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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 YTN’이 고립될 수밖에 없는 이유

기사승인 2018.04.13  08: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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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MBC·SBS의 선전, KBS 정상화…YTN은 무엇이 변하고 있나

“세월호 참사 이후 4번째 4월 16일이 다음 주 월요일입니다. 이른바 ‘기레기’라고 까지 불리며 세월호 진상규명 방해의 공범자로 지목된 저희의 모습을 반성하기 위해 KBS 보도본부 구성원들은 앞으로 연속보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유가족 뿐 아니라 국민이 겪은 깊은 상처를 조금이라도 보듬을 수 있는 길은 진상규명이란 원칙 아래,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나가야 할 취재물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어제(12일) KBS가 ‘뉴스9’에서 보도한 <세월호 4년…드러나는 진실들> 리포트 가운데 마지막 대목입니다. ‘세월호 보도 참사’에 대한 KBS의 반성과 향후 진상규명에 대한 KBS 의지를 담았습니다. 이날 KBS는 “침몰 원인 등 규명돼야 할 사안들이 많지만 이렇게 큰 배가 왜 그렇게 짧은 시간에 침몰했는지도 반드시 밝혀내야 할 의혹”이라면서 관련 내용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12일 ‘뉴스9’는 양승동 체제의 KBS가 출범한 이후 조금씩 변화되는 KBS뉴스를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최근 단행한 보도본부 인사도 ‘이런 리포트’가 나올 수 있는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변화 모습 보이는 KBS뉴스

사실 KBS의 변화는 지난 11일부터 조금씩 감지됐습니다. KBS는 이날 ‘뉴스9’에서 다른 곳이 아닌 KBS를 직접 겨냥하는 ‘자기반성 리포트’를 내보내 주목을 받았습니다. 리포트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2년 전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7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지만 공기업과 국책은행 등이 대규모 투자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화이트리스트 영화다. 그러나 중심에 KBS가 있었다. 영화 제작비 175억 원 가운데 KBS가 투자한 금액은 32억 원. 공영방송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파격적인 투자였다. KBS 특별취재팀이 배경을 추적할 결과 당시 KBS 사장 연임을 위해 투자를 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당시 KBS사장은 조대현입니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있다는 사실을 인천상륙작전 제작사 정태원 대표로부터 들은 조 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거라는 게 KBS 리포트 내용입니다. 당시 조 사장은 연임 결정을 5개월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내용을 타매체가 아니라 KBS, 그것도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짚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KBS는 11일에 이어 12일에도 관련 리포트를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보도참사’에 대해서도 사과했습니다. 최근 일주일 동안 KBS뉴스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삼성 비판’ ‘세월호 보도’ 등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KBS는 변화의 출발을 시작했습니다. 

선전하는 MBC ‘뉴스데스크’ … 변화 움직임 보이는 시사프로그램 

MBC ‘뉴스데스크’는 이제 안정궤도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물론 시청률 면에선 특이할 만한 변화가 없긴 하지만 주목할 만한 리포트를 거의 매일 내보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경찰의 유별난 강경 진압이 삼성과의 유착에 따른 의혹이 있다는 리포트 △검찰이 확보한 삼성의 노조 파괴 문건에서 노조 가입자가 절반이 넘으면 직장을 폐쇄하라는 지침이 있었다는 보도 △삼성증권 사태 당시,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이 수백억 원 날아간 점 등 최근 MBC는 삼성 비판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른바 ‘장충기 문자’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지만 한국 언론의 삼성에 대한 저자세와 비굴함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MBC의 삼성 비판은 유의미한 대목입니다. MBC는 ‘뉴스데스크’ 뿐만 아니라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서도 삼성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파헤치고 있습니다. 또한 ‘PD수첩’과 새롭게 선을 보인 ‘MBC 백분토론’도 시청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MBC 역시 지속적인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호평받는 SBS ‘8뉴스’와 시사프로그램

SBS는 지상파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인 곳으로 평가됩니다. 뉴스 뿐만 아니라 시사프로그램 선전도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SBS는 최근 ‘8뉴스’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 사면과 평창 올림픽이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집중 보도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지난 9일 관련 내용을 8꼭지에 걸쳐 보도한 SBS는 10일과 11일에도 각각 6꼭지를 연이어 보도하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민영방송인 SBS에서 삼성을 비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목받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SBS 시사프로그램은 사실 예전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영방송이 사실상 정권에 장악됐을 때 그나마 상대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낸 곳이 SBS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KBS ‘추적60분’ ‘시사기획 창’, MBC ‘PD수첩’ ‘스트레이트’ ‘백분 토론’ 등이 제 역할을 하면서 목소리를 낼 경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등이 어떤 차별점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가히 시사프로그램 전성기가 도래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SBS가 현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도’ 때문입니다. SBS는 노사간 합의를 통해 방송사로선 최초로 ‘사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본부장 등 이른바 주요 보직자들 역시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도록 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사주가 SBS 보도 등에 개입한 것이 공개된 이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가 싸워서 얻어낸 결과입니다.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최남수 체제의 YTN’ … 무엇이 변했나 그리고 변하고 있나 

KBS MBC SBS는 이렇게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JTBC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호평을 받고 있구요. 하지만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선 이후에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방송사가 있습니다. 바로 YTN입니다. 

현재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최남수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언론노조 YTN지부 파업은 오늘(13일)로 72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최남수 사장은 사장으로 내정됐을 때부터 과거 이력 등과 관련해 구성원들의 불신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이런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최 사장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파업에 이를 정도로 노조의 극심한 불신을 여전히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여기서 노조는 ‘절대 선’이고 최남수 사장은 ‘절대 악’이다 – 이걸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최남수 사장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YTN 상황을 보는 시각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최남수 사장 취임 이후 YTN이 어떤 새로운 모습과 변화를 보여줬는가 하는 점입니다. 

   
▲ 지난달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민중당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 오종근 YTN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권준기 YTN노동조합 사무국장, 조승호 YTN노동조합 조합원, 윤종욱 언론노조 조직차장 등이 최남수 사장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종훈 의원실 제공, 뉴시스>

양승동 사장 취임 이후 KBS가 보여주고 있는 ‘자기반성’이 YTN에 있었나요? 최근 단행한 인사처럼 혁신적인 인적쇄신이 있었습니까? 최승호 MBC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처럼 세월호 보도참사와 관련해 유가족들 앞에서 무릎 꿇으며 참회라도 했나요? 아니면 ‘장충기 문자 파문’과 ‘삼성노조 파괴 문건’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보도가 있었습니까? SBS처럼 사장 임명동의제를 비롯해 ‘사내 민주성’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했나요? 지난날 잘못된 보도나 행태에 대해 책임져야 할 간부들이 제대로 책임을 졌습니까? 새로운 프로그램을 신설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나요? 

이 질문들에 대한 최남수 사장의 답이 궁금합니다. 분명한 것은 YTN이 지금과 같은 ‘정체’를 계속 보인다면 정상화 길을 걷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KBS MBC를 통해서도 확인됐지만 ‘과거의 명성’이 추락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더 이상의 추락을 막기 위해 최남수 사장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번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이대로 가면 ‘최남수 YTN’은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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