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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하 “반환점 찍고 ‘국민의 MBC’로 진짜 달려갑니다”

기사승인 2017.11.23  17: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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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181]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 본부 위원장

13일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김장겸 사장을 해임했다. 언론노조 MBC 본부(위원장 김연국, 이하 MBC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71일째였다. MBC 노조는 다음날인 14일 파업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15일 오전 9시 업무에 복귀했다.

이번 파업은 72일 동안 했으나 사실 MBC 노조는 7년 동안 파업한 거나 다름없다. 2010년 김재철 사장의 청와대 조인트 의혹으로 39일 파업하고 2012년 사상 최장기파업인 170일 했다. 그리고 그 뒤 5년은 엄청난 사측의 탄압에 시달려야 했다. 조합원 대부분은 비제작부서로 부당전보 당하거나 심지어 회사 비판 웹툰 그렸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했다.

7년 170일 파업을 이끈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은 이번 파업과 승리 의미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20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나 72일간의 파업과 파업 승리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정영하 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 본부 위원장 ⓒ 이영광 기자

“해임 가결, ‘뻥’ 뚫리는 후련함…이용마 기자 만감 교차했을 것”

- 김장겸 사장이 해임된 후 1주일이 흘렸어요. 1주일 어떻게 보내셨어요?

“한주지만, ‘희로애락’을 다 느끼며 지냈다고나 할까요. 9년 투쟁 반환점을 찍은 거라 감개무량했어요. 뭐가 그리 대단한 분들이라고 물러나게 하는 게 이렇듯 어려운 건지, 구성원들의 엄청난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 여기까지 와야만 하는 건지 등, 분노에 슬픔에 또 한편으론 기쁨에, 고단했던 지난 투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 해임 소식은 어떻게 보셨어요?

“집회 현장에 못가서, 페북 라이브로 봤어요, 방문진 회의장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방문진 이사님들 안건 발의와 토론에 꽉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게 정말 후련했죠. ‘해임이다, 아니다’는 결론보다 더 중요한 건 ‘왜 해임해야 하는 건지,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라고 생각하기에 논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너무 좋았죠. 그래서 ‘해임 가결’이라는 결과가 더 의미 있게 전해진 거 같아요.” 

- 아무래도 이용마 기자가 생각났을 거 같아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가 저 집회현장에 얼마나 함께하고 싶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5년 전, 170일 파업 때 어렵게 올려놓은 ‘김재철 해임안’이 휴지조각처럼 가볍게 버려지는 걸 지켜보던 아픈 기억이 있거든요. 저나, 이용마 홍보국장(당시 조합집행부 직함)이 가지고 있는 일종에 투쟁 트라우마인 거죠. 이용마 기자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해임 가결 지켜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겁니다. 건강한 사람도 큰일 해결하면 긴장이 풀려서 골골하기 마련인데, 용마는 이미 투병에 여력이 없는 상태라 잠시 기분 좋았다 몸은 더 축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요.” 

   
▲ 이용마 MBC 해직기자 <이미지출처=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영상 캡처>

- 72일 파업에 앞선 제작거부와 김민식 PD 선도 투쟁까지 근 4달여 투쟁을 벌인 끝에 승리한 것이잖아요. 지난 투쟁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어떠세요?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어요. 이미 상처투성이에 만신창이가 된 조합원들을 무노무임 희생을 치르게 하며 다시 올인 투쟁에 나서게 하는 거라, 한 달 안에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집행부도 구성원들도 같은 마음에 같은 판단을 한 건데, 해결 권한을 가진 분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발만 동동 구르며 관망만 한 거죠. 해결의 실마리 없이 추석 연휴를 넘기는 것을 보고 방통위에 정말 열 받았어요. 결국, 적폐 이사 2명 자진사퇴로 해결된 거잖아요. 우리 파업과 국민들 지지와 응원으로 만들어 낸 거라 이 또한 큰 의미고 기쁨이긴 하지만, 방통위의 무기력함은 대단히 우려된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어요.”

- 함께 시작한 KBS 파업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잖아요.

“정말 갑갑한 부분이죠. 워낙 지독한 MBC 사례들 때문에 그늘에 가려져서 그렇지, KBS 사태가 수신료를 받아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일어난 일이란 관점에서 보면 우리보다 훨씬 빨리 해결돼야 할 엄중한 사항이거든요. 국민의 돈이 투입돼 운영되는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을 집권세력이 전리품으로 취급하며 정권의 방송을 만든 거잖아요. 그걸 국민의 품으로 돌리는 일인데, 법과 원칙만 적용하면 되는 것을 정치적 상황이니, 정무니 반영하다가 논의만 난무하고 실행은 요원한 지금같이 답답한 상황을 만든 거예요.” 

-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서서 싸운 건 7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거 같은데 파업 승리의 의미는 뭐라고 보세요?

“2010년 MB 아바타로 불리던 김재철 낙하산 사장 저지 ‘39일 파업’이 본격적인 시작이었고, 2012년 ‘170일 파업’에 이어 이번에 ‘72일 파업’까지 이어지는 거니 파업만 놓고 봐도 7년이네요. 사실 내용적으로 진짜 시작은 ‘미디어법 파업’과 ‘신경민 앵커 강제하차 저지 제작거부’가 있었던 2009년부터니 9년인 거죠.

이렇게 긴 시간을 버티며 승리할 수 있는 건 MBC 양심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과 자세 때문이라 생각해요. 힘이 없어서 막지 못하고 당할 순 있으나, 굴종하진 않는다는 거죠. 김연국 위원장도 ‘우리 파업자들’이란 영상 인터뷰에서 얘기했듯이, ‘지금은 때가 아니구나, 기다려야겠구나’ 판단했다고 하잖아요. 그런 마음이 모여서 승리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고 봅니다.” 

- 제가 조합원들 인터뷰를 해보면 “나는 2012년 이기지 못할 거로 생각해서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분도 있었거든요. 위원장님은 그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파업에 나선 건지, 아니면 이길 순 없지만 해야 하기에 나선 것인가요?

“둘 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죠.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서 파업에 나서면 총선을 통해 언론을 장악한 세력들이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 소수가 되고, 관련 법규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거라 믿었죠. 아쉽게도 총선 결과는 그렇지 못했고, 총선 이후에 파업을 이어간 건 ‘승리’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고 이건 ‘기록이고 의미다’에 있었던 거예요 결국, 이길 수 있다는 장담은 아무도 못 하는 상황에 3개월을 더 파업으로 맞섰으니까요. 결국,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MBC 국민의 품으로’ 약속을 받아내고 파업을 풀었죠. 박근혜 후보는 약속을 안 지킨 거죠. 그래서 탄핵까지 당하는 자업자득의 업보를 받는 거고요.”

   
▲ 13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임시 이사회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안이 통과되자 기뻐하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사진제공=뉴시스>

- 노조위원장은 어떻게 하시게 됐어요?

“전임 위원장들이 모여서 해고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을 계속하고 있었던 이근행 선배의 후임에 저를 지목했어요. 속칭, 원로원(전임 위원장 모임)에서 차기 위원장감을 고르고 이를 관철시키는 게 MBC 위원장을 뽑는 게 관행이거든요.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요. 대상이 정해지면 수락할 때까지 선배들이 삼고초려 하는 술자리를 만드는, 거부하기 힘든 비민주적인 구습이죠(웃음). 누군가는 해야 한다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내가 거부하면 불똥이 커지고 그걸 다른 동지가 받아내야 하는 거라 두말하지 않고 받았어요. 못 피하니 그냥 뛰어든다는 심정으로요(웃음).” 

- 2011년은 김재철 사장 2년차고 MB 4년차였죠. MBC는 망가져 있었고, 부담이 있었을 것 같아요.

“엄청 부담됐죠. 해고자도 2명(이근행 위원장과 정대균 진주지부장)이나 있었고, 39일 파업에서 내성을 키운 김재철과 경영진, 보직 간부들이 노조를 물로 보는 상황인지라 탄압도 거셌고요. 집행부 출범하며 당장 파업으로 맞서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조합원 동력은 그렇지 못했어요. 어떻게든 버텨서 보다 힘을 모으고 때를 기다려야 했지요. 밀리지 않고 버티며 준비하는 방법 외엔 달리 길이 없었거든요.

위원장 ‘출마의 변’을 쓰는데 한 2~3일은 꼬박 고민했던 거 같아요. 버티자고 얘기할 순 없잖아요. 그렇다고 ‘싸웁시다’ 하는 건 누가 봐도 허언이고. 그래서 하게 된 말이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제왕적 경영에 맞서겠습니다’ 였어요.” 

- 2012년 파업 이후 2013년부턴 MBC 노조가 성명서 한 장 내고 끝내는 페이퍼 유니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있었거든요. 그런 얘기 들으며 마음이 아팠을 거 같은데.

“저도 아팠지만, 당시 집행부는 얼마나 아팠겠어요. 제 다음으로 바통을 넘겨받았던 이성주 위원장이 역대 어느 위원장 보다 견디기 힘든 터널을 지나온 거로 생각해요. 그다음 조능희 위원장님도 마찬가지고요. 그 시절은 누가 했어도 그분들보다 더 잘 할 순 없었다고 저는 확신해요. 지금 투쟁을 이렇게 잘 해서 승리한 건, 그 시절 비난받고 두들겨 맞으며 모았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그 시간이 ‘버티고 기록하고 생존하는 투쟁’으로 의미 있었음을 이제는 국민들도 잘 아실 거로 생각해요.” 

- 백종문 부사장이 김장겸 사장 해임 뒤 하루 만에 사표를 던졌어요.

“해임되면 퇴직금 등 못 받는 돈이 있다는 걸 김장겸 사장의 경우를 보고 확인한 거죠. 방문진에서 해임과 동시에 금전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걸 보고 사표를 던진 겁니다. ‘사장 해임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느껴 사임한다’는 전언이 있다는 기사를 보고, 참 역겨웠어요. 돈 받아 챙기려고 그러는 걸 MBC 식구들은 다 알고 있는데 차라리 말을 말아야죠.” 

“리모델링이건 재건축이건 구성원들이 개미처럼 달라붙어 만들어낼 것”

- 김장겸 사장은 해임되자 ‘자기가 마지막 희생양이 되길 바란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잖아요.

“이렇게 야비하고 뻔뻔하게 안면몰수 하는 태도를 보고 있자면 차라리 ‘김재철 씨가 조금 나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 2주 전 김재철 사장 구속 영장이 기각되었는데.

“영장실질심사 하던 날 결과를 보려고 새벽까지 기다렸어요. 구속될 거로 생각했는데 아닌 걸 확인하니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이 분은 불구대천으로 제 가슴에 있구나는 걸 새삼 느꼈죠. 제 개인사면 성격상 이렇게까지 담아 두진 못 할 거예요. 우리 구성원들이 각자의 인생을 걸고 투쟁한 거라 김재철 씨와 그의 수하들은 화해와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거 같아요. 거짓말 명언 제조기 김재철 씨가 최근 후배들이 받아온 고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통도 은총이다’라고 했잖아요. 은총 많이 드리려고요.” 

   
▲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과 결탁해 MBC 방송 제작에 불법 관여한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위해 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 14일 마지막 집회에서 "지난 9년간의 투쟁에 드디어 승리했다. 이제 우리의 의지, 저항, 에너지를 모아 MBC 재건을 위한 투쟁 2막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하셨어요. MBC 재건에 대해 대부분 동의할 거예요. 하지만 재건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리모델링’ 주장이 있는가 하면 어차피 무너진 것 더 좋게 ‘재건축’하자는 주장도 있거든요.

“‘리모델링’이 됐건, ‘재건축’이 됐건 구성원들이 개미처럼 달라붙어서 만들어낼 겁니다. ‘이렇게 해’라는 지시로 되는 게 아니고 자발적, 자의적 노력이 모여서 ‘MBC 국민의 품으로’가 완성되는 거로 생각해요. 사장은 든든한 후견인이며 외압을 막아줄 방패일 뿐,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겁니다. 나중에 결과를 보면 ‘리모델링’으로 한 건지, ‘재건축’을 한 건지 나오겠죠.”

- 파업 후의 MBC는 어떻게 보셨어요?

“업무복귀는 했지만, 재건을 시작할 수 없는 적폐 간부가 점유하고 있는 부서가 다수여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에요. 특히 시사 보도 프로그램이 그런데, 대부분 제작을 할 수 없는 파업에 다름 아닌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거죠. ‘포항 지진’도 거의 방송을 못 냈어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대신, 프로그램 재건에 필요한 조직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서 폐허 위에 세울 MBC를 준비하고 있어요. 12월 7일에 새 사장이 선임되면 가속도가 붙어 하루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국민의 MBC’ 위용을 하나둘씩 보게 되실 거라 확신합니다.”
 
- 손석희 JTBC 사장이 사장 출마 안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수차례 언급에도 불구하고 MBC 사장 출마설이 자꾸 도니까 보도국 간부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출마 안 한다’ 선언했잖아요. 메시지 마지막 구절이 참 인상 깊게 와 닿더라고요. ‘저는 우리 구성원들만 괜찮다면 여기 5층에 남아있을 겁니다.’인데 참 닮고 싶은 멋진 선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개편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정 전 위원장께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이용마 기자가 제안한 ‘국민대리인단’ 사장 선출제도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그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반론이 제법 있긴 하지만, 최근 원전공론화위원회를 보니 충분히 시행해 볼 수 있는 제도란 판단이 들었어요. 국민배심원 재판도 하고 있잖아요.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이 사장을 뽑을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보완해가며 다듬어진다면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도입에 많은 난관이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기에 가칭 ‘이용마법’으로 꼭 만들어서 다시는 언론사에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싶네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오랜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MBC 국민의 품으로’ 드디어 반환점을 찍고 이제부터 진짜 달려갑니다. 말이 아닌 프로그램으로 국민의 품에 안기겠습니다. 파이팅!!”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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