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박근혜, 남은 임기에 혁신 꾀하지 않으면 불행한 나라 될 것”

기사승인 2016.08.12  16:29:34

default_news_ad1

-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76] 김상근 목사(비상시국대책회의 상임의장)

개신교 내의 진보적 연합 기구인 한국 기독교 교회협의회(이하 NCCK)가 지난달 27일 ‘박근혜 정부는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는 시국선언과 함께 비상시국대책회의를 발족했다.

NCCK가 비상시국대책회의를 발족한 것은 전두환 정권인 1985년 이후 처음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들 한다. 그러나 비상시국대책회의는 한 세대가 지난 시간인 31년 만이다. 왜 지금 비상시국대책회의를 발족했는지 궁금해 지난 10일 수원 망포역 근처 커피숍에서 상임의장을 맡은 김상근 목사를 만났다.

김 목사는 “오랫동안 NCCK 안에 시국 대책회의 같은 조직을 설치하지 않았지만 최근 우리 사회가 비상한 시국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NCCK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취지로 다시 비상시국대책회의를 만들게 됐다”고 비상시국회의 발족 취지를 설명했다.

김 목사는 1939년생으로 우리 나이로는 78세다. 적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에 상임의장을 맡는 것이 꺼려지지는 않았을까? 이에 그는 “NCCK 기구의 장을 맡기에는 마땅하지 않은 나이지만 이 시국에서 NCCK가 교회가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결의인데 나이를 핑계로 사양할 수는 없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정교분리 국가인데 왜 종교가 세상일에 간섭하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김 목사는 “정교분리는 정치가 교회의 권력을 갖거나 교회가 정치권력을 갖는 걸 분리하자는 거지 정책에 대해서 교회가 동의하거나 비판하는 것과 관련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근혜 정부 3년 반에 대해 김 목사는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을 하는 건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불행이라는 걸 지난 3년 반 동안 아픔으로 지켜봐야 했다”면서 “3년 반이 지났지만, 앞으로 1년 반을 어떻게 가야 할지 대통령이 크게 자기 혁신을 꾀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불행하게 될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다”고 혹평했다.

   
▲ 김상근 목사 ⓒ 이영광 기자

다음은 김상근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달 27일 ‘박근혜 정부는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는 시국선언과 함께 비상시국대책회의를 발족하셨어요. 대책회의 발족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오랫동안 NCCK 안에 시국 대책회의 같은 조직을 설치하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31년 전에 ‘시국 대책위원회’가 있었습니다. 그 후 NCCK에 그런 조직을 두지 않았었죠. 항상 어려운 시국이었지만 비상한 시국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던 겁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가 비상한 시국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NCCK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취지로 다시 비상시국대책회의를 만들게 됐습니다.”

- 비상시국이라고 판단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크게 말하면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저소득층은 살기 어려워져가고,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와 있어서 총체적으로 시국이 비상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거죠.”

- 제안이 왔을 때 어땠어요?

“회의에 나갈 때는 상임의장 제안이 올 것이란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러나 이미 그런 합의와 내정이 있었던 것을 확인했어요. 그래서 즉시 수락했습니다. 은퇴한 저를 상임의장으로 제안할 때는 NCCK 나름의 비장한 결의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통상적으로 은퇴한 사람이 위원장을 맡는 게 아니거든요. 회의 회원 모두 동지들이고 후배들이고 동역자들인데 그들의 뜻을 받는 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25년에 있었던 시국 대책위원회 때도 제가 위원장이었어요.”

“신자유주의‧자본주의‧제일주의에 한국교회가 삼킴 당했다”

- 31년 전에도 맡으셨고 연세가 많으셔서 꺼려지시지는 않으셨나요?

“NCCK 기구의 장을 맡기에는 마땅하지 않은 나이죠. 잘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맡겨야 하는 거죠. 그리고 몸도 편치 않아요. 그렇지만 이 시국에서 NCCK가 교회가 가져야 할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결의인데 나이를 핑계로 사양할 수는 없었어요.”

- 시국 선언에서 “NCCK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되기까지 복음의 사회적 책무에 헌신하지 못하고, 예언자적 사명을 다 하지 못한 죄를 뼈아프게 뉘우치고 회개한다”고 하셨던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우리나라가 오늘의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치 지도자나 사회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우리 교회와 교회 지도자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성찰하지 않을 수 없죠. 지금 한국교회는 사회의 존경이나 사랑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탄과 비판을 받는 게 사실이죠. 한국교회가 사회적인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고 성장주의, 배금주의, 명예, 출세 등에 급급했다는 걸 통렬하게 자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성찰의 토대 위에서 한국교회가 사회적인 책무를 감당하고 사회적인 비판을 해 나가야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교회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성경에 세상 풍조를 따르지 말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도 세상 풍조를 따르려고 하는 유혹 속에 있게 되지만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제일주의이라는 가치에 한국 교회가 물들고 이젠 거기에 삼킴을 당했어요. 물론 항상 세속적 가치의 유혹 가운데에 교회가 놓여 있었지만, 그 긴장의 끈을 놓아버린 것은 20~30년 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 그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요?

“예수님 말씀대로 탐욕을 버려야죠. 세상의 가치에 매몰되는 자기를 거기로부터 해방시켜 내야죠. 그래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목사가 큰 교회를 이루고 돈을 펑펑 쓰면 훌륭한 목사고, 돈으로 다른 목사나 교회를 지배하면 힘 있는 목사로 여기는 한 극복할 수 없어요. 섬기고 베풀고 나누고 주는 게 자기를 버리는 것이거든요. 이것은 큰 전환입니다. 이런 큰 전환 없이는 오늘 한국교회의 미래가 없습니다.”

   
▲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사진=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뉴시스>

- 몇 년 전 조용기 목사는 작은 교회 목사를 실패자로 규정했는데.

“조 목사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아요. 그럼에도 말을 하자면 저는 큰 교회가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하는 것에 동의할 수는 없어요. 지금도 예수의 가치를 들고 작은 교회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섬기고 돕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 목회자가 많이 있습니다. 그게 옳은 목회고 옳은 교회죠.

작은 교회를 섬기는 건 실패가 아니고 하나님이 주신 축복입니다. 아무나 섬길 수 없잖아요. 아무나 작은 교회 목회 못 해요. 작은 교회 목사를 하나님의 축복 밖에 있다고 하면 안 됩니다. 조 목사 식 가치에 동의 못 합니다. 작은 교회, 이 사회의 작은 사람들을 목회하는 그들과 어떻게 연대하고 유기체적 하나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 선언문에 보면 박근혜 정부의 정책들을 비판하셨던데 정교분리인데 왜 간섭하느냐는 비판도 있을 것 같은데.

“정교분리라는 건 정책에 대해서 교회가 동의하거나 비판하는 것과 관련한 것 아니에요. 정치가 교회의 권력을 갖거나 교회가 정치권력을 갖는 걸 분리하자는 거죠. 그러나 삶의 문제는 정치문제니까 교회가 간여할 수 없다든지 또는 교회가 잘못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문제니까 정치권력이 간여할 수 없다는 건 아닙니다. 정책에 대해서는 성경의 가치에 따라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바른길을 제시하는 게 옳은 거예요. 정교분리는 권력의 문제지 정책의 문제 아닙니다.”

“전혀 아무 준비 안된 대통령…나라와 국민에 큰 불행”

- 박근혜 정부 3년 반이 지났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준비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을 하는 건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불행이라는 걸 지난 3년 반 동안 아픔으로 지켜봐야 했어요. 박 대통령이 지난 3년 반 국정을 운영해 온 걸 보면 대통령으로서 전혀 아무런 준비가 안 된 대통령이었다는 것이 확실해요.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라는 게 있는 겁니다.

포용하고 대화하고 끌어안아서 하나로 묶어 가려고 하는 심성을 닦고 준비했어야 했던 거죠. 대통령의 자격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난 3년 반의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대통령이 가져야 할 그런 심성 못 가진 게 확실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정책도 문제고 문제 된 정책을 수습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없어요. 어떤 사태가 발생하면 얼른 편을 가르고 한쪽을 정죄합니다. 국민을 끌어 않지 못했거든요. 3년 반이 지났습니다만 앞으로 1년 반을 어떻게 가야 할지 대통령이 크게 자기 혁신을 꾀하지 않으면 이 나라가 불행하게 될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에서 이정현 당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탄 났어요.

“네.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입니다. 역대 정부를 통틀어 가장 나쁜 관계가 됐죠. 이것도 박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는 것 같아요. 왜 김정은이 아니라 박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냐면 김정은 위원장에게 기대를 두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기대를 둘 수 없다면 남쪽의 대통령이라도 오늘 한반도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큰마음이 있어야 되잖아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그리고 군사적인 대치 상태에 있는 한반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어떻게 평화로 끌어갈 것이냐는 큰마음을 가져야 하거든요. 박 대통령에게서 그게 보이지 않아요.

개성공단을 갑자기 폐쇄하는 등 행위는 있을 수 없어요. 개성공단이야말로 남북 관계를 최악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소중한 장치였습니다. 그걸 어느 날 갑자기 없애 버린단 말이에요. 개성공단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민족적 가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행동을 여러 번 봤어요.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어요. 즉흥적으로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했잖아요. 삼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해경, 어떻게 해체합니까? 실제 해체했나요? 못했지 않아요? 나라를 운영하고 민족의 내일을 만들어 가는 데에 있어서 즉흥적인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되는 거죠. 심사하고 숙고하고 또 심사하고 또 숙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남북관계를 좀 더 넓고 길고 큰 숨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20대 국회가 개원했잖아요. 이전과 달리 여소야대인데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답답해요.

“국민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세상을 바꾸라는 요구를 했다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키라고 국회에 명령한 거예요. 그러나 개원한 지 2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획기적 변화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아직도 비대위 체제잖아요. 빨리 정상 체제로 바꿔서 국민의 뜻을 받드는 체제로 가야 합니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게 발목을 잡을 겁니다. 지난 19대 때는 새누리당이 선진화법을 고치자고 했지만 이젠 그게 쏙 들어가고 그걸 붙들고 국회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겠죠. 그러나 국민이 여론을 만들어요. 국민이 중요하죠. 선진화법으로 새누리당이 국회 운영에 제동을 걸 때 국민 여론이 그걸 용납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 한다면 국민이 짜준 여소야대라는 틀로써 새로운 걸음을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 못 하게 될 겁니다.”

“사드는 한반도‧동북아‧세계 평화의 문제…외부세력 있을 수 없어”

- 최근 사드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북한의 위협이 있는 한 안보를 튼튼히 하려면 무기도 있어야죠. 그러나 가장 훌륭한 안보는 남북관계를 대화와 소통과 협력의 관계로 가져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드는 거기에 반하는 거죠. 무력으로 안보를 하겠다는 거잖아요. 무력으로 지키는 평화는 임시방편이지 그것이 평화를 만들어 낼 수 없어요,

또 사드 문제를 가지고 외부세력을 운운하는데 사드 문제는 하나의 무기 체제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문제입니다. 따라서 거기에 외부세력이란 있을 수가 없어요. 누구도 외부세력이 될 수 없어요. 대통령이 성주에 살지 않지만 사드 문제에 천착한다면 이 지구에 사는 누구라도 특히 한반도에 사는 누구라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옳은 거죠.

문제는 사드가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냐의 관점으로 봐야죠. 지금은 사드를 속히 배치할 형편이 아닙니다. 이 시간적 공간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남북관계를 풀어낼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 노력이 성공하면 사드를 가져다 놓지 않아도 돼요. 그러나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사드를 가져다 놓으려고 한다면 그건 평화 지향적 정책이 아니죠. 사드는 평화 지향적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 심상정 상임대표 등 정의당 지도부가 경북 성주를 방문한 가운데 제30차 사드 철회 성주 촛불문화제가 11일 오후 성주군청 앞마당에서 열렸다. <사진출처=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페이스북>

- 사드가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게 더 좋을 텐데.

“그렇죠. 사드가 필요 없게 되어야죠. 그래야 평화가 있는 거죠.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과 북한은 사드에 대응하는 무기를 가져다 놓을 거예요. 그럼 우리도 그걸 무력화시키는 무기를 또 놓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악순환이지요. 무기에 의한 평화유지는 평화를 가져올 수도 없거니와 국가 안보를 담보하지 못해요. 로마라는 제국이 왜 망했는지 생각해봐요. 전쟁준비에 드는 엄청난 돈 때문이었어요. 언제까지 우리가 국방비를 많이 써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이 시대의 지도자죠.”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NCCK 시국 대책회의는 앞으로 각 종단하고 대화하고 연대를 모색해 갈 겁니다. 시민단체들과도 연대하고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비상시국대책회의를 조직한 NCCK가 역사의 복판에 서서 이 시대의 큰 전환을 이뤄가는 단초를 만들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ad44
default_news_ad3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ad41
ad37
default_side_ad2
ad38
ad34
ad39

고발TV

0 1 2 3
set_tv
default_side_ad3
ad3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