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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자연 사건 재수사 결정.. 이제 공은 검찰에게로

기사승인 2018.06.05  17: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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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장자연의 죽음은 첫 번째 ‘미투운동’.. 철저한 조사 필요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은 김효은 부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2009년 사망한 고 장자연 씨 사건의 진상 조사 청원이 23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당시 경찰 수사기록이 공개되었다. 경찰은 지목된 인물을 소환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故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김 부대변인은 또 “경찰과 검찰은 장씨 문건에 적시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억울한 죽음을 외면했다. 공권력이 제 기능을 못하고 거대 언론과 자본의 힘에 굴복하고 만 것”이라며 “검찰 과거사조사위원회는 재조사를 통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재조사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과오를 인정하기가 두려워 억울한 피해자와 사건의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러한 지적은 사실 국민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말 마감된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란 청원은 참여 인원 20만 명을 넘기며 관심을 끈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고 장자연 사건 재수사에 관해 “공소시효를 떠나 과거 수사에 미진한 부분은 없었는지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와 검찰 진상조사단에서 의혹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박 비서관은 “상당한 시간이 흘러서 공소시효가 대부분 지났지만 성 접대 강요나 알선 혐의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을 수 있다”며 “2009년 당시 경찰이 4개월간 수사를 진행했지만 유력인사에 대한 성 접대 의혹에 대해 증거 부족으로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지난 2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했고 사전조사를 통해 본격 재수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고 장자연 씨. <사진제공=뉴시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난 지금, 그 결실이 맺어질 전망이다. 지난 4일 검찰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앞서 재수사를 권고한 고(故) 장자연 강제추행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부터 사건기록을 넘겨받아 기록 검토에 들어간 것은 사건 발생 9년 만의 일이다.

이와 관련,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장자연 리스트’를 검토하던 중 공소시효가 남은 전직 기자 출신 정치인 A씨(49)의 강제 추행 혐의를 재수사해달라고 검찰에 권고한 바 있다.

A씨는 장자연 씨가 목숨을 끊기 전인 지난 2008년 8월 당시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의 생일파티에서 장자연에게 부적절한 행위를 하도록 한 혐의로 입건됐던 인물. 하지만 당시 검찰은 수사를 진행한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목격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A씨를 불기소 처리한 바 있다. 재조사가 시작된다면,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는 오는 8월 4일로 알려졌다.

앞서 작년 12월 12일 발족한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독립성과 중립성의 기치를 내걸었다. 위원회가 조사 대상에 삼는 사건은 ▲ 재심 등 법원의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 가운데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 의혹이 상당함에도 검찰이 수사 및 기소를 거부하거나 현저히 지연시킨 사건 등이다. 장자연 사건은 세 번째 경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밤의 대통령’, 검경을 무력화시키다

벌써 9년이다. 촛불정권이 들어서지 않았다면, 공수처 도입을 비롯해 검찰개혁의 기치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면 묻혔을 사건이다. 장자연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던 올해 초, 한 팟캐스트 진행자가 장자연 사건에 대해 물었을 때 간추리고 간추려서 요약해준 사건의 핵심은 아래와 같았다.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게 핵심일 거다. 검찰이 이번에 이 사건을 다시 들추겠다는 것이 그 증명이고. 유력 일간지 회장을 비롯해 당시 장자연 리스트에 명시됐던 인물들은 지금은 검색만 해도 다 나온다. 하지만 그땐 성상납 등 문제시됐던 혐의에 대해 다 혐의없음으로 풀려났다.

2009년만 해도 언론의 힘이 지금과는 다르게 엄청날 때였다. 그 언론사 사주에 대해 ‘밤의 대통령’이란 별명이 붙었을 때였고. 경찰과 검찰이 그 ‘권력’에 깨끗이 진 거다. 송아무개라고 한 언론사 논설주간이 기업으로부터 억대 접대를 받았던 걸 떠올려 보라. 사주나 사장은 어떻겠나. 당시엔 소속사 사장과 실장급에 해당하는 매니저만 송사 끝에 집행유예 같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후 중견 여성 배우와 그 소속사 사장과 연루된 소송전만 언론들의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그러면서 사건은 세간의 기억에서 멀어져갔다. 경찰과 검찰이 ‘권력’에 무릎을 꿇은, 너무나도 명백하게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이 일었던, 어이없고도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다시 정리해 보자. ‘장자연 사건’은 2009년 3월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 등에 출연한 신인 연기자 장자연씨가 전 소속사 대표 등의 강요에 의해 유력인사들의 술자리에 나가고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장자연 리스트’ 문건을 남기고 자살하면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언론에 보도된 문건에는 보수 일간지 사주와 연예기획사 대표, 방송국 PD, 기업인 등 유력인사 20여 명이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더했다. 장자연씨는 이들에게 수차례나 술자리와 성상납을 강요받는 한편 전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로부터 폭행과 폭언, 협박을 받았다며 관련 내용을 상세히 기술해 놨다.

하지만 전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는 각각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각각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리스트에 거론됐거나 유족이 사자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한 유력인사들은 경찰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넘겼으나 결국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 故 장자연 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종승 씨가 지난 2009년 7월 3일 오후 일본에서 압송, 조사를 받기위해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당시 경찰은 술 접대를 강요 등의 혐의로 전 소속사 대표 등 총 7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전 소속사 대표의 강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강요죄’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애초 문건에 성상납이나 술자리 강요 등으로 언급된 유력인사들에 대해서도 ‘강요방조죄’ 혐의가 성사될 수 없었던 것이다. 여러모로 ‘봐주기 수사’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리스트에 등장한 일간지 사주에 대한 의혹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음에도 흐지부지 종결돼 버렸다. 당시 국회의원이 공식적으로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그랬다. 그해 4월 현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당시 조선일보 방 사장을 술자리에 만들어 모셨고, 그 후로 며칠 뒤에 스포츠조선 방 사장이 방문했습니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며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방송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종걸 의원이 의혹 제기를 재차 언급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두 의원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항소심 끝에 결국 모두 패소했다.

이 밖에도 2011년 위작 논란을 부른 ‘장자연 편지’ 사건 역시 논란과 추측만 부추겼을 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억울한 죽음만 남았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았던 그 검찰에 의해 재수사가 결정됐다. 그 출발이 기자 A씨의 재수사이고, 공소시효가 오는 8월 4일까지인 셈이다.

장자연의 죽음은 첫 번째 ‘미투운동’, 철저한 조사 필요

지난 1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이종걸 의원은 최근 장자연 사건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과 관련해 경청할 만한 말들을 쏟아냈다.

“다시 이 미완의 사건을 조사한다면,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죽은 장자연씨의 몸부림.”

“장자연씨는 자신의 주변에 처해있는 부당한 진실에 대해 그냥 수용하지 않고, 뭔가 움직였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기록(장자연 문건 또는 장자연 리스트)으로 끝나면서 본인이 산화해버린 것.”

“그것을 국민의 관점에서 제대로 조사해서 진실을 밝혀야 하는 수사기관은 검찰과 경찰.”

장자연 사건은 기실 한국사회에 여러 고질적 병폐와 치부들을 세상에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다. 일부 매니지먼트 업계의 근절되지 않는 갑을 관계의 밑바닥을 드러낸 것은 물론 연예인과 여성의 인권 문제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더불어 수사기관과 ‘보이지 않는’ 권력과의 유착에 대한 의심을 품게 하는 한편 유력 일간지가 지닌 ‘파워’를 세상에 드러나게 해줬다. 고 장자연의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요, ‘장자연 리스트’야말로 ‘미투 운동’의 시작인 셈이다.

부디, 억울함을 호소하고 산화해버린 한 여성 연예인의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그 안타까움을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검찰이 장자연 사건을 철저하게 재조사하길 바란다. 장자연 사건이야말로 정치검찰이라는 훼손된 이미지를 씻을 좋은 기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명분과 국민적 관심은 이미 충분하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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