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운동화 통해 6월항쟁 기억…이한열, 끊임없이 자기성찰 한 분”

기사승인 2016.06.22  16:31:30

default_news_ad1

-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69] ‘L의 운동화’ 김 숨 작가

지난해 복원한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의 복원과정을 그린 <L의 운동화>가 지난 5월 30일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L의 운동화>는 최근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연달아 수상해 주목을 받는 김 숨 작가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이다. 개인적인 물건인 운동화 한 짝이 사적인 물건에서 시공간을 뛰어넘어 시대를 대변하는 물건으로 역사적인 상징이 되는 과정을 섬세하고 치밀한 묘사력으로 세세히 그렸다.

소설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지난 20일 신촌에 위치한 이한열 기념관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김 작가는 “이한열 열사를 기억하신 분들께서는, 그분의 운동화 복원을 소재로 어떻게 장편소설을 썼을까 궁금해 하셨는데 흥미로워 하시는 것 같다”고 <L의 운동화>에 대한 반응을 소개했다.

김 작가는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를 복원한 김 겸 복원가의 강연을 듣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강의를 들으면서 한 개인의 물건이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물건이 되는 과정을 듣고, 또한 복원되는 과정을 소설로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소설을 쓰려면 이한열 열사에 대해 알아야 할 텐데 김 작가가 아는 이한열 열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에 그는 “그분이 피격을 당했을 당시 저는 지방에 사는 10대 소녀로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분이란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서 “그분이 남긴 일기나 편지, 그리고 철학적인 성찰이 담긴 글들을 읽으면서 자기성찰을 끊임없이 하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팩트와 픽션이 궁금했다. 김 작가는 “이한열 열사의 피격 당시 상황과 복원과정은 팩트고 예술품 복원가의 내면의 흐름과 큰 줄거리는 픽션”이라고 했다.

다음은 김 숨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 숨 작가 <사진출처=김흥구 씨 제공>

“한 개인의 물건이 역사적 상징이 되는 복원 과정, 소설 써지더라”

-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 복원 과정을 소설화한 <L의 운동화>를 지난달에 출간하셨잖아요. 한 달이 지났어요. 언론과 인터뷰를 하시는 것 같은데 반응은 어떤가요?

“흥미로워하시는 것 같아요. 이한열 열사를 기억하신 분들께서는, 그분의 운동화 복원을 소재로 어떻게 장편소설을 썼을까 궁금해 하셨어요.”

- 지난해 김 겸 복원가의 강연을 듣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던데.

“복원이라는 소재에 그 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지인으로부터 복원가의 복원에 대한 강의가 있는데, 그 복원가께서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를 복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순간 한 개인의 물건이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물건이 되는 과정을 듣고, 또한 복원되는 과정을 소설로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소설이 써지면 쓰려고 했는데 써지더라고요.”

- 기존에 이한열 열사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었나요?

“그분이 피격을 당했을 당시 저는 10대 소녀였습니다. 지방에 살고 있었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몰랐습니다.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분이란 것을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야 그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 <사진 = 이한열기념사업회>

하지만 그분은 제게는 멀고 추상적인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남겨진 운동화 한 짝을 복원하는 과정을 소설로 쓰게 되면서, 그분이 남긴 글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일기와도 같은 내밀하고 자기 고백적인 글들을 읽으면서, 그분이 구체적인 인물로 다가왔습니다.”

- 이한열 열사의 삶을 보며 느낀 점도 있을 듯합니다.

“그분이 남긴 일기나 편지, 그리고 철학적인 성찰이 담긴 글들을 읽으면서 이분이 어떠한 품성을 지니신 분인지 알게 되었어요. 자기성찰을 끊임없이 하는 분이었더라고요.”

-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그분이 1986년 1월 28일에 쓴 ‘영원한 사랑’이라는 글 중 일부인 ‘삶은 사랑이다’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왜 ‘L의 운동화’를 복원하는가, 독자들에게도 던지는 질문”

- 소설을 쓰려면 취재를 해야 하잖아요. 취재 과정은 어땠나요?

“복원 중인 운동화를 보러 김 겸 보존연구소에 다녀왔습니다. 복원의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그 자리에 이경란 관장님께서도 계셨고요. 기억 속에만 떠돌던 귀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이후 더 알고 싶은 부분들을 체크해 김 겸 복원가님께 질문을 드리고 설명을 듣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 고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이미지 제공=이한열기념사업회)

- 취재하면 느낀 점이나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김 겸 복원가의 강의를 함께 들었던 분들과 함께 김 겸 보존연구소를 찾아가 복원 중인 운동화를 직접 눈으로 보았을 때가 기억에 남네요.”

- 복원에 대해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어요?

“기억이든 물건이든 훼손된 것을 복원해내는 과정 자체가 제게는 흥미롭고, 그런 일을 하는 분들에 대한 관심도 있어요. 그전에 복원을 소재로 쓴 소설이 있습니다.”

- 이한열 열사를 L로 처리했는데 이유가 있나요?

“직접 드러내는 것보다 기호화시키는 게 오히려 더 잘 드러내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이니셜로 설정해 소설을 썼습니다.”

- 소설이잖아요. 어느 정도는 픽션이 있을 것 같아요.

“상상만으로는 쓸 수 없는 지점들이 있어요. 그리고 저의 통제를 벗어난 지점도 있었고요. 그 지점들을 잘 살피고 소설 안으로 끌어오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소설이에요. 픽션과 논픽션의 조화가 필요했어요.”

   
▲ L의 운동화 (2016/김숨 지음/민음사)

- 어디까지 팩트고 어디까지 픽션인가요?

“이한열 열사가 피격당한 당시의 이야기는 픽션이지요. 그리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약물이 등장하고, 복원가가 작업실에서 복원을 진행하는 과정 역시 팩트이고요. 복원가 내면의 흐름과 큰 줄거리는 픽션이고요.”

- 시점이 1인칭 주인공인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복원가가 스스로에게 왜 L의 운동화를 복원해야 하는지 질문하게 하고 싶었어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소설을 읽을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어요.”

“차기작은 위안부 할머니 ‘단 한분’ 남은 때를 시점으로 쓴 소설”

- 내용 중에 기억은 신발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던데 이 소설의 전체적인 메시지 같아요.

“훼손된 기억이 복원되는 과정 중 사소한 냄새나 문양, 소리, 물건을 통해서 되돌아오기도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물건인 운동화를 통해 우리는 이한열 열사를 기억하고, 6·10민주항쟁을 기억하겠지요.”

- 소설에서 이한열 열사가 피격 당시 부축했던 6명이 10년 후쯤 모여 그 당시 이야기를 하지만 기억이 다 다르다는 걸 확인하는 게 흥미롭던데.

“한 가지 일을 두고, 열 사람의 기억이 다 다르잖아요. 맞아 떨어지는 지점들도 있지만, 어긋나는 지점들도 있잖아요. 그래서 흥미로운 것 같아요. 어긋나는 지점들이 존재해서, 과거의 그 어떤 사건이 입체감과 서사를 갖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이한열 열사 최루탄 피격 지점에 새겨진 동판. “1987년 6월9일 오후 5시 당시 연세대 2학년이었던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 곳, 유월민주항쟁의 불꽃이 피어올랐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 go발뉴스이한열 열사 최루탄 피격 지점에 새겨진 동판. “1987년 6월9일 오후 5시 당시 연세대 2학년이었던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 곳, 유월민주항쟁의 불꽃이 피어올랐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 go발뉴스

- 소설에 제주 4.3사건도 삽입하셨던데 의도가 있나요?

“소설을 쓰다가 저절로 연결되어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 전 소설 속에 함께 엮어서 넣는 편이에요. 4.3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그래요. 그 이야기를 꺼내, 언젠가 단편소설로 쓰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 6개월 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했고 여름 즈음 신작이 출간되는 것으로 아는데 힘들진 않으세요?

“쉽지는 않지만, 쓰고 싶어서 쓴 소설들이고, 세상에 내놓았으니 감당을 해야죠.”

- 차기작이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들었어요.

“시간이 좀 더 흘러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한 분밖에 살아 계시지 않은 때를 시점으로써 쓴 소설이에요. 위안부였던 과거를 끝까지 숨기고 살아가시는 피해자 할머니들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숨기고 살아가는 할머니가 주인공이고요. 살아남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가고 계신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위안부 시절에 겪은 악몽 같은 경험들에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ad44
default_news_ad3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ad41
ad37
default_side_ad2
ad38
ad34
ad39

고발TV

0 1 2 3
set_tv
default_side_ad3
ad3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