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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과 한국 언론의 ‘자기 개혁’

기사승인 2019.10.02  15: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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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실검 1위에 오르자 ‘어뷰징’ 하기 바쁜 언론

오늘(2일) 실시간 검색어 1위는 ‘pd수첩’(다음)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오후 2시)에서도 여전히 1위입니다. 어제(1일) 방송된 MBC <PD수첩>의 여파 때문으로 보입니다. 

제 생각에 <PD수첩>은 앞으로도 ‘검찰 개혁’ 문제를 계속 공론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어제 방송된 내용을 보면 적어도 지금까지 한국 언론이 무분별하게 쏟아낸 이른바 ‘동양대 표창장’ 관련 보도에 상당히 문제가 많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방송을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일부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잠깐 소개합니다. 

   
▲ 2일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pd수첩’ 키워드가 하루종일 1위에 올랐다. <이미지 출처=포털사이트 다음 실시간 검색어 캡처>

엄청난 보도 쏟아낸 ‘동양대 표창장 위조’ 논란 … 제대로 검증했던 보도였나

“문제의 위조 논란은 동양대 최성해 총장의 주장에서 시작되었다. ‘자신은 모르는 표창장이다. 일련번호가 다르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이를 그대로 믿고(혹은 그렇게 믿고만 싶었던) 언론들은 표창장은 위조라고 주장하며 공격을 했다.

진위 여부는 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동양대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통해 조작이 가능한지 알아보면 1시간도 안 되어 확인이 가능하다. <PD수첩>은 비슷한 시기 총장상을 받은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통해 위조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확인했다.” (미디어스 <PD수첩- 조국 의혹 유일한 기소 ‘동양대 표창장’의 진실, 정치검찰의 민낯>) 

MBC ‘PD수첩’ 김재영 PD가 오늘(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언급한 내용도 그동안 언론 보도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 PD는 “일부 언론에서 최성해 총장 증언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점에 대해선 기성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아 취재를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검찰이 조국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지난 9월6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전격 기소한 것과 관련, 현직 기자의 증언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검찰과 야당 그리고 일부 언론 사이에 커넥션이 있었던 게 아닌가 의심을 하게 만든다는 얘기입니다. ‘PD수첩’이 전한 현직 기자의 증언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검찰이 특정 기자들한테 ‘우리가 (오후)11시쯤 법원에 (공소장을) 보낼 거다. 하지만 발표는 12시 이후에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아침자로 준비하라’고 팁을 줬다. 검찰과 보수당과 언론의 3자 커넥션이 작동한 그 시간이었던 거 같다. (오후)8시부터 12시 사이에.”

   
▲ <이미지 출처=MBC 'PD수첩' 화면 캡처>

‘PD수첩’ 방송 이후 포털 실검에 오를 정도로 반향이 크다면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저는 최소한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언론 보도를 점검하는 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성해 총장의 주장과 다른 증언들이 나오고(이전에도 나왔지만 상당수 언론이 이를 무시했죠), 검찰의 전격 기소과정에도 ‘의혹’이 제기됐다면 당시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던 언론 보도는 검증 과정을 제대로 거친 보도였나 – 이 점에 대해 체크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게 상식적인 태도라는 얘기입니다. 

실검 앞에서는 ‘영혼’도 팔 건가 … 한국 언론의 자기반성은 과연 가능한가

하지만 ‘pd수첩’이 실검에 오르자 상당수 언론은 어제(1일) 방송된 내용을 인용 보도하기 바쁩니다. ‘PD수첩’이 보도한 내용이 그동안 자신들이 보도했던 것과 배치되는 내용인데도 ‘인용’해서 ‘전달’만 합니다. 종종 ‘시청률이 상승했다’ ‘5%를 돌파했다’와 같은 보도도 눈에 보이더군요. 

좀 거칠게 말하면 실검 1위에 오르면 ‘영혼’이라도 팔 기세인 듯 합니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 이런 생각까지 들더군요. 한국 언론이 스스로 혁신이나 개혁을 하는 게 가능한가. 회의적인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지금까지 자신들이 보도했던 내용과 정반대 방향으로 ‘조국 장관 국면’이 전개되면 언론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요? 가정이긴 하지만 저는 상당수 언론이 그때 또 ‘정반대 논조’로 ‘무차별 보도’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어제(1일) 방송된 ‘PD수첩’과 오늘 상당수 언론이 전하는 ‘어뷰징 기사’를 보면서 한국 언론의 ‘자기 개혁’ 가능성에 다시 한 번 회의를 느끼게 됐습니다. 

그리고 참여연대와 진보 진영을 비판하는 타 방송사 인터뷰를 비중 있게 소개했던 조중동 – 내일(3일) 지면에 ‘PD수첩’ 관련 기사를 쓸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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