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세월호 당일 대한민국 메인 구조헬기 다 앉아 있어…나만 비행”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주치의로 유명한 이국종 아주대 외상학과 교수가 세월호 침몰 당일 구조헬기가 사고현장에 투입되지 않고 항만에 대기 중이던 당시 영상을 공개하며 “이게 대한민국의 리얼한 모습”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국종 교수는 지난 7일 강연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세월호 참사 당시 출동 상황을 언급하며 “이해가 안 가는 게 이날 현장에서 저는 11시30분에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며 “배가 가라앉는 것을 아무것도 못하면서 제 눈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탑승자 174명이 구조됐을 당시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 학생들이 마지막 구조자가 될 줄 몰랐다”고 되짚었다.

이 교수는 이날 세월호 침몰 당일 구조헬기가 사고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항만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 <이미지출처=CBS '세바시' 영상 캡처>

그는 “우리나라 국보급 헬기들이 왜 앉아 있을까. 거기 앉아 있던 헬기가 5000억원 어치가 넘는다. 대한민국의 메인 구조헬기들이 다 앉아있다. 저만 비행하고 있다. 전 말을 안 들으니까”라고 말했다.

또 산림청에서 급유하는 사진을 보여주고는 “왜 산림청에 들어가서 급유를 받고 있을까. (배가)가라앉고 있는데 구조, 구급은 고사하고 기름 넣을 데가 없다. (목포에)비행장이 사방에 있는데 왜 닥터헬리(의료시설을 갖춘 응급환자 이송용 헬기)에 기름을 넣어줄 데가 없을까”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공무원이 나빠서 그런 것 같나”라며 “이게 우리가 만든 이 사회의 팩트”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날은 이렇게 앉아 있다가 왜 나중에는 비행시켜서 강원소방의 우리 파일럿들 순직하게 만드냐”며 “(순직한)파일럿들은 저와 비행도 했었고 잘 아는 분들이다. 이때는 (구조헬기)자빠져 앉아있게 하다가 왜 나중에는 비행시키느냐”고 강하게 성토했다.

지난 2014년 7월 17일, 세월호 참사 수색 지원을 나섰다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강원소방본부 헬기가 광주 시내에서 추락, 5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이 교수는 “이 더핀 헬기(인명구조용) 한 대가, 강원소방 박기장이 민가가 아닌데서 떨어지려고 마지막까지 조종관을 안 놨다. 근데 왜 세월호 침몰 당일에는 구조헬기들이 앉아있었을까”라고 거듭 지적하며 “이게 우리가 자랑하는 시스템이다. 팩트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리얼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국종 교수는 영국과 일본 등의 사례를 들며 한국의 응급환자 구조 현실 전반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는 응급의료헬기가 하루에 4~5번씩 뜨지만 한국의 경우 어떤 응급의료 헬기도 이 숫자의 1/3도 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의 경우, 헬기들이 주택가에 내려앉는다”며 “(하지만) 한국은 구조헬기가 등산객들 사이로 날아가면 김밥에 모래가 들어갔다고 민원 넣는다.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이 터졌을 때, 일본 전역에 있는 파일럿들과 닥터헬리, 외상학과 의사들이 출동했다”고 전하며 “쓰나미가 몰아쳐 물이 아직 안 빠졌는데 헬기가 육상에 줄줄이 내려 앉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일본에 경쟁심 있는데)이런 건 일본보다 못하면 안 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