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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새 정부에 ‘통합’과 ‘청산’ 中 택일 강요…“국민 이간질”

기사승인 2017.05.27  16: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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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적폐 청산, 새 정부 성공의 필요충분 조건이다”

무릇 언론의 일차적 사명은 정권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일 것이다. 정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이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다. 하지만 그러한 감시와 비판은 시대정신에 부합해야 하고, 사실관계에 기초해야 하며, 국가운영의 주체인 정부의 진정성을 판단해 보고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선거를 통해 새롭게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은 큰 틀에서 존중해주는 것이 언론의 도리일 터이다. 이는 언론이 정권 초기에 일정기간 비판을 자제하고 정권과 밀월관계를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공영방송과 수구언론의 의제설정, 화면이나 지면의 배치, 주의주장 등을 보면 정상적인 감시와 비판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과연 이들이 정통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이러한 언론의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은 정치집단을 무조건 깎아내리고 보자는 불순한 의도의 결과물일 터이다. 이는 언론 스스로의 품격과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7차 범국민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선거가 끝난 뒤 수구언론의 대표 격인 조선일보에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대선이 끝난 바로 다음 날인 5월10일, 조선일보는 수구논객 강천석 칼럼을 통해 ‘적폐청산은 선거용 무기’라며 “언제 흉기로 변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주지하다시피 ‘적폐청산’은 새 정부의 핵심적인 선거구호였다. 조선일보는 이러한 새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는 지난해 겨울부터 올 봄까지 수개월 간 추위 속에서 적폐청산을 외쳤던 촛불시민과 80퍼센트가 넘는 국민여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임기 첫날 조선일보의 사설은 문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언급하면서 “매일 갈등과 분열로 지고 샜던 ‘노무현 2기(期)’ 당시로 돌아간다는 것은 역사의 퇴행”이라며 우려와 경고를 보냈다. 결국 조선일보는 새 정부에 ‘통합’과 ‘청산’ 중 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하면서 국민을 이간질하고 있는 것이다.

5월 11일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햇볕에 이어 달빛도 남남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구태의연한 색깔론으로 좌우의 편을 갈랐다. 11일 문 대통령의 ‘세월호 재수사’ 언급에는 ‘정치적 이용’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내세워 정파적 갈등을 부추겼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 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의 12일 인천공항 간담회에 대해 조선일보는 “노동자들을 훈계하는 분위기”였다며 뚜렷한 근거 없이 현장 분위기를 왜곡해 전달함으로써 새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분열을 획책했다. 15일에는 “국정교과서 폐기는 ‘좌파시민단체’ 때문”이라고 비난을 퍼붓고는 상당수 국민이 “국정교과서가 우리 현대사를 비교적 균형 있게 서술한 교과서”라고 평가한다며 여론 왜곡을 서슴지 않았다. 사드대책특별위원회의 ‘사드청문회’와 ‘사드배치 중단’ 요구에 대해 16일 류근일 씨는 본인의 기명칼럼에서 ‘운동본색’, ‘운동권 정권’, ‘집권 측의 과잉 행동’ 등 거칠고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새 정부를 비난했다.

이러한 논조는 또 하나의 수구언론인 동아일보나 KBS, MBC 등 공영방송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수구언론과 과거 정권을 향수하는 공영방송이 이처럼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딴죽을 건 뒤에는 어김없이 ‘분열’의 메시지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여와 야, 노와 정,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등을 ‘통합’과 ‘협치’라는 이름으로 자극해 우리 사회를 만인에 의한 만인의 전쟁터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우리 사회 적폐의 상징이며 청산되어야 할 대상 일순위이다. 그러니 적폐청산을 운위할 자격도 없다. 그들이 적폐청산을 외치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며 자기모순이다. 과거 친일청산과 독재타파의 기운이 무르익었던 순간마다 ‘국민통합’을 내세워 딴지를 걸었던 것이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이었음은 만천하가 아는 일이다.

국민통합과 적폐청산이 서로 상충되는 과제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통합을 방해하는 청산의 대상이다. 국민통합과 적폐청산은 따로 떼어놓을 문제가 아니라 통일과 조화로 이룩해야 할 하나의 과제다. 수십 년 간 쌓여왔던 우리 사회의 악폐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으며 적폐청산만이 진정한 의미의 국민통합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지난 4년 동안 불통과 오만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박근혜 정권이 실패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절절히 목도했다. 그 배경에는 항상 언론이 도사리고 있었다. 언론은 2013년 국정원 관권부정선거, 2014년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적극적으로 방해함으로써 결국 정권의 정치적 부담을 키웠다. 언론이 2014년 정윤회의 국정농단 사건을 제대로 밝혀내기만 했어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언론은 이를 바로잡을 생각보다는 권부의 약점을 잡아 이익을 챙기려 했다. 2012년 박근혜 정권의 잘못된 탄생부터 2017년 몰락에 이르기까지 언론은 항상 권력 붕괴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그래서다. 새 정부가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성공시키기 위해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언론개혁이다.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모행사에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장 먼저 서둘러야 할 것은 프랑스가 나찌 부역언론을 처단했던 치열함으로 언론적폐청산에 나서는 일이다.

※ 이 글은 자유언론실천재단(http://www.kopf.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이완기 민언련 공동대표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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