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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백기투항? 강효상 의원이 잘못 짚었습니다

기사승인 2018.05.31  16: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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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조선일보는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사진, 뉴시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31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께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조선일보 주필 파면을 ‘요구’했습니다. 강효상 의원이 조선일보 출신이라는 점,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 ‘관계’ 등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주장입니다. 

순화해서 이례적이라고 했지만 국회의원이 언론사 주필 파면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자유한국당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조선일보·TV조선 ‘오보’ 비판을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했는데 ‘그런 기준’을 적용하면 주필 파면요구는 그보다 더한, 명백한 언론탄압입니다.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언론사 주필 파면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재밌는 건,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도 ‘이런 점’은 짚지 않는다는 겁니다. 강 의원 ‘공개편지’도 이례적이지만, 이를 다루는 언론보도도 참 ‘이례적’입니다. 

강효상 의원 “조선일보, 청와대에 백기 투항한 것과 같다” 

아무튼 ‘이런 특이한 일’이, 그것도 대한민국 국회에서 일어났습니다. 강효상 의원은 오늘(31일) 오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열고 “양상훈 주필의 칼럼을 보고 한겨레신문을 보고 있는지 깜짝 놀랐다”며 “자유한국당과 보수우파를 공격하는 건 좋다. 그러나 나라의 존립과 정체성에 관한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개편지에서 “양 주필은 칼럼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기적이니 북한 체제의 붕괴를 기다려보자는 주장을 폈지만, 북한 체제가 붕괴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일어나기 힘든 기적”이라면서 “북한의 핵폐기는 오롯이 김정은의 의지로 가능하지만, 핵을 보유한 북한 체제의 붕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양상훈 칼럼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패배주의자들의 말장난이고 속임수”라고 비판했습니다. 

강 의원은 “양상훈 칼럼이 나온 타이밍은 더할 수 없이 위험하다”면서 “북미회담을 코앞에 앞두고 백악관 등 미국 정부는 조선일보의 논설이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주장 등 한국 보수의 입장을 살펴보고 이를 협상에 감안하는데 이 칼럼은 한마디로 북한에 항복하라는 얘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미 당국자들이 이 칼럼을 보고 한국 보수의 한 축인 조선일보가 북한에게 항복했다는 시그널로 인식하게 되면 그 책임을 어쩌려고 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강 의원은 “좌파들이 또 속이고 장난치고 있는데 다른 언론도 아니고 보수언론을 대표하는 조선일보가 이에 동조하고 지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는 백여년간 조선일보를 지탱해 온 독자에 대한 배신이자 기만”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그는 “공교롭게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조선일보를 협박한 이틀 뒤에 이런 칼럼이 실렸다”면서 “관련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이건 마치 조선일보가 청와대에 백기 투항을 한 것과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보수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이유-강효상 의원 편지에 집약돼 있다! 

강효상 의원 ‘공개편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저마다 평가가 다를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저는 강 의원 편지를 보면서 현재 자유한국당 위기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 보수가 왜 이렇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가 – 강 의원 ‘공개편지’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고 봤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북한 비핵화에 대한 시각입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마저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체제보장 ‘협상’을 진전시키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유한국당은 “좌파들이 또 속이고 장난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좌파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강효상 의원 논리대로라면 다수 국민들이 정체가 불분명한 좌파들 주장에 속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건 국민을 너무 무시하는 발언 아닌가요? 그럼 트럼프 행정부는 좌파들 속임수에 넘어간 미국 정부란 말인지요. 

강 의원은 양 주필 칼럼을 언급하며 “백여년간 조선일보를 지탱해 온 독자에 대한 배신이자 기만”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강 의원에게 그 조선일보 독자들이 현재 자유한국당 ‘노선’을 지지하는지 한번 생각해 볼 것을 권합니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를 해보길 제안합니다. 보수의 구심은커녕 보수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드리는 제안입니다. 또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비판에 나선 이유와 배경 등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압력에 굴복한 조선일보? 생존을 위한 조선일보 전략일 뿐! 

강효상 의원은 이번 양상훈 주필 칼럼이 청와대에 대한 항복선언과 같다고 비난했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조선일보·TV조선 오보비판’을 한 이후에 나온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 발언이야말로 조선일보를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조선일보는 줄곧 보도와 사설을 통해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표명해왔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양상훈 주필의 칼럼은 그동안 조선일보의 강경한 논조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여전히 조선일보의 ‘북한 보도’는 ‘강경’이 주류입니다. 강효상 의원이 공개편지에서 ‘패션보수’ ‘거짓보수’라며 방방 뜰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저는 지금 시점에서 조선일보 주필이 왜 ‘이런 칼럼’을 썼을까 – 이걸 살펴봐야 한다고 봅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만, 저는 북미정상회담이 사실상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에서 조선일보 기존 논조를 계속 유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양상훈 주필이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 땅 전역에서 국제사회 CVID 팀이 체계적으로 활동하게 되면 그 자체로 커다란 억지 효과”가 있고 “북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될지는 몰라도 지금처럼 대놓고 ‘서울 핵폭발’ 위협은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질 경우 국내 보수진영은 어떻게 될까요? 북한과 미국이 종전선언과 함께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체결하고, 미국이 ‘김정은 체제’를 보장한다면? 국내 보수진영은 멘붕 상태에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입장에선 논조의 급작스런 ‘유턴’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미 대세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보수진영 생존에 큰 축을 행사해왔던 ‘북한 변수’가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면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건,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입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한국의 보수진영은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때려잡자 북한’이라는 낡은 방식만 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선일보 주필이 왜 이런 칼럼을 썼을까? 

저는 양상훈 주필의 칼럼이 ‘그런 고민’과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 보수가 처한 현실적인 문제, 곧 눈 앞에 펼쳐질 북미정상회담과 그 이후의 상황 등에 대해 전향적인 사고로 대비를 하지 않으면 보수가 몰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 이런 점을 ‘보수신문’ 독자들과 지지자들에게 시사했다고 봅니다. 다른 기사와 사설에선 여전히 ‘강경한 기조’를 유지한 채 말이죠. 

그런데 강효상 의원은 “(방상훈) 사장님이 변한 겁니까. 아니면 양상훈이 오버한 겁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양상훈이 정권과 결탁하여 무슨 일을 꾸미려는 것입니까. 도대체 조선일보에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라고 반문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조선일보의 백기투항요? 강효상 의원이 잘못 짚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뿐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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