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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의 이상한 ‘강경화 사과문자’ 보도

기사승인 2019.08.24  11: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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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조선일보도 인용하지 않은 단독기사 … 당사자 해명도 없어

   
▲ <이미지출처=TV조선 방송 화면 캡쳐>

“그런데 사실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기류는 지소미아를 유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에서 고노 일본 외상을 만났던 강경화 장관도 귀국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서야 파기 결정을 통보 받았고 상당히 당혹스러워 했다고 합니다. 고노 일본 외상에게는 미안하다는 문자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V조선이 어제 <뉴스9>에서 보도한 리포트 가운데 일부입니다. ‘단독’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습니다. 내용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TV조선 “강경화, 고노에게 사과문자 보내” … 외교부 전면 부인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 일본 외무상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일관계를 둘러싼 갈등과 국면 등을 고려할 때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TV조선 보도 이후 외교부가 전면 부인에 나섰습니다. 외교부는 어제(23일) 강경화 장관이 정부의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는 TV조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저는 ‘TV조선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면서 내보낸 기사이기에 사실일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를 비롯해 인터넷 매체까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TV조선 단독 기사’를 인용하거나 추가 취재한 곳은 없었습니다. ‘TV조선만의 단독기사’였던 셈입니다. 재밌는 건, 오늘(24일) 지면에서 조선일보가 대서특필 할 법도 한데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입니다. TV조선 단독기사가 조선일보로부터도 외면받는 ‘현실’ - 판단은 독자 여러분들이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봤을 때 TV조선 ‘단독 기사’는 몇 가지 측면에서 이상한 대목이 있습니다. 우선 이런 종류의 리포트는 당사자 확인이나 해명, 반론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현재 한일간 갈등이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강 장관이 고노 외무상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TV조선 리포트처럼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면 ‘어떤 취지’에서 보낸 것인지 – 여기에 대해서도 해명을 들어야 합니다. 그런 ‘조건들’이 갖춰졌을 때 기사 혹은 리포트가 나갈 수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TV조선에는 강경화 장관의 해명이나 입장은 물론 우리 외교부의 반론조차 없습니다. 취재를 하다보면 당사자 입장을 들으려고 노력했으나 ‘여러 이유’ 때문에 들을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선일보도 인용하지 않은 TV조선 ‘단독 기사’ 

이럴 경우 ‘계속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입장 밝히기를 거부했다’와 같은 정도는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TV조선엔 이마저도 없습니다. TV조선 ‘단독 보도’는 “일본측 관계자”의 멘트가 전부입니다. 다음과 같은 대목인데요 한번 보시죠. 

   
▲ <이미지출처=TV조선 방송 영상 캡쳐>

“고노 외무상은 베이징에서 일본에 도착해 휴대전화를 켜보니, 강 장관에게 ‘곧 청와대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미안하다’라는 문자가 와있었다고 말했다고 일본 측 관계자가 전했습니다.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유감이라는 뜻을 전한 것입니다.” 

‘일본 측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TV조선 리포트의 주요 근거가 된 해당 관계자 멘트도 전언이라는 겁니다. 제가 만약 TV조선 기자였다면 영어로 보냈다는 ‘해당 문자’를 직접 전달해 달라고 했을 겁니다. 비록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리포트에 공개는 하지 않더라도 ‘해당 문자를 직접 확인했다’고 해서 기사의 신뢰도를 높였을 겁니다. 

그런데 TV조선은 누군지도 모를 ‘일본 측 관계자’의 전언을 바탕으로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강경화 장관이 고노 외무상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보도합니다. 더구나 리포트에는 “두 사람은 자주 통화하는, 친밀한 관계”라는 대목도 있더군요. 이런 내용은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요? 

아무튼 데스크 업무를 해본 저의 입장에서 보면 TV조선 보도는 ‘매우 부실한 기사’이기 때문에 승인을 하기 어려운 리포트입니다. 당사자 반론도 없고, 해당 문자를 직접 확인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해서 ‘사과 문자를 보냈다’고 보도할 수 있는 걸까요. ‘이런 정도’의 뉴스가 ‘단독’이란 타이틀을 달고 메인뉴스에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입니다. 

물론 TV조선 입장에서 ‘보냈다’고 단정한 게 아니라고 반론할 수도 있습니다. ‘미안하다는 문자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 관계자가 전했다’는 전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 전언’만으로 ‘이런 심각한 내용’의 기사가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저로선 놀랍습니다. 아무튼 가끔씩 TV조선은 매우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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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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