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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현장]“다른 병원 안간다” 간절한 외침

기사승인 2013.04.10  15: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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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대신 ‘현수막’ 가득…노조원 “103년 역사인데 너무 억울”

   
▲ 'go발뉴스' 취재팀이 찾은 진주의료원의 모습 ⓒ go발뉴스
그날, 진주의 하늘은 더없이 청명해보였다. 그러나 그 하늘 아래 위치한 경상남도 진주의료원(이하 진주의료원)은 짙은 어둠에 휩싸여있었다. 그리고 이날 거세게 몰아치던 강풍처럼 ‘폐업방침’이라는 칼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이상호 기자와 ‘go발뉴스’ 취재팀이 폐업위기를 맞고있는 진주의료원을 찾았다. 경남도가 지난 2월 26일 폐업방침을 발표한 이래, ‘진주의료원 사태’는 도와 병원노조·환자들의 대립상황을 넘어 정치권까지 그 파장을 미칠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진주의료원은 지난 3일부터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취재팀이 진주의료원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병원 외벽에 내걸린 거대한 현수막이었다. ‘일방적인 폐업결정 홍준표 지사 규탄한다’, ‘공공의료 사수’, ‘폐업결정 철회’ 등의 문구들이 쓰여있었다. 그러고보니 병원입구는 플래카드와 현수막으로 가득했다.

표현은 제각각이었지만 결국 폐업을 반대하고 도와 홍준표 지사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오가는 사람과 차량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한산하다’는 표현보다는 ‘스산하다’는 표현이 적당할 듯 했다. 인근도로에도 비슷한 내용의 플래카드가 가득했다. 현 사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 진주의료원 내 나뭇가지에 걸려있던 노란 리본 ⓒ go발뉴스
심지어 병원 입구에 심어진 나뭇가지에도 병원 폐업 반대 메시지를 담은 ‘노란 리본’이 매달려 있었다. 병원 입구에는 노조가 농성을 위해 만든 천막이 설치돼 있었다. 이같은 풍경은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 응급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는 또다른 현수막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81세 할머니의 일침 “우리집 걸뱅이도 그리 대접 안했다”

정 모 간호사가 병원 내부로 들어선 취재팀을 맞이했다. 환자들과 의료진, 외래객들로 북적거려야 할 병원 로비는 직원들과 몇몇 환자들 정도만 눈에 띄일 뿐 오가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로비 한켠에는 농성을 위해 쓰이는 돗자리가 깔려있었고 그 옆에는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대형 현수막이 자리잡고 있었다.

남아있는 환자들의 수를 묻는 질문에 정 간호사는 “노인병동 환자들을 다 합해서 30여명 (정도)”라고 답했다. 다른 환자들은 집이나 다른 병원으로 갔다는 것이었다. 지난 2월 경남도가 폐업방침을 발표할 당시 진주의료원에는 200여명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었다.

   
▲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진주의료원 병실 이름표 ⓒ go발뉴스
이 기자가 “(환자들이) 가시면서 뭐라고 하셨느냐”고 묻자 정 간호사는 “여기서 너무너무 진료받고 싶은데 다른 병원으로 자꾸 가라고 전화를 한다더라”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6일 국가인권위에 ‘진주의료원 환자 강제퇴원 긴급구제신청’을 낸 바 있다.

이날 보건노조는 “경남도는 폐업절차를 밟기 위한 조례개정안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휴업을 예고해놓고서는 공무원들을 동원해 환자들을 강제퇴원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보건노조의 긴급구제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복수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권위는 이를 진정사건으로 접수해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진주의료원을 떠나기 싫어했던 환자들의 마음은 병원 내부를 돌아보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쾌적하고 넓어보였다. 병원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좋았다. 다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어 다소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진주의료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연혁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신축의료원이 준공됐고 이듬해 초부터 신축의료원에서의 진료가 시작됐다.

정 간호사는 “병원과 병실이 넓어서 재활환자들이나 수술환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때 너무너무 좋다고 한다”며 “민간병원은 좁으니까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기가 굉장히 불편하다더라”고 말했다. “딸이 인근 학교에 다니는데 건강 검진하러 저희 병원에 오면 너무 넓고 좋다더라. 이렇게 좋은 병원을 왜 없애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입원중인 환자 가족도 비슷한 말을 했다. 뇌졸중으로 투병 중이라는 노모를 간병중인 박모 씨(경남 하동군)는 “도에서는 전부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하는데 XX병원과 여기를 비교하면 거기는 여인숙이고 여기는 호텔”이라며 “당연히 호텔에 있지 왜 여인숙에 가겠나”라고 말했다. 박 씨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단지 시설 때문에 진주의료원에 남아있는 것은 아니었다. 민간병원과 비교할 수 없이 저렴한 비용도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어려운 이유였다. 취재팀이 병실을 찾았을 때 박 씨의 노모는 산소마스크를 쓴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같은 병실의 다른 침대는 텅 비어 있었다. 일반병동에 남아있는 유일한 환자라는 것이 정 간호사의 설명이었다.

박씨는 모친이 모 대학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한달에 900만원 가량을 병원비로 썼다고 했다. 그런데 진주의료원으로 옮기고 나니 200만원이 채 안들더라는 것이다. 박 씨는 “환경좋고 시설좋고 저렴한데 당연히 (진주의료원에) 있어야죠”라고 말했다. 정 간호사도 “(다른 민간병원에서) 이 수준에 (병원비를) 맞추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 진주의료원 병실 복도 ⓒ go발뉴스
노인전용병동에서 만난 노인환자들도 진주의료원에서 나가기 싫은 눈치였다.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던 이들은 병원폐업조치에 단단히 화가난 듯 했다. “간병인들도 좋고 (병원이) 넓어서 좋고 깨끗하니 좋다”던 82세의 이 모 할머니는 “자꾸 (나가라고) 이러는데 우리집(에 오는) 걸뱅이(거지)도 그런 대접 안했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할머니 곁에 앉아있던 91세 안 모 할아버지는 “(다른 병원에 있는) 친구들 병문안을 가보니 비좁고 남녀가 (한 병실에) 합숙을 하더라”며 “다른 병원에는 안갈거다. 끝까지 (진주의료원에) 있다가 나갈 때 되면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103년에 달하는 진주의료원의 역사를 줄줄이 설명하는 할아버지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 배어났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조원도 “진주의료원의 103년 역사가 없어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억울하다. 병원을 지키고 싶다”며 “역사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생계도 책임질 부분이 있기 때문에 폐업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병원 입구 농성장에서 노조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취재팀과 만난 박권범 원장직무대행은 병원폐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드릴 수 있는 답이 없다”며 “현장에 나와 있어서 현재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호, 洪 향해 “진주의료원 왜 없애나?” 질문했지만 저지당해

진주의료원을 나선 이 기자와 ‘go발뉴스’ 취재팀은 경남 창원에 위치한 경남도의회로 향했다. 이날 의회에서는 도정질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의회와 인접한 경남도청 앞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업반대를 외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 경남도의회에서 질의에 답변중인 홍준표 경남도지사 ⓒ go발뉴스
도의회에서는 이천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홍준표 지사를 상대로 질의에 나서고 있었다. 이 의원은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노조에 대해 ‘귀족노조’, ‘강성노조’라는 표현을 쓴 것과 관련 “‘강성’이나 ‘귀족’이라는 표현은 도지사님에 해당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홍 지사는 “저는 합리적”이라며 “소신이 뚜렷하면 반대입장에서는 강성이라고 하고 소통이 안되면 불통이라고 한다”고 받아넘겼다. 이 의원이 “적반하장(도리어 도둑이 몽둥이를 든다는 뜻)”이라고 말하자 “모욕적 표현”이라며 “내가 도적이냐”고 맞서기도 했다. “그런식의 태도를 의정단상에서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의원을 끝으로 도정질의가 마무리되자 홍 지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회 로비에서 홍 지사를 기다리고 있던 이상호 기자는 홍 대표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이 기자가 진주의료원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고 하자 도청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강력한 제지에 나섰다. 실랑이가 벌어지는 와중에 홍 지사는 자리를 떠났다.

이 기자는 제지를 당하는 상황에서도 홍 지사를 향해 “진주의료원을 왜 없애려고 하느냐”고 외쳤다.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이 기자와 ‘go발뉴스’ 취재팀은 홍 지사를 면담하고자 도청으로 향했다. 그러나 경비원들은 정문에서부터 막아섰다. 홍 지사를 만나려면 “약속을 하고오라”는 것이었다.

   
▲ ⓒ go발뉴스
결국 이 기자와 ‘go발뉴스’ 취재팀은 홍 지사의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비슷한 질문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이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들은 홍 지사의 입에서 “진주의료원을 지키겠다”는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진주의료원 사수를 위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농성과 집회, 그리고 단식투쟁에는 절실함이 짙게 묻어난다.

그러나 홍 지사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제 공기업도 강성노조가 점령해서 행패를 부리면 폐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성노조한테 돈 대주는 복지는 절대 안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홍 지사가 언제까지 이러한 태도를 유지할 지 지켜볼 일이다.

문용필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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