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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통신대란’에서 이석기 내란선동(?) 떠올린 조선일보

기사승인 2018.11.26  08: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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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KT 통신대란 관련 기사 뒤로 배치하며 조선이 주목한 이슈는?

<“KT 혜화전화국 습격” 이석기 내란 선동 다시 주목>

오늘자(26일) 조선일보 2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대란을 계기로 2013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선동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말씀 드려 죄송하지만, 오늘(26일) 조선일보 지면 편집은 정말 웃깁니다. 오늘 조선일보를 포함한 9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을 장식한 키워드는 ‘KT 통신대란’인데, ‘이석기 내란 선동(?)’이 다시 주목된다는 별도 기사를 실은 곳은 조선일보 뿐입니다. (중앙일보가 4면에서 관련 부분을 잠깐 언급을 합니다만 별도 기사를 싣지는 않았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KT통신대란’ 기사를 12면에 배치한 조선일보…탈원전 비난과 삼성 주목

조선일보는 2면에 별도 기사를 배치하고도 아쉬운 점이 있었던지 사설에도 다시 한번 이석기 내란선동(?)을 언급합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만약 테러 세력이 지하 통신구에 연쇄적으로 방화하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실제로 2013년 내란음모 사건으로 체포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등은 서울의 KT 혜화지사를 타격 대상으로 삼아 사회 혼란을 노렸다는 국정원 녹취록이 공개됐다. 지하 통신구 방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서울 도심 주말 통신대란, 테러였으면 어쩔 뻔했나>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보상책 꺼낸 KT “피해 고객들 1개월 요금 감면”>이라는 기사도 2면에 배치하지만, 제가 봤을 때 비중을 실은 건 ‘이석기’라는 키워드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난데없이(?) ‘KT 통신대란’ 관련 기사에서 이석기 전 의원을 등장시키는 조선일보를 보면서 조선일보가 합리적 보수로 변화하는 건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밌는 건, 정말 독자나 시민 입장에서 궁금한 기사, 이를테면 <KT ‘통신망 허브’ 절반은 백업회선 없어… 사고 나면 속수무책>이라는 기사를 조선일보는 12면에 실었다는 점입니다. 

‘KT 화재와 통신대란’이라는 대형사고가 터지면 통상 1면에 스트레이트 기사를 싣고 3면이나 4면에 분석·해설 기사를 배치합니다. 물론 이런 편집 방식이 정답은 아닙니다만 통상적으로 그렇게 배치한다는 얘기입니다. 

‘KT통신대란’이라는 큰 사고와 관련된 기사를 12면으로 밀어(?)내면서 조선일보가 주목한 기사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 대목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지더군요. 조선일보가 3면과 4면에 배치한 기사 제목만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삼성폰, 세계 5대 업체중 유일하게 매출 줄어>(3면)
<중소기업들, 외국인 근로자조차 안뽑는다>(3면)
<1년 중 104일 ‘전력 불안’ 시달리자, 3년 만에 탈원전 등돌렸다>(4면)
<국내선 탈원전 외치고… 文대통령, 체코 찾아가 ‘원전 세일즈’>(4면)
<일본, 원전 비중 2030년까지 2%→20%로 확대>(4면)

어떤가요.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난과 삼성폰이 매출이 줄었다는 기사를 비중 있게 실었습니다. 

신문편집이 독자들의 시각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형성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늘(26일) 조선일보 지면 흐름은 ‘KT통신대란(1면, 통신불안)→과거 이석기 내란 선동 주목(2면, 테러연관)→삼성폰 매출 하락(3면, 경제불안)→대만 전력불안 탈원전 등돌려’(4면, 전력불안)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불안 심리’ 조장하는 조선일보 … KT 통신대란의 본질적 문제는 거론조차 안해

한마디로 정리하면 1면부터 4면까지 ‘통신불안’ ‘테러불안’ ‘경제불안’ ‘전력불안’을 강조했다는 말입니다. 5면에 ‘남북관계 불안’ 소식으로 지면이 가득찼다는 점을 고려하면 요즘 조선일보가 ‘불안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런 식의 불안’을 강조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다 보니 정작 짚어야 할 대목은 제대로 거론조차 하지 않고 건너뛰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선일보처럼 ‘국가안보’와 ‘테러 경각심’을 강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IT강국으로 평가받는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발생했는지 원인규명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다음 오늘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책임을 묻는 작업도 진행해야 합니다. “KT는 사고를 제때 복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우회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아이티(IT) 강국에 걸맞지 않은 후진성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오늘 한겨레 사설 제목은 <화재 1건에 쩔쩔맨 케이티, 통신사업자 자격 있나>입니다. <서울 도심 주말 통신대란, 테러였으면 어쩔 뻔했나>라는 조선일보 사설 제목과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신문 홈페이지 캡처>

경향 “안전관리 주요 업무까지 외주화, ‘KT 화재’ 언제든 터질 문제였다”

화재 원인규명은 다각도로 해야겠지만 오늘(26일) 경향신문 3면에 실린 기사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안전관리 주요 업무까지 외주화, ‘KT 화재’ 언제든 터질 문제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인데요, 이번 화재가 KT민영화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KT가 2002년 민영화 뒤 인력을 대대적으로 줄이면서 핵심 시설관리까지 외주업체에 맡겼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실제 경향신문이 보도한 KT사업보고서 내용을 보면 연관성을 의심해 볼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KT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5만6600명이던 정규직 직원은 2017년 말 기준 2만3420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KT는 민영화 다음해에만 6000여명을 내보냈고, 2014년 8304명 대규모 명예퇴직까지 매년 인력 감축을 거듭했습니다. 

경향신문은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며 인건비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주력했지만, 안전성에 대한 대비는 부족했다는 점이 이번 화재로 확인된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IT사회에서 통신의 공공성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인력감축 등으로 국가 기간통신망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계속됐다는 얘기입니다. 

   
▲ 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KT민영화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수익성 위주 경영에 문제는 없을까 

이번 화재사건 이후 KT 전현직 직원들로 이뤄진 KT민주동지회가 25일 성명을 냈습니다. “민영화 이후 KT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그 근본원인이 있다”는 겁니다. 성명에는 이번 화재 사건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내용이 많은데 거의 대다수 언론이 보도하지 않아서 관련 부분을 인용하면서 글을 맺을까 합니다. 

“이번 통신 사고를 계기로 KT민영화의 폐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수익성만을 추구하며 통신의 안정성과 노동자들의 안전을 도외시해온 KT의 행태는 근본적으로 민영화로부터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통신의 안정성을 위해 중요한 요소인 설비투자액만 보더라도 이는 분명해진다. 사회공공성을 위해 다소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많았던 투자는 2002년 민영화 이후 급속히 줄어들었다. 매출대비 설비투자액은 2000년도만 해도 33.9%에 달했는데 2004년에는 15.3%로 내려갔고 현재는 10% 이하까지 줄어들었다. 2005년 2월 경기남부, 영남 지역에 발생한 대량의 전화불통 사태도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교환기 여유용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아현지점 화재사태도 긴급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설비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규모가 커졌다 볼 수 있다. 민영화 이후 설비투자도 줄이고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며 비용을 절감해 얻은 수익은 모두 KT주식을 보유한 국내외 자본의 몫이었고 그 피해는 국민들이 감당해야 했다. 이제 KT 민영화의 폐해를 제대로 돌아보고 재공영화 등의 대안을 새롭게 모색해야 하는 이유이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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