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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선생들은 잘 안되길 바라오?” 리선권의 일침, 유효하다

기사승인 2018.06.01  14: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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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북한의 상식적 요구, 조선일보가 들어야

“손석희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

남측 기자의 질문에 북한 고위급 인사가 내놓은 답이 꽤나 직설적이다. 1일 오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북측 대표단과 함께 회담장인 평화의 집으로 들어서며 남측 취재진에게 한 답 중 일부였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리 위원장은 북측이 고위급회담 연기의 이유로 들었던 ‘엄중한 사태’가 해결됐느냐는 남측 취재 기자의 질문에 소속을 물었고, “JTBC”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손석희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라며 “앞으로 이런 질문은 무례한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다”고 받아쳤다고 한다. 

앞서 리 위원장은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질문이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뭔가 불신을 조장시키고 오도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불필요한 의혹과 불신을 먼저 일으킬 수 있는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는 한편 평화 분위기에 맞춰 질문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바람을 피력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리 위원장의 아래와 같은 반문은 꽤나 상징적이고 명쾌하다고 할 수 있다. 

“시대적 요구에 부합되게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북남수뇌 상봉도 열리고 판문점 선언도 채택된 이 마당에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시대적 요구에 부합”해야 한다는 북측의 요구, <조선일보>가 들어야 

“기자 선생들은 (고위급회담이) 잘 안되길 바라오?”

이날 리 위원장이 남측 기자들에게 건넨 또 다른 반문이다. 고위급 회담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리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서 회담을 하려고 왔는데 어떻게 될 것인지 뻔하지 않나”라며 “아주 잘 될 게 분명하다”고 단언한 뒤 위와 같은 반문을 했다는 것이다. 

실로 친숙한 스탠스 아닌가. 단순히 언론에 대한 불신을 넘어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근원적인 불신이 담긴, 아니 의도적인 오해와 억측을 조장하는 남측 언론의 태도 말이다. 남북 관계가,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에 흠집을 내려는 이 언론의 태도를 두고 “시대적 요구에 부합되게” 남측 언론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는 리 위원장의 주문은 그 얼마나 합당하고 상싱적인 요구인가. 이런 주문은 또 있었다. 북측이 아닌 우리 청와대에서 말이다. 

“대단히 엄중한 시절입니다. 기사 한 꼭지가 미치는 파장이 큽니다. 최근의 남북미 상황과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지난달 5월 29일, 청와대는 김의겸 대변인 명의로 논평 하나를 냈다. 이례적으로 한 언론사의 몇몇 기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짐작 가능한대로, 그 언론사는 <TV조선>과 <조선일보>였고, 김의겸 대변인이 반박한 기사의 제목들은 이러했다.    

“한미 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 팀이 평양으로 달려갔다”(<조선일보> 5월28일)
“풍계리 갱도 폭파 안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TV조선 5월24일)
“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1만달러 요구”(TV조선 5월19일)

훗날 오보로 드러났거나 소설에 가까운 억측으로 드러난 기사들이다. 이에 대해 김의겸 대변인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비수 같은 위험성을 품고 있는 기사들”이라며 “연예인 스캔들 기사에도 적용되는 크로스체크가 왜 이토록 중차대한 일에는 적용되지 않는 겁니까?”라고 일침을 놨다. 언론인 출신 대변인이기에 더더욱 김의겸 대변인의 반박 논평은 한 편의 사설과도 같았다. 

“TV조선의 보도대로라면 북한은 상종하지 못할 존재입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거액을 뜯어내는 나라가 돼버리고 마는 겁니다. 만약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를 이런 방식으로 묘사했다면 당장 법적 외교적 문제에 휘말렸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보도는 한차례에 그치지 않고 후속 오보를 낳기 마련입니다. 여의도의 정쟁은 격화되고 국민들 사이에 파인 골은 더 깊어집니다.”

4년 전 “통일은 대박”은 맞고, 지금은 틀리다?

김의겸 대변인이 언급한대로, 2014년 신년 벽두 <조선일보>는 ‘통일은 미래다’는 기획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훗날 최순실의 아이디어로 알려진) 그해 신년 연설에서 “통일은 대박” 운운하면서 세간을 놀라게 한 바 있다. 당시 언론의 논조는 어떠했는가. 오히려 <조선일보>는 지금보다 그때가 기계적 균형을 발휘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 <이미지출처=SBS 보도 영상 캡쳐>

지난달 29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2014년 4월 한국기자협회 회장단과 만찬 간담회에서 ‘통일은 미래다’ 시리즈와 관련해 “조선일보의 뿌리는 이북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면서 “그렇다보니 북한 동포에 대한 진정한 애정과 통일에 대한 관심을 남보다 더 오래전부터 가져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잘 알려진 대로, 방 사장은 평안북도 출신이다.

뿌리가 어찌됐건, 북한 동포에 대해 애정을 가지든 말든, 언론의 균형 감각이야말로 통일로 가는 길이 순탄하게 뻗어나갈 수 있는 주요 전제라 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왜 “통일이 대박”인지, 변화된 김정은 체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야 할 것도 언론의 본연의 책무다. <조선일보>와 같이 ‘아니면 말고’는 물론이요, 재뿌리기와 같은 악의적인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조선일보>와 같이 오랜 세월 ‘안보상업주의’와 ‘레드컴플렉스’라는 두 날개를 밑천 삼아 장사로 거둬들인 이익이 너무 커버린 것을. 그렇기에 더더욱 2018년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재를 뿌리고, 폄훼와 억측을 확대재생산하려는 세력은 철저하게 단죄하고 확실하게 평가해줘야 마땅하다. <조선일보>와 같은 극우/보수 언론과 그들의 억측을 논거 삼아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극우보수야당들 말이다. 

세상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것은 극소수라 봐야 마땅하다. 불과 4년 전 대박이었던 통일을 이제야 회의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균형 잡힌 시각의 언론을, 정치인들을 선호할 뿐이다. 김의겸 대변인의 말마따나, “하늘이 내려준 기회”이자 “분단의 아픔과 전쟁의 공포를 벗어던질 수 있는 호기”인 지금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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