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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명 기자 “MBC 다 부수고 재건축해야 할 상황, 더 좋게 지어야”

기사승인 2017.09.22  16: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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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166] ‘마봉춘 세탁소’ 조의명 MBC 기자

“세탁소를 만들 때 100% 회사에서 명예훼손으로 징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징계 받으면 사람들이 ‘뭘 했길래’라고 관심을 갖고 알아주지 않을까 했죠. 그런 심정이 있었어요.”

지난 6월 문을 연 ‘마봉춘 세탁소’의 사장(?)인 조의명 MBC 기자가 세탁소를 연 이유다. 지난해 촛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선거로 정권교체가 됐지만 MBC는 칼바람이 불어오는 한겨울이었다. 그래서 중징계를 받아야 겨우 기사 한 줄이 나왔다.

그런 때 페이스북에 ‘마봉춘 세탁소’가 등장했다. ‘마봉춘 새탁소’는 MBC 상황을 재밌게 제작해 올렸다. 네티즌의 입소문으로 빠르게 번창해 지금은 프란차이즈로 지역에 분점까지 내고 있다. 어떻게 세탁소를 창업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지난 1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조의명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조의명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조의명 MBC 기자 <사진=전국 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MBC 노조) 제공>

“MBC 사장이 아니라 대통령‧국정원과 맨몸으로 싸웠던 것 같다”

- 페이스북 페이지 ‘마봉춘 세탁소’기 시작하자마자 화제가 되었고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런 반응 예상하셨어요?

“아니요. 기대를 별로 안 했어요. 왜냐면 저희는 2012년 길게 파업한 이후에 계속 싸우고 있었던 데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종종 기사나 인터넷 게시판 댓글을 보면 ‘니들 뭐했냐? 가만히 있지 않았냐’는 거죠. 그래서 시작할 때부터 아무도 저희에게 관심 없고 좋아해 주지 않는 거에서부터 욕을 먹더라도 저희 상황이 어떤지 무슨 문제가 있고 왜 그런지 조금이라도 알아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했어요. 그러나 예상보다 더 빨리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세요. 저희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시작한 거거든요.” 

- 사람은 기대하는 게 있으면 더 부담스러워서 망설이게 되잖아요. 그러나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 더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정권도 바뀌었고 좋은 상황이 됐으니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시지만 사실 저희는 반대였어요. 왜냐면 더 이상 MBC가 꼭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별로 없었잖아요. ‘MBC 필요 없어 같이 죽어 적폐 덩어리들’이란 거죠. 세상이 조금 더 좋아지고 촛불 혁명이 일어나 정권교체가 되었다고 MBC가 살아날 거란 보장은 없어요. 오히려 같이 버려지는 거죠. 저희는 분위기가 나빴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이제 잊히는 방송이 되겠구나. 예전엔 정의로웠지만, 지금은 의미없는 방송사가 되겠구나’죠.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죠. 이번 파업을 시작하면서 마지막 발악이라고 했어요.” 

- MBC와 KBS 노동자들 만나보면 다들 이번에 마지막 기회라고 하던데.

“외부에서도 그렇고,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바깥의 상황으로 봤을 땐 더 이상 국민들이 TV 뉴스만 보고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신문 몇 개만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워낙 다매체 시대고 기자들 말이니 맞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이젠 없어요. 그러다 보니 신뢰를 잃은 언론과 방송은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는 위기에 몰린 게 첫 번째 이유고요.

두 번째는 제가 입사한 지 10년이 안 되었는데 파업한 기간만 해도 만 1년은 될 거예요. 어떤 회사도 월급이든 근로조건을 좋게 해주고 조금 더 월급을 많이 받으려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추상적으로 공정하게 하자나 정의롭게 하자로 1년 넘게 생계를 포기하거나 내지는 동료들이 다 잘려나가고 전혀 자기가 원치 않는 곳에 가서 몇 년 동안 벽만 보고 있으면 유지될 수가 없어요. 왜냐면 그렇게 하면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기면 힘내서 하겠지만 저희는 몇 번이나 처참하게 졌죠.

오늘 신문 나온 것만 보더라도 저희가 나쁜 사장과 싸운 게 아니라 대통령, 국정원과 맨몸으로 싸웠던 거 같아요. 도저히 못 이기는 싸움에 계란으로 바위를 계속 쳤던 거죠. 그래도 계속 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계란이 깨졌거든요. 깨진 계란 주워 담느라 5년 걸렸을지도 모르죠. 신입사원은 안 뽑으니 새 계란은 안 와요. 그러니 막내가 6년 차예요.

그리고 경력은 사상 면접해서 그런 걸 통과했음에도 이건 아니다 해서 돌아오는 몇몇 빼고는 사실 패잔병들이 마지막으로 이번이 아니면 못한다고 해서 하는 것이거든요. 영화 <공범자들>이 끝나고 나서 수백 명 올라가는 것 보고 소름 끼쳐 하시더라고요. 근데 그게 사실 저희 주변 사람들이고 이번에 지면 또 그만큼이 또 추가되겠죠. 그럼 남는 사람이 없어요. 배수진이라고 할까요? 후퇴하면 물에 빠져 죽는 거고 앞으로 나가다 싸워서 진다면 그 다음 MBC에 남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러니 마지막 싸움일 수밖에 없어요.” 

- 앞서 잠깐 말씀하신 것처럼 오늘 한겨레신문에 보면 MB정부 국정원에서 MBC 장악 계획을 만들었다는 보도가 있어요. 굉장히 구체적이라서 소름 끼칠 정도던데.

“열 수 있는 문인 줄 알고 열심히 두드렸는데 두께가 3미터인 콘크리트 벽이었어요. 하지만 모르잖아요. 열심히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예요. 그럼 아예 싸우는 게 아니었구나로 생각하는 건 아니고 그땐 싸웠어야 해요. 그걸 다 알고 시간을 뒤로 돌렸어도 저흰 똑같이 싸워서 깨졌을 것 같아요. 엄청 센 놈들하고 노골적으로 싸운다는 건 예감했죠. 그때 가만히 있었다면 지금 싸울 수 있고 그럴 자격이 있을까요? 그것도 알 수 없죠.” 

   
▲ <사진출처=‘마봉춘 세탁소’ 페이스북>

- 6개월 전에 사직서를 쓰셨잖아요. 그만큼 MBC에서 버티기가 힘드셔서일 것 같은데.

“저는 잘 안 싸우고 얍삽한 편인데 싸워서 못하면 어떻게든 최대한 좋게 하자예요. 이 보도를 싸워서 100% 내지 못하면 그래도 안 내는 것보다는 10%를 잃어버리고 제가 고개 숙이더라도 웬만하면 낼 수 있게 하자죠. 세월호 보도 해야 하잖아요. 제가 자존심 상하고 말도 안 되는 짓을 당하더라도 방송을 내자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은 말도 안 되는 순간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되니까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막장 방송의 한 편에 서든지 아니면 들이받고 싸우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때 사표를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마찬가지고 ‘마봉춘 세탁소’란 걸로 비판해야겠다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그런 심정이었어요.

세탁소를 만들 때도 100% 회사에서 명예훼손으로 징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제작거부와 파업까지 오지 않았다면 아마 징계했겠죠. 왜냐하면 회사 게시판에 ‘이번 뉴스 좀 문제네요’라는 식으로 써도 징계 때리고 게시판 자체를 삭제하는 데 페이스북 공간에다 사장 패러디물을 올려 수십만 명이 보게 했는데 절 가만히 두겠어요? 제가 징계 받으면 사람들이 ‘뭘 했길래’라고 관심을 갖고 알아주지 않을까 했죠. 그런 심정이 있었어요. 이건 같이한 친구들도 모르는 비밀이에요.”

- 지난 5년 뒤돌아보면 어떤가요?

“저는 2012년 파업할 때 못 이긴다고 생각했어요. 거리에서 선전전 해도 저희만 죽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진짜 미안하고 정말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100% 힘을 다해서 싸우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질게 너무 보였거든요. 그런데 그게 너무 부끄러워요.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5년간 칼 갈았어요.

다 비슷하더라고요. 저는 언제라도 싸울 수 있는 데 동료들이 너무 힘들었잖아요. 유배당해서 상암동 신사옥에 와보지 못한 직원이 너무 많아요. 구경도 못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파업하자면 너무 하잖아요. 물이 목까지 차 있는 사람들에게 싸우자고 못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람들은 그 사람 나름대로 ‘니는 목까지 차 있어서 당장 싸우려고 하지만 상암동에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화를 면해 있는 데 내가 힘드니 같이 싸우자고 할 수 있을까’는 생각을 많이 했죠. 즉 나는 싸울 건데 주변 사람들이 이 고통과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는데 모여보니 다 그랬어요. 5년 동안 다들 칼 갈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엔 계란이었는데 바늘처럼 단단해졌어요.” 

- 세탁소를 하시게 된 계기가 영화 <몰락>을 MBC 상황에 맞춰 패러디한 것이잖아요. 패러디할 생각은 어떻게 하셨어요?

“처음 만든 건데 인터넷에 많아요. 세계적으로도 제일 많이 패러디 되는 영화예요. 패러디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제가 자주 가는 MLB파크의 ‘불펜’이란 사이트예요. 오랜만에 누가 MBC 문제에 대해 글을 하나 썼어요. 그런데 그건 댓글도 없이 넘어가고 웃기는 패러디는 조회 수가 올라가요. 사람들이 우리가 하든 말든 관심이 멀어져서 뭐라도 재밌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봐주지 관심도 없고 쓸모도 없고 재미도 없는 것을 무슨 정의감으로 봐 주냐는 생각에 ‘재미라도 있자. 그래야 사람들이 알고 사람들이 알게 되면 그걸 바탕으로 뭐야 이거’란 자세로 제대로 된 기사나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면 될 것 같아 호객을 하자였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친숙한 재밌는 걸 해 보자는 생각이었죠. 전 재미없는 편이에요.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없어서 인터넷상에 널리 유행하는 것들을 가져와서 활용한 거예요.” 

- 예능 PD라면 어느 정도 끼가 있어서 한다고 하지만 기자잖아요.

“기자란 건 어떻게 잘 전달할까를 고민하는 직업이잖아요. 이걸 가장 전달하기 좋은 방식이 예능이었던 거예요. 실력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예능 PD가 만들었다면 훨씬 잘 만들었겠죠. B급으로 아마추어잖아요. 대단히 잘했다고 생각 안 해요.” 

- 2014년에 권성민 PD가 웹툰을 그렸잖아요. 웹툰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데..

“생생히 기억하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런 패러디를 만들 때는 사표 쓰느니 해고당하자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 기억이 되게 크죠.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권 PD가 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게 ‘나라도 이 사태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란 건데 그심정이 공통으로 있었어요.

웃기잖아요. 그러나 만들며 한 번도 안 웃었어요. 전 너무 슬프고 쪽팔려요. 너무 부끄럽습니다. 저 예전에 <뉴스데스크> 만들던 사람이거든요. 제 인생을 건 방송사 욕하고 놀리고 조롱하고 하나도 재미없어요. 이것은 웃기라고 만든 동시에 ‘정말 부끄럽고 죄송합니다’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요. 누가 볼 땐 자기 얼굴에 침 뱉는 행동이거든요. MBC 뉴스를 쓰레기 같은 놈들이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제 욕인데 그렇다고 안 해요? 아니 해야죠. 자기반성이에요.”

   
▲ <이미지출처=권성민 MBC PD 페이스북 캡처>

- 5명이 처음 세탁소를 시작했잖아요. 5명은 어떻게 모였어요?

“저희 노조 홍보 진짜 못한다에서 시작했죠. 기자협회. PD협회 등 다 싸우고 있잖아요. 저희가 성명서 쓰고 대자보 붙이는 데 우리만... 알아요. 사실 관심이 대부분 없었잖아요. 몇 개 언론사 빼곤 관심을 안 가졌고 언론사에선 언론사 얘기 잘 안 쓰죠.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대부분 유배를 갔거나 비교적 덜 바쁘기도 했고 비슷한 연차끼리 모여 뭔가 해보자고 했죠. 모였는데 기술은 하나도 없는 기자였어요. 세상 쓸모없는 사람이 기자인데 프로그램도 못 다루고 그래픽 작업도 못 하고 재미없는 사람 다섯이 모인 거죠.”

“김재철은 정말 웃긴데 김장겸은 능력‧재미도 없어 알리기 힘들었다”

-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나요?

“되게 신기하고 기쁘기도 하죠. 제일 많이 본 건 30만이 넘거든요. 댓글로 재밌다고 해주시면 좋고 ‘왜 이런 사람들이 쫓겨나 이런 거나 만드나. 어서 폐업하라’고 응원해 주시면 기쁘죠. 심지어 약 빨았냐고 해요. 그럴 때 좋아요. 하지만 진짜 보람은 폐업할 때 느껴야 하는 거 아닌가 해요.

원래 저희 폐업은 한 달로 예상했어요. 그 정도 하면 회사에서 알게 되고 징계하고 강제 폐쇄 시킬 때까지를 한 달 봤어요. 그런데 제작거부와 파업으로 이어져 계속 가고 있는데 폐업의 날은 오겠죠. 상상은 해봐요. ‘사실 저희는 누구였고 원래 자리는 이거 하던 사람들이고 지금까지 좋게 봐주시는 거 감사하고 지금 해주시는 성원 앞으로도 부탁드린다’고 하는 거죠.

제가 뉴스를 몇 년째 만들어 <2580>에서 긴 것도 만들었지만 한분 한분 댁에 가 시청자들 옆에서 ‘이거 어때요? 의미 있어 보여요? 나쁜 놈 화나나요? 이 정책 고쳐야겠다고 생각 들어요?’라고 물을 순 없잖아요. 그러나 페이스북은 조그만 공간이고 오시는 분도 많지 않으니까 한분 한분이 공감해 주시고 댓글 달아 주시는 게 감사하죠. 저희는 무관심에서 시작했거든요. 그게 보람이죠. 그리고 언젠가 폐업하게 돼서 이 초심을 그대로 갖고 저희가 원래 하던 거에서 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되면 진짜 보람이 있을 거 같아요.” 

-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 같은 경우 저만 재밌는 것보다는 많이 봐 주길 바라는 거라서 인터넷에서 많이 패러디 되는 것들이나 사람들이 재밌어 하는 게 뭔지를 보고 이슈 되거나 핫한 게 있으면 그걸 이용해 보는 편이에요.”

- 김장겸 사장이 소스를 제공해 주니 고맙진 않아요?

“아니에요. 김 사장 알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김재철 사장은 정말 웃기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걸 하기엔 최적의 사람인데 김장겸 사장은 능력 없고 재미도 없어요. 김재철 사장은 다 알잖아요. 그런데 김장겸 사장 알리기는 너무 힘들었어요. 재미도 없고 능력도 없고 캐릭터도 없어요. 정말 연줄만 있는 사람이라서 너무 힘들었어요. 저를 알리려고 이렇게 노력했음 훨씬 나았을 거예요. 재미가 너무 없어요. 어떻게 방송하는 사람이 그러는지 몰라요. 김재철 사장 때 이걸 했으면 훨씬 쉬웠을 거예요.” 

-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을 것 같은데.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만화 패러디 한 것 중에 ‘기레기 데스크의 종말’이라고 있어요. 제가 예전에 몸담던 프로그램을 패러디 한 것이라 만들면서도 슬펐죠. 되게 웃기는데 제일 슬프게 만들어서 기억에 남아요.

전 세탁소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저희가 만든 게 아니라 춘천 MBC에서 만든 송재우 사장 편이죠. 전 아직 마인드가 PD 아닌 기자라서 그런지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어도 다큐가 최고인 거 같아요. 실제보다 더 웃긴 가상은 없는 것 같아요.” 

   
▲ 지난 4일 진행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의 총파업 출정식.<사진제공=뉴시스>

- 세탁소로 지은 이유에 대해 “MBC는 포기하고 폐기해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세탁물처럼 깨끗이 빨면 다시 좋은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담고 싶어서였다”고 하셨어요. 그럼 예전 로고송 그대로 만나면 좋은 친구인 MBC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얘기도 하는데 옛날은 다 좋게 느껴지잖아요. 좋은 기억만 남거든요. 물론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옛날에도 완벽한 방송국은 아니었잖아요. 어차피 MBC는 고쳐서 짓는 단계가 아니라 다 부수고 재건축하는 단계잖아요. 재건축하는 데 이전 건물과 똑같이 지으면 안 되죠. 훨씬 좋게 새로 지어야 해요. 예전 모습을 다시 돌려놓자면 부수고 재건축하는 의미가 전혀 없잖아요. 어차피 부수는 거 그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제대로 된 방송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시청자들도 굳이 저희를 응원해 주실 가치가 있을까요? 지금 각오는 그래요. 너무 철저히 박살나 버려서 새로 지어야 할 것 같아요. 새로 짓는다는 각오로 해야죠. 물론 그만큼 본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고 옛날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는 게 아니라 완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지을 거예요.” 

- SNS에서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공정방송이 정상화 되면 기계적 중립 운운하며 문재인 정부 발목 잡기 하는 것 아니냐? 그럴 거면 차라리 지금 아무 영향력 없는 상태로 있는 게 낫다’는 것인데 어떻게 답하겠어요?

“이건 기자로서 개인적인 사견이에요. 기계적 중립이 나쁜 말로 됐는데 기계적 중립은 공영방송이라면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 중 하나예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다인 거죠. 누가 생각하더라도 나쁜 놈이더라도 반론권은 보장해야 해요. 그게 기계적 중립이죠. 제 판단과 별도로 제가 생각하지 않는 방향에 대해 실어주는 게 기계적 중립인데 이렇게 했으니 중립 다 지켰다고 생각하니 문제가 되죠. 양비 양시론으로 ‘얘는 이렇고 얘는 이런데 저는 생각이 없어요’라면 책임 회피잖아요. 기자잖아요. 이미 보도하는 것 자체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으면서 자기는 마치 세상에서 중립인 것처럼 하는 그런 얕은 술수가 시청자들을 실망 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기자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왜 의미가 있고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했으면 거기에 대한 의견을 담아야겠죠. 그 과정에서 자기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충분히 반영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참여정부 때 MBC 얘기를 하자면 그때 MBC가 좋은 방송 많지만, MBC조차도 정부 비판 내용 많이 실었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완전무결한 정권이나 정부는 있을 수 없고 언론이 국민에게 가장 잘 봉사할 방법은 잘못한 것 비판하고 잘하는 것 잘한다고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 얘기하는 것이잖아요. MBC가 정상화 된다면 물론 MB 때부터인 적폐들 있잖아요. 사대강 있잖아요. 그게 1순위이긴 한데 지금 정부나 다음 정부가 들어서도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얘기해야죠. 그리고 국민에게 더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해야겠죠. 비판을 위한 비판이나 이쪽 한번 비판했으니 저쪽 한번 비판한다는 게 아니라 정말 해야 할 것을 하는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겁나서 해야 할 말 못 한다면 그것도 살아난 의미가 없는 것이겠죠.” 

- 마지막으로 <OG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까지 버텨온 것도, 이렇게 다시 싸울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국민 여러분들의 따스한 응원과 따끔한 질책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마음 잊지 않고 남은 투쟁, 그리고 그 후 MBC 재건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는 실망스러운 모습 보여드리지 않도록 힘을 다하겠습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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