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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생 박지원과 68년생 하태경, 확연히 다른 ‘워마드 편파수사’ 논란 해결책

기사승인 2018.08.13  1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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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근원적·거시적 시각에서 책임있고 건설적인 논의 필요

“국가기관의 수사는 공정하고 성역이 없어야 합니다. 일베고 워마드고 여성을, 남성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혐오하는 것은 모두 성 폭력, 범죄 행위입니다. 당연히 법에 의해서 처벌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회 통념상 피해는 거의 여성의 몫이었기에 이를 시정하는 방법도 모색할 때입니다. 특히 법을 집행하는 기관은 그러한 시대적 맥락을 파악해야 합니다.”

지난 10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워마드 운영자 편파수사 논란과 관련된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앞서, 경찰의 워마드 운영자 수사 보도가 일파만파 파장이 커진 9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개소식에서 “일베에 대해서도 최근 불법촬영물이 게시된 사건을 신속히 수사해 게시자는 검거했고,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고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직 경찰청장이 직접 논란의 진화에 나선 것이다. 민 청장은 또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그동안 차별을 받고 불법행위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측면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두고,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 등 엄정한 사법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역시 ‘홍대 몰카’ 사건 이후 지속되는 편파수사 반대 집회와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촉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의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경찰이 워마드 운영자를 체포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차 수 만 명이 모여서 집회를 이어가는 그 현상에 대해 귀담아 들을 주장도 있습니다. ‘일베에 넘치는 여성 혐오는 외면하며 왜 워마드만 탄압을 하느냐’는 말에도 일말의 진실이 있습니다. 워마드 논란을 계기로 우리 스스로 암묵적 일베는 아니었는지, 모든 성 차별, 성 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국회와 우리 사회에서 책임 있고 건설적인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우리 스스로 암묵적 일베는 아니었는지”라며 ‘우리안의 일베’라는 개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개념은 일간베스트 사용자들의 반인권적인 게시물과 세월호 유족을 조롱한 ‘폭식투쟁’과 같은 반인륜적 행태가 기성을 부릴 당시, 일부 지식인들과 언론인들 사이에서 남성중심의 한국사회를 자성하자며 나온 “건설적인 논의”와 관련된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1942년생, 만 76세의 현역 국회의원이 주창한 것이다. 

   
▲ 좌로부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지구를 떠나세요!”라던 하태경, 그거면 충분할까?

“이 양반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점. 이 양반 나이가 올해로 77. 42년생이다. 10~30대의 젊은 남성들이 가장 적극적이고 폭력적인 여성혐오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현상에서 시대 흐름까지 읽는 이런 시각은 정치인으로서 정말 무서운 능력인 거다.”

‘ZOKER’라는 트위터 사용자가 박지원 의원의 페이스북과 관련해 적은 평이다. 박 의원의 나이를 감안, 일방적인 워마드 비판에서 벗어나 “‘일베에 넘치는 여성 혐오는 외면하며 왜 워마드만 탄압을 하느냐’는 말에도 일말의 진실이 있습니다”라고 한 이 노 의원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공감이 유효한 이유는 그 반대편에 자리한 정치인들의 의식이 엄연히 존재해서이리라. 

“워마드 이 친구들 정말 정신 사납네요. 몰카 막을 전쟁을 벌여도 부족할 판에 본인들이 몰카 범죄 저지르고 있네요. 더운 날 더 열 받게 합니다. 그냥 지구를 떠나세요! 거긴 한국도 없고 한남충도 없어요.”

지난 12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역시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하 의원은 <'워마드'에 오른 대학 몰카…서울대 '몰카와의 전쟁' 돌입>란 워마드 관련 기사를 게재한 뒤, 위와 같은 ‘센’ 주장을 펼쳤다. 워마드에 가해지는 기존 비판에, 새로운 뉴스를 더해 “지구를 떠나”라는 거친 표현을 불사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하 의원이 꼭 봐야 했을 기사가 있었다. 또 다른 ‘몰카’ 관련 기사였다. 

12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인터넷에 퍼진 불법촬영 영상물을 삭제하고 피해자를 돕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운영된 지 100일 만에 1000명 넘는 피해자들이 신고했다고 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12일 밝힌 내용이다. 

지난 100일간 이 지원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는 1040명, 피해 건수는 2358건에 달했다. 센터가 삭제를 도운 불법 영상물도 6000건에 가까웠다. 이 센터가 지원한 영상물 삭제와 상담 등 지원 건수는 7994건이었고, 50일차에 집계한 피해자 수와 지원 건수(493명·3115건)보다 배 이상 늘어났고 한다. 새로운 피해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안의 일베’를 점검한 1942년생 박지원 의원과 워마드를 향해 “지구를 떠나세요”라고 한 1968년생 하태경 의원. 둘의 상반된 의견은 과연 “일말의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과연 성 차별, 성 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필요한 시각은 무엇인지 되돌아  보게 만든다. 

워마드 편파수사 논란에 필요한 책임 있고 건설적인 논의

"여성을 비하하는 사이트는 남성 혐오 사이트에 비해 훨씬 많고, 장기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경찰이 수사의 무게 추를 잡는데 유념해야 할 점입니다." (KBS <뉴스9>)
"편파수사가 정말 오해라면 그 오해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수사기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겁니다." (MBC <뉴스데스크>)

편파수사 논란이 거셌던 지난 8일, KBS와 MBC는 “워마드와 일베는 다른 면이 있다”며 수사 관련 해명을 내놓았던 경찰을 반박하는 논조를 보였다. 내용은 이랬다. MBC는 특히 <일베 놔두고 '워마드'만 편파수사?!>란 <새로고침> 뉴스를 통해 음란물 유통을 방치했던 웹하드 운영자들이 음란물 유포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왔던 사례를 비교하며 경찰의 해명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 웹하드 판결문을 한 번 보면 '매출에 영향을 미칠까 봐 음란물을 방치 한 사실이 인정된다' 즉, 돈 벌려고 법을 어겼다면서 처벌이 벌금 150만 원입니다. 당시 웹 하드 업체들 매출이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 원인데, 제대로 된 처벌이 됐을까 싶습니다.

남성이 주로 가해자인 음란물 게시죄, 한해 4천건 가운데 660명, 16%만 처벌을 받고요. 그나마 거의 다 벌금형이었습니다. 40%는 범죄가 인정되지만 '반성한다. 초범이다' 이런 이유로 선처하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편파수사가 정말 오해라면 그 오해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수사기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겁니다."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특히 KBS 역시 <일베 vs. 워마드…'남성 비하' 수사에 경찰 더 적극적?>이란 꼭지를 통해 경찰의 수사 결과 수치를 비교 분석했다. KBS가 그간 꾸준히 여성혐오 문제를 따라잡았던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갈만한 보도였다.

“왜 한쪽 운영진만 처벌하려 하냐, 이런 불만 나올 수 있습니다. 경찰은 이렇게 밝혔습니다. 일베는 수사에 협조하고 있지만, 워마드는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음란물 등 불법 영상 유포를 방조한다는 혐의가 적용된다'입니다. 여성을 비하하는 사이트는 남성 혐오 사이트에 비해 훨씬 많고, 장기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경찰이 수사의 무게 추를 잡는데 유념해야 할 점입니다.”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워마드의 패륜에 가까운 게시물들, 비판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근원을 따져보는 동시에 실제로 ‘편파수사’가 아닌지, 만약 오해라면 그 오해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따질 필요가 있다. 현직 국회의원 무턱대로 “지구를 떠나라”는 비판을 위한 비판을 일삼고, 경찰 당국이 “워마드나 일베나 똑같이 수사했다”는 오해를 부를 변명으로 면피를 구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는 얘기다. 

13일 ‘편파수사’ 논란의 시작이었던 ‘홍대 몰카’ 사건의 피의자가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다는 소식이다. 홍익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성모델의 나체를 찍어 ‘워마드’에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모델 안모씨(25)에게 이날 법원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안씨가) 피해자의 성기와 얼굴이 그대로 보이는 사진을 남성혐오 사이트에 올린 점은 비난 가능성이 높고 죄책이 무겁다”며 “피해자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고, 사진이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돼 실질적인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처벌 정도가 달라질 수 없다”는 판시와는 달리 꽤나 무거운 형량이라 할 만 하다. 아마도 이 판결은 이후 ‘편파수사’ 논란을 오래도록 지속시킬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안에 대해 즉물적이고 단편적인 주장이나 판단이 아닌 근원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이 요구되는 이유다. 박 의원이 언급한 것 처럼 “책임 있고 건설적인 논의”를 위해서 말이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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