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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는 의문들

기사승인 2018.04.25  08: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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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석] 권언 유착 가능성 외면하는 언론 … 동종업계 봐주기인가 

“A씨는 이어 자신이 건물주로부터 관리권한을 위임받았으니 사무실에 같이 들어가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A씨와 함께 출판사 내부에 들어간 수습 기자가 압수수색 이후 현장에 남아있던 태블릿PC와 휴대폰, USB 각 1개씩을 갖고 나왔습니다.” 

TV조선이 지난 23일 ‘뉴스9’에서도 보도한 ‘사과문’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른바 ‘TV조선 기자의 두루킹 출판사 무단침입’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입니다. 이런저런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핵심은 몇 가지로 정리됩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앞서 언급한 부분입니다. 두루킹 김모씨 출판사 사무실에 3차례 무단침입한 것으로 알려진 40대 남성(A씨)이 TV조선 기자에게 사무실에 들어가자고 먼저 제안했다는 겁니다. 

   
▲ TV조선의 신동욱 앵커는 23일 ‘뉴스9’ 방송 발미에 자사 기자의 느릅나무 출판사 무단침입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무단침입 TV조선 기자,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런데 TV조선이 주장하고 있는 이 부분은 40대 남성의 진술과 엇갈립니다. 같은 날(23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해당 남성은 “기자의 권유로 사무실에 들어갔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V조선 측이 전한 해명과는 차이가 납니다.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TV조선이 밝힌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주목해야 할 사안입니다. 

“본사는 18일 아침 이 사실을 보고받고 수습기자에게 즉각 원래 자리로 가져다 놓으라고 지시했으며 반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보도에는 전혀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 ‘사과문’에는 이런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도 고개가 좀 갸우뚱해집니다. TV조선은 정식기자가 아니라 수습기자이고, 취재의욕으로 인한 개인일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도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수습기자는 동선 이동은 물론 취재계획까지 ‘모든 것’을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취재는 물론 업무와 관련해 구체적인 것 하나하나 모두 보고하면서 처리하는 게 수습기자 일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일’을 하는데 TV조선 측에 보고 없이 단독으로 했다? 만약 그랬다면 이는 징계사유에 해당합니다.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행동을 해서 회사 이미지에 손상을 입혔기 때문입니다. TV조선 측의 향후 대응을 지켜봐야겠지만 TV조선 측이 밝힌 ‘사과문’만으로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TV조선 측이 ‘수습기자’를 강조하는 이유 

일각에선 해당 기자를 수습기자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CBS노컷뉴스는 24일 “해당 기자가 수습기자가 맞는지 인터넷과 SNS 공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자가 지난해 10월 TV조선에 채용됐고, 현재 7개월째로 접어든 기자라는 점 △지난 11일 TV조선 뉴스 프로그램에서 리포트를 한 것을 감안할 때 수습기자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노컷뉴스는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수습기자 시절에는 리포트 제작에는 참여시키지 않는 관행과는 차이”가 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언론사마다 수습기간에 차이는 있지만 통상 3개월에서 6개월 정도입니다. 과거에는 ‘6개월 수습’이 보편적이었지만 최근에는 ‘3개월 수습’이 보편화 되는 양상입니다. 이런 점 등을 감안할 때 TV조선 측이 해당기자 신분을 ‘수습기자’로 강조하는 배경에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TV조선은 또 ‘사과문’을 통해 △태블릿PC와 USB 반환을 지시했고 이를 확인했다 △보도에는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TV조선 해명이 맞는지는 경찰 조사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TV조선 해명만으로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반환과정’과 관련해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게’ 반환했는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40대 남성의 진술이 없었다면 TV조선이 ‘사과문’을 발표했을까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경찰이 두루킹 출판사 사무실에서 양주와 라면 등을 훔친 40대 남성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은 지난 21일입니다. 연합뉴스를 비롯해 상당수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단순 절도’ 사건으로 전했습니다. TV조선 기자가 출판사 사무실을 무단침입해 태블릿PC와 USB를 ‘가져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이기 때문에 이는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TV조선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경찰이 관련 사실을 공개하고 언론에 보도된 지난 21일 ‘자사 기자가 해당사건에 관여된 내용’을 공개하면서 사과문을 발표하는 게 온당했기 때문입니다. 

TV조선이 지난 23일 발표한 사과문을 보면 “지난 18일 아침 이 사실을 보고받고 수습기자에게 즉각 원래 자리로 가져다 놓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 얘기는 TV조선이 지난 18일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도 23일 ‘TV조선 기자 무단침입 사실’이 공개되기까지 이를 숨기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40대 남성의 경찰 진술이 없었다면 그래서 ‘TV조선 기자 무단침입’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TV조선 사과문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권언 유착 가능성 여부도 확인해야 할 부분 

‘권언 유착 가능성’은 없는 지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지난 22일 KBS 생방송 ‘일요토론’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두루킹 파문과 관련해 박성중 의원은 “경찰발 기사도 있지만 상당수 언론이 먼저 쓰고 있다. TV조선은 직접 저희들하고 같이 해서 경찰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제공했다”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박 의원 발언은 ‘자유한국당과 TV조선이 함께 두루킹 파문과 관련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당시 ‘일요토론’에 출연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도 이 문제를 제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3일 브리핑을 통해 “경찰 일부, TV조선, 자유한국당이 이번 댓글 조작의 공세에 일종의 커넥션을 갖고 공조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습니다. 

   
▲ 최민희(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성중(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22일 오전 KBS 생방송 ‘일요토론’에서 드루킹 사건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물론 박 의원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이 취재 활동을 통해 경찰보다 많은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예시로 언급했던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의문부호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태블릿PC·USB 절도 TV조선 인지(18일)→40대 남성 경찰 조사(21일)→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 ‘일요토론’ 발언(22일)→TV조선 기자 무단침입 언론보도(23일)→TV조선 사과(23일)’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관련해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TV조선에 USB와 태블릿PC 여전히 남겨져 있는지, 아니면 돌려줬더라도 다른 정보를 취득한 정황은 없는지, 무엇보다 TV조선의 임직원과 자유한국당 간 통화내용 확보 등을 통해서 커넥션 의심에 대해 해소할 수사 방향에 대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이재정 의원의 제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대다수 언론은 ‘이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보도량 자체가 적습니다. 동종업계 봐주기인 걸까요? 두루킹과 김경수 의원 ‘연관성’에 집착했던 언론이 ‘권언유착 가능성’을 추적하는 데는 소극적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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