왜 보도하지 않는가

홍가혜 씨가 디지틀 조선일보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4일 “해경의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공익적 사안보다는 공인이 아니라 일반인 잠수지원 자원활동가였던 홍씨를 거짓말쟁이, 허언증 환자라고 무차별적으로 보도했다”며 조선닷컴의 허위보도에 따른 홍씨의 명예훼손을 인정했습니다. 

디지털 조선일보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홍가혜 씨에 대해 ‘허언증 환자’라거나 ‘유명 운동선수의 애인 행세를 하고 다닌다’며 허위 사실을 적은 인터넷 기사 27건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모두 허위로 밝혀졌습니다. 

   
▲ <이미지 출처=다큐멘터리 '가혜'의 한 장면>

재판부, 조선닷컴 27건의 ‘홍가혜 기사’ 허위 … 6천만 원 배상 판결 

당시 스포츠월드 기자 김용호 씨의 근거 없는 주장과 인터넷에 떠돌던 유언비어를 검증 없이 인용 보도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을 기사화함에 있어서 내용의 진실 여부를 미리 조사, 점검하는 것은 언론기관의 기본 책무”라고 밝혔습니다. 

언론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6000만 원이라는 손해배상액이 나온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재판부도 조선닷컴 보도에 문제가 많고 의도 또한 악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관련 내용은 지난 주말 홍가혜 씨가 페이스북에 직접 공개하면서 알려졌습니다. 판결문까지 공개한 홍가혜 씨는 “조선일보측은 내게 500만 원에 합의하자고 했다”는 내용도 언급하면서 “여기까지 오는 데 소송비용만 2억여 원이 들었다. 금액을 따지면 손해지만 이들의 거짓을 사법 역사에 남기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 관련기사 : 홍가혜 씨, 조선일보에 승소.. 法, ‘6천만 원’ 배상 판결

이번 소송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판결은 적지 않습니다. 재판부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내용을 기사화함에 있어서 그 내용의 진실 여부를 미리 조사, 점검하여야 하는 것은 언론기관의 기본적 책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스포츠월드 김용호 기자의 트위터 및 칼럼은 가십적 보도의 성격이 강했음에도 조선일보 기사는 ‘해경의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라는 공익적 사안보다는 공인이 아닌 일반인 잠수지원 자원활동가였던 원고의 사생활 관련 소문들과 원고를 ‘거짓말쟁이’, ‘허언증 환자’라고 무차별적으로 보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조선일보 보도에는) 이 같은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마디로 조선일보의 ‘홍가혜 씨 보도’가 언론 보도의 원칙과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입니다. 

홍가혜 씨 승소 기사 보도한 언론 살펴보니 … ‘동업자 의식’의 발로인가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 그렇습니다. 홍가혜 씨가 조선닷컴 보도에 승소했다는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2014년 당시 조선닷컴을 제외하더라도, ‘홍가혜 죽이기’라고 느껴질 정도의 엄청난 보도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해도 너무하는’ 언론의 침묵입니다. 

28일 오전 10시50분 기준, 양대 포털에서 ‘홍가혜’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네이버는 8개, 다음은 12개의 기사가 검색됩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재판부의 판결 의미 등을 제대로 보도한 곳은 고발뉴스, 민중의소리, 미디어오늘, 노컷뉴스, 신문고뉴스, 포커스데일리 정도입니다. 

KBS와 MBC는 ‘단신’으로 보도했고, 나머지 주류 언론은 ‘짧은 내용’ 이른바 ‘온라인닷컴발’로 포털에 송고하는 형식입니다. 주류 언론이 ‘이렇게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홍가혜씨 사건’을 한국 언론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가늠하는 일종의 바로미터로 보고 있습니다. 홍가혜 씨는 지난해 11월29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홍 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MBN 인터뷰에서 해경의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101일간 구속되는 ‘억울한 일’을 겪었습니다. 저는 ‘홍가혜씨 구속’에는 언론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보도’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선닷컴에 대한 홍가혜씨 승소’ … 한국 언론은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이번 ‘조선닷컴에 대한 홍가혜씨 승소’에 한국 언론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시 언론보도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홍가혜씨 승소’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미디어오늘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세월호 구조작업의 답답함을 알리며 해경의 활발한 구조 활동과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던 홍가혜 씨는 101일간 구속되는 고초를 겪었다. 무죄 판결 이후에도 검찰의 항소와 상고 끝에 4년 7개월 만에야 비로소 피고인 신분을 벗어났다. 홍씨는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국가폭력 피해자이자, 언론의 무차별적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가 훼손된 언론보도 피해자다.” 

홍가혜 씨는 ‘국가폭력과 언론의 무차별적 보도’가 결합해 개인의 명예가 훼손된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언론이 국가폭력에 침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권력’의 이익에 발맞추는 보도를 할 때 어떤 결과를 빚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언론이 이번 판결의 의미를 짚어야 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은 외면 혹은 침묵입니다. 본인이 판결문까지 자세히 올렸지만 보도조차 하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동업자 의식의 발로인가요? 아니면 홍가혜 씨 사건은 이제 ‘지난 일’이라고 보는 겁니까. 

어떤 이유가 됐든, 주류 언론의 이런 침묵은 한국 언론이 왜 ‘개혁 대상’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언론보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언론이 외면한다? 그런 언론은 ‘정상’이 아닙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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