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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사설을 보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기사승인 2019.11.16  11: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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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미국의 무리한 압박·뒤에 숨은 일본에 대한 질책은 어디로?

“청와대는 반일(反日) 카드로 조국에 대한 시선을 돌리겠다고 파기를 밀어붙였다가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정작 파장이 감당할 수 없이 커지자 종료 철회 명분을 찾기 위해 뒤늦게 일본에 대화를 구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대통령이 국제회의장에서 일본 총리 손을 이끌어 10분간 소파에 앉혀놓고 안보실장이 그 사진을 찍어 ‘대화했다’고 홍보했다. 일본에서는 ‘한국이 양해 없이 사진을 촬영해 공개했다’고 한다. 국민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오늘(16일)자 조선일보 사설 <도끼로 제 발등 찍은 ‘지소미아 패착’> 가운데 일부입니다. 

조선일보는 ‘국민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라고 했지만 저는 조선일보 사설을 읽으며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한국ABC협회 기준으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는 신문의 사설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온라인판 캡쳐>

미국의 전방위 요청? 요청이 아니라 일방적이고 무례한 압박이다

‘문제투성이 사설’이지만 오늘 조선일보 지면 기사도 문제가 많습니다. 3면에 실린 <미국의 거듭된 전방위 요청에도 ‘No’… 위기의 韓美동맹>이 대표적입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 제목을 ‘미국의 거듭된 전방위 요청’이라고 달았습니다. 

그리고 기사에도 “미국이 지소미아 문제를 향후 방위비 분담금과도 연계시키면서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소미아 파기로) 전반적인 한·일 공조 관계가 약화돼 유사시 군사적 위협에 직면할 경우 북한과 중국에만 도움이 된다”는 등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사와 사설에는 △‘일본 책임’은 빠진 미국의 지소미아 압박에 대한 비판이나 △근거도 없이 ‘분담금 5조원’을 요구하며 지소미아와 연계하려는 미국에 대한 질책이나 비판은 없습니다. 

오늘(16일) 조선일보는 △한미 동맹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 원칙’에서 한발짝도 양보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한·일 공조 관계가 약화돼 유사시 군사적 위협에 직면할 경우 북한과 중국에만 도움이 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을 하고 있는 겁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온라인판 캡쳐>

지소미아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까지 … 지금 미국은 정말 동맹국이 맞나 

사실 오늘(16일) 조선일보 기사와 사설은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지만 특히 사설은 ‘문제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부분 외에 다음과 같은 부분도 읽으면서 어안이 좀 벙벙해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미 국방장관에게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해 군사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했다. 이미 패착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우기는 것이다.” 

이 문장이 이해가 되는지요? 저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조선일보는 “(지소미아 만료가) 이미 패착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우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대체 조선일보의 ‘인식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일까 –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어이없는 대목입니다. 

오늘(16일) 발행된 ‘다른’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어떤 보도를 했는지 한번 살펴보면 조선일보의 기사와 사설이 얼마나 ‘엉망’이고 미국과 일본에 ‘극편향적인’ 태도를 보이는지가 상징적으로 드러납니다. 

지소미아 문제 뿐만 아니라 막무가내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를 질타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만큼 지금 미국이 우리 정부에 보이고 있는 태도는 상식적으로 봤을 때 너무나도 어이가 없는 ‘비이성적인’ ‘막가파 깡패 행태’이기 때문입니다. 

   
▲ <그래픽 제공=뉴시스>

원인 제공자 일본은 놔둔채 한국 정부만 압박하는 미국…여기에 동조하는 일부 보수언론

이런 상황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조선일보가 오히려 신기할 정도입니다. 다른 신문들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한번 보시죠.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의 요구는 ‘고장난 축음기’처럼 하등 달라진 게 없을 뿐 아니라, 설득력은커녕 성의조차 없어 보인다 … GSOMIA 종료의 원인을 제공한 일본에는 별다른 요구 없이 한국만 과도하게 압박해왔다는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 미국이 GSOMIA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일본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경향신문 사설 <‘일본 책임’은 빠진 미국의 GSOMIA 압박, 너무 지나치다>) 

“한-미 동맹을 오직 ‘돈’으로 환산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은 진저리가 날 지경이다 … 미국이 한국에 공식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50억달러 또는 47억달러의 액수가 이렇게 산출된 것이라면, 야바위꾼의 협잡과 뭐가 다른지 묻고 싶다. 이게 반세기 넘게 ‘가치’를 공유해온 동맹국이 할 행동인가 … 어떤 명분을 대더라도 한반도 밖에 있는 미군 경비까지 대라고 요구하는 건, 분담금의 취지와 목적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 정부는 미국의 얼토당토않은 부당한 요구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한겨레 사설 <근거도 없이 ‘분담금 5조원’ 요구한 미국, ‘동맹’ 맞나>) 

“에스퍼 장관이 한일 양측이 이견을 좁히도록 촉구하면서도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미국은 외교ㆍ안보 관계자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하며 한국을 압박한 것과는 달리 일본에 대해서는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다 … 일본이 전혀 태도를 바꿀 의지가 보이지 않는데 우리만 양보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 지소미아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한국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쥐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이해를 무시한 채 지소미아에 방위비 분담금까지 대폭 인상하라는 것은 한미동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일보 사설 <한미일, 막판까지 지소미아 해법 찾기 계속해야>) 

   
▲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방한 기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거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에스퍼 장관이 지난 6일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원인 제공자 일본은 놔둔 채 한국 정부만 압박하는 미국도 문제지만 여기에 동조하는 일부 보수언론은 더 문제입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동조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일체화 조짐’까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오늘(16일) 조선일보 사설을 보며 ‘얼굴이 화끈’거린 이유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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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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