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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는 팩트”라는 조현오, 용산참사 유족 앞에서도 당당할까

기사승인 2018.09.05  17: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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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상조사위 결과 발표는 시작일 뿐.. MB와 조현오 범죄 낱낱이 파헤쳐야”

   
▲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에 댓글 공작을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5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저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결과를 결코 승복하지 않습니다. 팩트는 팩트입니다. 그게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사실관계를 왜곡시키려고 드는 건, 그거는 굉장히 잘못된 걸로 생각합니다. 사실관계의 기반에서 비판하고 어떤 비난을 해야지 엄연한 사실관계를 왜곡시켜서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은 그건 온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전직 경찰청장으로서 경찰 조사를 최초의 인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해 보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와 경찰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

5일 오전 경찰조사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출석한 그는 “쌍용차 파업 진압 당시에 그게 강제진압이었고 또 법령 위반이 있었다는 진상조사 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위와 같이 답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팩트’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는 있는 건지, 도리어 향후 재판 과정에서 법리를 따질 때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사는 아닌지 심히 의심되는 언어 사용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나 정치적 중립 운운한 대목이 그랬다.

“저는 누구보다도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던 사람입니다. 제가 대통령과 경찰청장 지시라고 할지라도 헌법과 법령에 저촉되면, 그걸 따라서는 안 됩니다. 이 이야기를 10만 경찰을 상대로 해서 여러 번 강조한 사람입니다. 저는 정치에 관여하라고 결코 지시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정치에 관여하라고 하는 지시를 했다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헌법과 법령에 저촉되면 따르지 않았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렇게 들리지 않는가. 자신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지시를 따랐고, 그것이 위법한 사안인 줄 몰랐다는 발뺌 말이다.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는 조 전 청장이 우선 경찰 조사를 받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용산 참사의 책임 부분은 어쩔 텐가. 우선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계속 ‘팩트 왜곡’이라 우길 셈인가.

   
▲ 2009년 1월 21일 오전, 국립과학수사대가 서울 용산참사현장에서 현장감식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경찰 조사 받는 첫 전임 경찰청장 조현오

이날 진상조사위는 지난 6개월 간의 ‘용산 참사’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경찰이 사건 당시 무리한 진압 작전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망한 철거민과 경찰특공대원 유족에게 사과할 것 등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당시 경찰은 남일당 건물 옥상의 망루 농성자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않았다. 경찰 지휘부는 농성 25시간 만에 경찰 특공대 투입을 결정한 것도 모자라 경찰특공대의 작전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폭력 진압을 강행했다. 유사한 망루 진압 작전과 달리 2대에 불과한 소방차를 필두로 안전조치 조차 미비했다.

이후 대응은 더 문제였다. 들끓었던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무려 900여 명의 사이버 수사요원을 여론전에 동원했다. 경찰청 내 댓글부대의 탄생이었다. 일반 국민은 물론 경찰까지 사망한 사건에 대해 경찰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댓글 작업에 주력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위해 경찰이 했던 ‘공작’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어째 판박이지 아니한가. 한 주 전이던 지난달 28일,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쌍용자동차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와 비교한다면 말이다. 앞서 진상조사위는 관할청인 경기지방경찰청이 쌍용차 노조원들의 평택공장 점거 농성이 시작된 직후인 2009년 6월부터 강제진압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후 사측의 경찰권 발동 요청서 접수, 법원의 체포영장·압수수색영장 발부, 공장진입 시 사측과 동행, 단전·단수 등 공장 내 차단조치, 체포 노조원들에 대한 사법처리까지 단숨에 이뤄졌다. 그 중심에도 물론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른바 ‘강희락 패싱’까지 작동됐던 당시의 지휘체계 무시를 묵인한 이는 당연히 MB였고.

다만, 진상조사위가 용산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그럼에도 팩트는 팩트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위 두 사건은 물론이요, 이른바 댓글 사건의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헌데, 최초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전임 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여할 자가 오히려 당당하기만 하다. 그런데 말이다. 용산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경찰 유족 앞에서도 그리 당당할 수 있을까.

   
▲ 2009년 1월 21일,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가 서울 송파구 국립경찰병원을 방문해 용산참사에서 희생된 故 김남훈 경장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 발표, 이제 시작이다

“다 지난 얘기인데 사과가 문제가 아니다. 사과를 받으면 뭐 하나 싶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에게 ‘사과’가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용산참사로 순직한 고(故) 김남훈 경사의 아버지 김권찬 씨는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곧 (참사) 10주기가 다가오는데, 지금 생각해도 속이 끓는다”면서도 “인화성 물질이 망루에 있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고 (특공대를) 투입했기 때문에 사망자가 나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또 집회·시위 관리 분야에 10년 이상 몸담은 한 경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찰 내부적으로 당시에도 지금도 ‘무리한 진압’이었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라면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안타까운 일”이라는 반응을 전했다.

김권찬 씨가 과연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가 아니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발언을 접했다면 어땠을까. 반대로 10만 경찰 앞에서 떳떳했다던 조 전 청장이 김권찬 씨 앞이었다면 그리 당당할 수 있었을까.

진상조사위 결과 발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검경이 댓글 사건을 위시해 공소시효가 남은 조 전 청장의, 그리고 MB의 범죄 사실을 낱낱이 파헤쳐야 마땅하다. 용산참사로 인해, 더불어 쌍용차 사건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고통을 받았던 수많은 피해자와 유족들 앞에서 조 전 청장은, MB는 계속해서 당당함으로 일관할 테니까. 두 사람에게 티끌 하나라도 정당한 죄목을 보여하고, 정당한 법집행이 내려져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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