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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호 비망록’ 김경래 기자 “檢, 설마 이런 짓까지?…상상초월”

기사승인 2020.05.23  13: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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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499]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

2010년 일어났던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 다시 소환되었다. 뉴스타파가 ‘검사와 죄수’ 시리즈로 한만호 씨 사건을 조명하면서부터다. 사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된 사건이다. 그러나 한만호 씨 비망록을 보면 검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접근했는지 엿볼 수 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검사와 죄수’ 시리즈를 보도하고 있는 김경래 기자를 지난 20일 서울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 센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10년 전 ‘한명숙 사건’.. 그러나 현재진행형

- 지난 6일부터 ‘죄수와 검사Ⅱ’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리포트하고 계시는 데 반응이 어때요?

“한 전 총리 사건은 2010년 사건이라 10년이 지났잖아요. 물론 한명숙 총리가 구속수감 된 게 2015년이고 출소한 건 2017년입니다. 사람들한테 좀 너무 옛날 사건으로 비치지 않을지가 좀 걱정을 했는데, 막상 보도하니 그렇지 않은 거 같아요. 왜냐면 사람들이 한명숙 총리 사건에 대해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다들 의문이 많았었던 게 사실이었고 중간에 또 사법농단 문건이 공개됐을 때 한명숙 전 총리의 이름이 나왔잖아요. ‘대법원에서도 한명숙 총리 사건을 혹시 거래 대상으로 삼지 않았느냐’라는 의문이 있었고 가장 최근에는 유시민 작가가 채널A 기자와 검사의 유착 의혹을 얘기하면서 한명숙 총리 사건을 다시 거론했어요. 이 사건이 아직도 수시로 사람들에게 오르내리는 사건이라는 사실, 그리고 명확하게 의문점이 해소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이 관심이 많다라는 거죠.”

- 너무 지난 사건이라고 느끼지 않을지 고민했다고 하셨는데, 그럼에도 취재‧보도한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현재적 의미가 여전히 있는 사건이라고 봐요. 검찰의 수사 과정 그리고 사법부의 판단, 이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먼저 검찰의 수사 과정을 보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잘못된 수사 관행을 답습했죠. 검찰의 별건 수사, 언론플레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은 시기상이나 시점으로 봐서는 과거이지만 의미로 봐서는 현재적 사건이죠.”

- ‘죄수와 검사Ⅱ’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신 거예요?

“시작은 저희가 기사에서도 밝혔듯이 작년에 <죄수와 검사>라는 시리즈를 하다가 만난 취재원들이 ‘검사가 죄수를 이용해서 사건을 만들어내거나 덮거나 하는 방식이 한명숙 사건과 비슷하다, 한번 취재를 해봐라’라고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조금 살펴보니까 정말 비슷한 거예요. 왜냐면 당시의 핵심 증인 곽영욱하고 한만호 두 사람은 재소자였고, 재소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진술을 받았는데 그 진술을 받는 과정이 회유나 강압이나 이런 것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었고요. 그래서 이 사건은 진짜 죄수와 검사 타이틀과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 취재는 어디서부터 시작하셨어요?

“사건이 워낙 큰 사건인데, 언론에 보도된 건 당연히 일부이지 않겠어요. 그래서 변호인들, 관계자들의 협조를 받아서 확보 가능한 자료를 한 번 주욱 봤어요. 예컨대 검찰 조사라든지 공판 조서라든지 판결문, 각종 증거 자료들을 쭉 한번 리뷰해 보고 당시 언론에서 빠뜨린 부분은 뭐가 있을지 의문이 가는 데 보도를 안 했다거나, 의문점이 있는데 해소 못 한 부분은 어떤 게 있는지를 찾아봤죠. 그 과정에서 한만호 씨 비망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비망록은 공개가 된 적이 없었더군요. 비망록을 찾아서 읽어 보니까 의미는 내용이 있어서 일단 보도를 한 거고요.”

- 기자다 보니 이 사건 팔로업은 안 하더라도 인지는 하셨을 것 같은데 2010년 처음 나왔을 때 어떻게 아셨어요?

“시기적으로는 굉장히 수상했죠. 2010년 6.2 지방 선거 직전에 터졌잖아요. 이 사건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서두르게 검찰이 유출 했을까란 의심부터 들었죠. 그런데 재판정에서 한만호 씨는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잖아요. 그래서 ‘아, 이거는 검찰이 뭔가 만들었구나’라고 생각을 했고 1심에서 무죄가 나왔어요. 근데 2심에서 유죄가 나면서 그때 당시에 한명숙 총리한테 수표가 넘어갔다는 증거들이 나왔어요. 그래서 ‘실제로 돈이 일부 건너간 것은 사실인가 보구나’라고 생각했죠. 뭔가 검찰에서 선거에 개입한 움직임이 있었던 거 같은 냄새는 났지만, 사건 자체는 결과적으로 한명숙 총리가 돈을 받은 부분이 있다는 정도로 생각을 했어요.”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보도영상 캡처>

한만호 비망록 “검사들, 오세훈-한명숙 지지율 체크하며 흐뭇”

- 의도가 있었을 것 같은 데 선거 때문일까요?

“검찰의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시기적으로 보면 이상한 게 사실이에요. 일단 한만호 씨가 2010년 4월 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소환이 됩니다. 이게 언론에서 보도를 4월 8일에 해요. 일주일 만에 보도가 된 거죠. 일주일 만에 수사가 제대로 됐을 수는 없어요. 그러면 사건이 명확하게 수사 되지 않은 상황에서 혐의가 대체로 입증되기도 전에 언론에 유출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으로 맞다고 봐요,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살만한 상황이죠.

또 하나는 한만호 씨 비망록을 보면 선거를 목적으로 만든 사건이다는 말이 나와요. 그게 검찰이 직접 한 얘기는 아니고 이 사건의 제삼자인 법조브로커가 한 말인데, 한만호가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데 이 브로커가 조사실로 들어와서 ‘선거를 위해서 윗선에서 기획한 사건이니까 넌 협조를 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비망록에는 검사들이 오세훈과 한명숙의 선거 지지율을 계속 체크하면서 흐뭇해하더라는 대목도 있어요.”

- 비망록 분량은 얼마나 되나요?

“비망록 분량은 1,200페이지입니다. 재소자들이 쓰는 그 공책이 있어요. 재소자들이 일기 쓰는 공책으로 29권이죠. 거기에는 한만호 씨의 일기, 편지, 비망록, 참회록, 메모 또 감옥에서 나가면 사업을 해야 되니까 사업구상 전화번호부 등 여러 가지 것이 담겨있어요. 그중 상당 분량이 자기가 왜 검찰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을 했는지 그리고 그 진술을 법정에서 왜 뒤집었는지 그사이에 느꼈던 죄책감이라든가 심경 그리고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은 후 심경 등이 담겨 있습니다.”

“한만호 비망록 객관적 증거, 후속 보도에서 공개할 것”

- 비망록 처음 봤을 때 어떠셨어요?

“사실 저희는 비망록이 이번 취재의 과정에 불과하고 취재의 종착역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중요한 거라고 보지 않았어요. 왜냐면 비망록이라는 거는 일방의 주장이잖아요. 한만호 씨는 이미 돌아가셨고 사망한 사람에게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거고 다만 당시 상황을 비춰봤을 때 맞아떨어지는 부분들이 꽤 있다는 것뿐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증인의 심경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았다는 것 자체의 의미는 있죠. 저희는 이런 일방의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들을 찾기 위해서 노력을 했고 이어지는 보도에서 계속 공개할 예정인 거죠.”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보도영상 캡처>

- 이 사건이 ‘죄수와 검사’ 1에서 제보자 X와 비슷한 게 있다고 하던데 어떤 부분이 그런가요?

“‘죄수와 검사’ 시리즈에서 보도했던 검사와 죄수의 관계가 검사가 죄수에게 편의를 제공하거나 혹은 구형량이라든지 가석방 같은 것들을 매개로 해서 어떤 사건들을 만들어 내고 진술이나 이런 것들을 이끌어내고 이런 과정들이 한명숙 사건에 검사와 죄수인 한만호와 비슷한 관계라는 거죠. 그리고 앞으로 보도에서 등장할 죄수들도 마찬가지예요.”

- 그럼 비슷한 사건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네요.

“특수부 검사들이 죄수를 수사에 활용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봐요. 왜냐면 구치소나 교도소라는 곳은 범죄 정보들이 많이 떠돌아다니는 곳이잖아요 그 정보들을 검사들이 입수하기 위해서 불법적인 일들을 벌이는 거죠. 한명숙 사건, 그리고 그 전에 저희가 죄수와 검사 시리즈에서 보도했던 사건 말고도 검찰이 하는 잘못된 행태나 관행이라고 봐요.”

- 비일비재한 건가요?

“저희가 죄수들을 여러 명을 만났는데 공통으로 이런 얘기를 해요. 일종의 검찰 빨대라고 할까요. 프락치 역할을 하는 죄수가 있는 거죠.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정치적인 거물에 대한 수사이기 때문에 민감하고 관심이 집중됐을 뿐이지, 수사 방식 같은 이런 것들은 굉장히 전형적인 사건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 한만호 씨 가족들은 못 만나셨던데 왜 피할까요?

“만났어요. 그러나 저희에게 얘기하는 걸 다들 거절한 거죠. 한만호 씨가 감옥살이 두 번 했어요. 본인 사업 때문에 한 번 하고 위증죄로 또 한 번 하면서 건강도 안 좋아졌고 감옥 나오고 얼마 안 돼 돌아가셨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 다 돌아가셨고 친인척들도 돌아가셨거든요. 이혼도 했고 가정이 와해 됐어요. 그래서 상처가 큰 거죠. 가족들 입장에서는 이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은 거라고 생각을 하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 그럼 다른 쪽으로 만나보셨어요?

“네. 지인이라든지 당시 변호인이라든가 당시 사업을 같이했던 관계자라든가 이런 사람들 좀 만나봤죠.”

- 유의미한 의견이 있었어요?

“한만호 씨가 굉장히 힘들어했대요. 왜냐면 이 사건 때문에 감옥에 한 번 더 가게 됐잖아요. 그것 때문에 사업 재기도 힘들었고 스트레스나 트라우마 이런 것 때문에 술을 많이 드셔서 건강이 굉장히 안 좋아졌다는 얘기 정도 들었죠.”

- 한만호 씨 사망은 이걸 취재하며 알게 된 건가요?

“그렇죠. 사실 한만호 씨에 대해서 사람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었죠. ‘그때 진술을 뒤집었고 위증죄로 처벌을 받았다’로 세간의 관심은 끝이 났어요. 저희들은 이 사건을 다시 보면서 한만호 씨를 다시 만나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래서 사실은 취재가 막혔었는데 비망록을 찾으면서 취재가 다시 조금 열리게 된 측면이 있죠.”

   
▲ 지난 2017년 8월 23일, 한명숙 전 총리는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만기출소했다. 사진은 당시의 모습이다. <사진제공=뉴시스>

“한명숙 사건, 사법적 판단 문제없나 검증해봐야”

- 취재하며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건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건이잖아요, 이걸 다시 끄집어낸다는 게 좀 부담스럽죠. 왜냐면 ‘재판 다 끝났는데 왜 또 그러냐’는 얘기가 반드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요. 하지만 우리가 사법 농단 사건에서 봤듯이 사법적인 판단은 여러 가지 중의 하나예요. 무슨 말이냐면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평가나 판단은 또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사법적 판단에서도 제대로 했는지도 검증해 볼 필요는 있죠. 그렇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해볼 만한 취재라고 생각을 했어요.

다만 아까 말씀하셨듯이 오래된 사건이라 관계자들이 수소문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기껏 만나면 기억이 다들 또 가물가물하고 이건 발생한 지 10년 된 사건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어려웠죠. 그래서 결국은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했죠. 공적인 자료 이런 것들에 의존을 해야 되는 상황, 증언이나 이런 부분들보다는 그러니까 보통의 취재보다 한 단계 더 어려운 거죠.”

- 한명숙 전 총리 쪽은 접촉 안 하셨어요?

“했어요. 자료협조를 일부 받았죠.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한명숙 총리가 나서기에는 어려운 상황일 거고 변호인들도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사법적 판단이 끝난 상황인데 거기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게 법조인으로서는 부담스러울 겁니다. 언론의 역할이 있고 법조인의 역할이 있으니까요.”

   
▲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뉴스타파, ‘한만호 비망록’ 후속보도 예고.. “충격적 내용 있다”

- 이후 보도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나요?

“오늘(20일) 나가고 월요일(25일) 나갈 건데 이 부분은 한만호 씨 외에 한만호 씨와 같은 구치소에 있었던 다른 죄수들이 이 사건에 등장합니다. 어떻게 등장하는 어떤 인물인지 왜 등장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등 거기서 약간 충격적인 내용, 그러니까 검찰이 증인과 증언을 조작했다는 증언과 객관적이고 정황적인 자료 등을 보여 드릴 예정이에요.”

- 시청자가 주목해볼 부분이 있다면 뭔가요?

“검찰이 설마 이런 짓까지 했을까라는 부분이 나와요. 그 부분은 정말 상상을 뛰어넘는 수사 행태를 고발하는 내용이 들어 있으니까 노약자들 조심하셔야 해요(웃음).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 ‘검사와 죄수’ 시리즈는 계속 이어가나요?

“계속 이어갈 예정이고요. 시즌3을 준비를 하고 있고, 이것도 마찬가지로 검찰의 수사 행태를 보여주는 내용인데, 이건 또 다른 의미에서 더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취재가 조금 어렵기는 한데 준비하고 있고 몇 달 뒤엔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이 사건은 정파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저는 한 인간에 대한 얘기인 거 같아요. 한명숙 총리 같은 경우에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많이 집중이 됐지만 한만호라는 이 사람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어떻게 망가졌는지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 이런 부분이 사실 좀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면 좋겠는데 <GO발뉴스> 독자분들도 이런 부분에서 봐주시고 검찰개혁과 연결해서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는 말씀드립니다.”

이영광 기자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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