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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쌍용차 분향소’ 보도엔 ‘친박단체 폭력’이 없다

기사승인 2018.07.05  08: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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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쌍용차노조와 친박단체간 대치? 물리적 충돌? 추모방해 행위!

“5년 만에 다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설치된 쌍용자동차 해고 사망자 분향소에서 친박 보수단체 회원들이 추모객을 폭행하는 등 이틀째 추모를 방해했다. 이 과정에서 분향소를 찾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수단체 회원에게 목덜미를 잡히는 등 폭행을 당했다.” (경향신문 2018년 7월4일) 

“대한문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즉각 석방’ 등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여온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국본)는 분향소 설치 직후부터 몸싸움을 벌이고 의자를 집어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렸다. 경찰이 가로막아 ‘실력행사’가 저지된 뒤에는 방송차로 군가를 틀고 볼륨을 높였다 … 한겨레가 이날 오전 보수단체 쪽 방송차에서 나오는 소음을 측정해보니, 84㏈ 정도가 꾸준히 유지됐다. 기차가 지나가는 수준의 소음이다. 또 100여명이 분향소 주변을 둘러싼 뒤 ‘시체팔이 쇼쇼쇼’, ‘빨갱이들은 죽어라’ 등 모욕적인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보수의 성지’인 대한문을 내줄 수 없다며 추모객에게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한겨레 2018년 7월4일) 

친박단체의 ‘폭력’…상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일부 언론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쌍용자동차 해고 사건’과 관련해 숨진 노동자의 분향소가 5년 만에 다시 설치됐습니다. 그런데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라는 ‘친박단체’가 대한문은 자신들의 집회 장소라면서 추모 행사를 방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분향소를 찾아 추모하려는 시민들에게 모욕적인 구호를 외쳤습니다. 국회의원까지 폭행했습니다. 당시 상황은 앞에서 언급한 경향신문과 한겨레 기사에 대략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의 보도가 이상합니다. 대한문 앞이 ‘친박단체’ 소유도 아닌데 이 같은 행동이 상식에 부합하는 것인지 - 언론이라면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해 판단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양측의 대치’ ‘물리적 충돌’ ‘친박단체 강력 반발’과 같은 단어가 등장합니다. ‘친박단체’의 폭력성과 비상식, 추모방해 행위는 이런 단어들에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4일 TV조선 ‘뉴스9’이 대표적입니다. TV조선은 이날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이틀째 충돌> 리포트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어제 낮 12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지난달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쌍용차 해고 노동자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기습 설치했습니다. 지난 2013년 6월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분향소가 강제 철거된 지 5년만의 재등장입니다. 그러자 2년 전부터 이곳에서 집회를 해온 친박단체가, 분향소 설치는 불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노조원과 친박단체, 또 시민들까지 뒤엉켜 고성과 욕설, 몸싸움 등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TV조선은 ‘분향소 기습 설치’ ‘친박단체 강력 반발’ ‘충돌이 빚어졌다’와 같은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TV조선이 선택한 이 단어가 당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TV조선은 “현장을 찾은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목덜미가 잡히는 등, 4건의 폭행이 경찰에 접수됐다”고 보도했는데 이 또한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은 ‘편파적인 보도’라고 봅니다. 누가 표창원 의원의 목덜미를 잡았는지, 폭행을 행사한 주체가 누구인지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TV조선 리포트만 보면 마치 ‘노조원과 친박단체, 시민들이 서로 고성과 욕설,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목덜미를 잡혔다’는 식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는 당시 현장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친박단체 추모방해와 폭행 ‘물타기’ 하는 TV조선 

어제(4일) JTBC ‘뉴스룸’도 ‘쌍용차 분향소’를 다뤘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2009년 쌍용차에서 해고됐다가 최근 숨진 김주중 조합원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어제(3일) 설치했습니다. 해고 뒤 공사장 일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오던 김 씨가 지난달 27일 경기도 평택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5년 전 철수한 해고 노동자 분향소를 다시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태극기 행동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집회 장소라면서 분향소를 치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해 분향을 하러 온 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태극기 행동이 먼저 집회 신고를 했지만, 나중에 추가 신고가 있으면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TV조선 리포트와는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우선 ‘왜 분향소를 만들려 하는지’가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분향을 하러 온 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다쳤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태극기 행동이 먼저 집회 신고를 했지만, 나중에 추가 신고가 있으면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할 수 있다’는 경찰의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앵커멘트에선 “태극기를 앞세운 한 단체가 대한문은 자신들의 집회 장소라면서 추모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부분도 언급합니다. 

△지난 2013년 6월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분향소가 강제 철거된 지 5년만의 재등장 △2년 전부터 이곳에서 집회를 해온 친박단체가, 분향소 설치는 불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는 내용으로 리포트를 구성한 TV조선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TV조선 보도가 정확할 수도 있지 않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언론 보도와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 그리고 표창원 의원의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TV조선 보도는 문제가 많습니다.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TV조선 보도는 문제가 많다 

다른 언론의 보도를 몇 개 살펴보도록 할까요. 다음과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표창원 의원이 5년 만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 관련 사망자 분향소를 찾았다가 친박(친 박근혜)단체 회원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 친박 단체인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국본)는 두 의원이 분향소에서 절을 하는 동안 곁에서 욕설을 포함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 표 의원은 국본 관계자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거세게 뒷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연합뉴스 2018년 7월4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잇따른 죽음을 추모하고 정부의 손배 소송 취하 등을 요구하는 서울 대한문 분향소를 찾았다가 보수단체 회원에게 폭행을 당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표 의원의 목덜미를 끌어당기는 등 폭력을 행사한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4일 밝혔다 … 쌍용차지부는 4일 오후 3시20분께 분향소를 더 구석진 자리로 옮겨야 했다. 양쪽은 분향소를 옮기는 대신 더는 충돌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평화는 잠시뿐이었다. 이날 오후 5시께 표 의원과 같은 당의 박주민 의원이 분향소를 찾자 보수단체 회원들은 분향소 쪽으로 몰려와 다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후 한 남성이 분향을 마치고 나오는 표 의원의 목덜미를 잡아끄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경찰은 이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한겨레 2018년 7월4일)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ㆍ표창원 의원이 5년 만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 관련 사망자 분향소를 찾았다가 친박(친 박근혜)단체 회원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표 의원은 분향소를 찾았다가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국본) 측 한 남성으로부터 목덜미를 잡혔다 … 국본은 두 의원이 분향소에서 절을 하는 동안 곁에서 욕설을 포함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중앙일보 2018년 7월4일)

“쌍용차 해고자의 분향소 설치를 두고 노동자들과 일부 극우단체가 이틀째 대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현장을 방문했던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폭행을 당했습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오늘(4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은 표창원 의원 목덜미를 잡는 등 폭행한 극우단체 소속 60대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 어젯밤에는(3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일부 극우단체가 서울 대한문 앞에 설치된 쌍용차 해고 노동자 분향소를 두고 밤샘 대치를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 노조를 돕던 시민단체 관계자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경찰 2백여 명이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YTN 2018년 7월4일) 

어떤가요? TV조선 보도가 상황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시나요? 저는 당시 상황을 담은 타 언론사 동영상을 비롯해 인터넷 다시보기를 통해 TV조선 리포트를 여러 번 봤습니다. 제 결론은 TV조선 리포트가 지극히 ‘편파적인 보도’라는 겁니다. 추모객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추모행위를 방해한 친박단체의 ‘안하무인’과 폭력성을 희석시키는 보도를 했다는 얘기입니다. 

TV조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는지 묻고 싶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폭력은 결코 해결책이 아니잖습니까? 분향소와 조문객 대상 폭력 공격이 계속 있었다는데 이후 없길 바랍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중 서른 번 째 희생자십니다. 2009년 분규 현장에서 체포된 후 국가로부터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해 생계 곤란 등 10년 가까이 힘들고 어려운 싸움 해 오시던 분이시구요. 장치적 입장이나 방향이 다르더라도 생명에 대한 존중과 망자에 대한 예의는 지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TV조선을 비롯한 일부 언론은 과연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키고 있는 걸까요? 해고노동자와 관련한 적극적 보도는 기대조차 하지 않습니다. TV조선은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죽음’에 대해선 대부분 무시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모행위를 방해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마저 ‘양쪽의 대치와 갈등’으로 보도하는 것은 사실상 왜곡보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사태가 쌍용차노조와 친박단체간 대치가 아니라 친박단체의 추모방해이자 폭력행위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쌍용차 분향소’ 보도를 하면서 ‘친박단체 폭력’에 대한 비판과 언급이 없는 TV조선 –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 <이미지 출처=표창원 더불어민주당 페이스북>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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