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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년 만에 공개된 ‘한국인 위안부’ 영상…네티즌 “잊지말자”

기사승인 2017.07.05  18: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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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로 발굴된 ‘영상증거’…한-일 위안부 재합의에 힘 실을지 여부 관심

맨발에 남루한 차림. 화면 속 그녀들의 표정은 한없이 어둡고 두려워 보이기까지 했다. 비록 17초 분량의 짧은 흑백 영상이었지만 그녀들이 얼마나 고초를 겪었는지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2년여 간의 노력 끝에 발굴해 5일 공개한 ‘한국인 위안부 영상’ 이야기다.

<영상출처=서울시, 서울대 인권센터>

이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결코 ‘아픈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 영상이 ‘한일 위안부 재협상’을 추진중인 문재인 정부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타난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정진성 교수 연구팀, 이하 연구팀)는 5일 해당 영상의 발굴 사실을 밝히면서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인 여성에 대한 증언과 문서, 사진 등은 공개됐지만 실제 촬영된 영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번 연구 조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 연구교수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조선인 위안부를 피사체로 담은 최초의 영상이라는 점이 중요하고 그런 맥락에서 기존에 알려진 사진에 나온 인물들을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사진이나 문서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현장 분위기와 상황, 표정, 감정적인 것들이 잘 묻어나와 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당부와 함께 일본 측의 사과를 촉구하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SNS상에는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꼭 밝혀서 전 세계인들에게 일본의 죄상을 낱낱이 알리고 사죄받고 배상받아야 한다”(@is*******) “일본이 과연 어떻게 나올지”(@Fl*************),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합니다”(@su***********) “역사 속 만행은 더 이상 되풀이 돼서는 안됩니다”(@oc*******) 등의 글이 올라왔다.

아이디 ‘bs****’는 “위안부(문제) 같은 일은 나라간의 득실관계를 따질 일이 아니다. 나라가 해야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억울한일이 있으면 풀어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네티즌(@mi*********)은 “박원순 시장과 서울대 연구팀 진짜 큰 일 하셨네”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와 관련, 박원순 시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연구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갑자기 끊긴 상태에서 정부가 하지 않으면 서울시라도 지원하겠다는 마음으로 서울대 연구팀과 위안부 기록물 관리 사업을 추진, 오늘과 같은 결실을 얻게됐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할머니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라며 “서울시는 위안부 기록물 관리 사업 뿐 아니라 역사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도시를 만드는데 늘 함께 하겠습니다. 기록해야 기억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피해자 할머니들 돌아가시기 전 보다 많은 자료 발굴했으면”

한국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공동대표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자료를 발굴하게 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일본이 더 이상 강제로 (위안부를 동원한) 사실이 발언을 하지 않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죄, 배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공동대표는 “이 영상을 미국 국가자료에서 발굴했는데 미국에는 이런 (관련)자료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피해자) 할머니들이 더 돌아가시기 전에 보다 많은 자료를 빠른 시일 내에 발굴했으면 하는 염원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미군 164 통신대 사진대에서 사진병으로 근무했던 에드워드 페이 씨가 1944년 9월 8일 직후 촬영해 소장했던 것. 무려 70여년의 시간이 흐른 셈이다. 164 통신대는 당시 미‧중 연합군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영상 속 여성들은 미‧중연합군에 의해 중국 송산에서 포로로 잡힌 인물들로 한국인 위안부를 포함해 모두 7명이다.

서울시와 연구팀은 해당 영상의 존재에 대한 단서를 찾은 후 2년 전부터 기발굴된 문서와 사진 등을 분석해 관련 정보를 추적하는 한편,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중인 수많은 필름 릴(reel) 수백 통을 일일이 확인해 영상 발굴에 성공했다.

   
▲ <사진, 자료출처=서울시, 서울대 인권센터>

영상 속 여성 중 한국인 위안부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故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이 포함돼 있음을 증언한 사진과 영상 속 인물들이 동일한 얼굴, 옷차림을 하고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박 할머니는 1944년 송산에서 미‧중 연합군의 포로로 잡힌 일본군 위안부 사진과 관련, 지난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 준비 과정에서 사진 속 만삭의 여성이 자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미‧중 연합군의 포로 심문과정에서 생산한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있는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송산에서 잡힌 포로들은 이후 중국군이 쿤밍 포로수용소로 데려갔는데 당시 심문 보고서를 보면 25명의 조선인 중 10명은 송산지역, 13명은 등충의 위안소에 있던 위안부들이었다는 것.

여기에는 한국 이름과 당시 나이, 고향이 기술돼있으며 박 할머니의 이름도 정확히 표기돼 있다. 다만, 서울시와 연구팀에 따르면 포로로 잡혔을 당시 만삭이었던 박 할머니는 탈출과정에서 사산해 중국군의 치료를 받고있었기 때문에 영상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이번 자료는 문재인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론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오는 7일에는 문 대통령이 취임이후 처음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갖게되는 상황. 이번 영상은 그간 ‘강제성’을 부인해온 일본 측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하나의 입증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와 관련, 한국염 공동대표는 “그간 사진으로만 (남아)있었던 것이 영상으로 나왔고 보다 확실한 자료이기 때문에 (일본 측에) 일본군 위안부 실체에 대해 사실을 인정하라고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때 강력하게 재협상을 (주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아베 총리의 특사로 방한한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며 “무엇보다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이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시다”고 말해 재협상을 추진할 뜻임을 시사한 바 있다.

   
▲ 지난달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사진제공=뉴시스>

강성현 교수는 “외교적 카드로만 한정해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이 여상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의 환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를 바탕으로 한-일(위안부) 합의를 되돌리는데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공동대표는 “더욱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영상이기 때문에 증거에는 한발짝 가까이 갔다”면서도 “일본이 계속 부정하는 것은 ‘강제성’인데 (이번 영상은) 강제성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보기에는 조금 미흡하다. 강제성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자료를 갖고있고 (피해자) 할머니들이 증언하고 있는데 일본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서울시와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굴한 문서와 증언, 사진, 영상 자료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연구와 외교적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한편, 강연회 교육 자료 등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트 제작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9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공모전, 학술대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문용필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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